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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날  강문해변

8.7 일, 맑음

by 준환 Mar 22. 2025

  강릉살이 오 일째. 아이는 한낮 더위, 비슷한 일정에 불만이 쌓였다. 가장 하고 싶던 레고나 동물 전시관은 우리 식구만 남는 때를 위해 아껴두고 강릉 옛 모습을 둘러보려 시립박물관으로 갔다.


  숙소에서 이십 분 남짓, 일요일이라 방문객이 많았다. 주위로 오죽헌이나 화폐박물관, 한옥마을도 모여있다. 하지만 올들어 가장 더운 날, 여기저기 움직이기 어려워 본관에 들어갔다. 커다란 기와집 모양의 건물 안에는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토기, 부장품, 집터, 가구, 불상 등 생활에 밀접한 유물이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지역 변천사도 그림으로 나타내 한눈에 알아보기 쉬웠다. 다만 삼국시대 이후 하슬라라는 옛 이름으로 영동과 영서를 넓게 아울렀던 만큼 위상에 맞는 좀 더 풍부한 내용으로 꾸몄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휴가철이 절정이라 모든 식당이 만석이었다. 순두붓집 한곳에 간신히 자리 잡아 점심을 해결하고 카페에서 잠시 쉬다 해가 조금 누그러졌을 때쯤 바닷가로 갔다.


  강문해변은 사람이 많았다. 게다가 안전 요원이 관리하는 곳은 텐트나 그늘막을 칠 수 없어 바깥쪽 사람 적은 곳에 자리 폈다. 여기는 영진, 사천진과 달랐다. 백사장이 넓게 펼쳐지다 바다 가까이에서 갑자기 크게 비탈졌다. 멀리서는 둔덕 아래가 보이지 않아 이미 바다로 뛰어든 아이들을 쫓아갔다. 둘은 깊고 센 파도가 어찌나 재미있는지 코에 물이 들어가 괴로워하면서도 금방 잊어버리고 다시 뛰어들었다. 다섯 시가 지나 하늘이 짙은 회색으로 바뀌며 곧 비가 오려는 듯 파도가 어른 높이를 넘어 밀려왔다. 아이들은 어른 성화에 못 이겨 겨우 밖으로 나왔으나 바다가 주는 즐거움을 떨치지 못했다. 슬며시 들어가 그 후로도 한참을 나오지 않았다.


  연곡은 마을이 만들어진 지 오래라 괜찮은 식당이 많다. 물놀이로 허기진 배는 동네에서 제일 맛있는 돼지갈비로 채웠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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