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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라다 Oct 21. 2023

1개월 만에 그만두면서도 계속 새로운 운동을 찾는 이유

당신은 어떤 운동을 좋아하시나요?

 낯선 사람과 대화를 할 때면 항상 걱정이 앞선다. 어떤 이야기를 해야 될까. 혹시 모를 어색한 침묵을 깨기 위해 내가 자주 하는 질문이 있다.


“당신은 어떤 운동을 좋아하시나요?”

 대체로 사람들은 저마다 관심 있어하는 운동이 하나씩 있다. 신기하게도 그 운동을 보면 그들의 성격이 보인다. 어릴 적 알고 지내던 엄친딸 언니는 크로스핏을 좋아한다. 외향적이고 도전적인 그녀의 성격을 닮은 운동이다. 회사 친구 B는 매일 새벽 러닝을 간다. 부지런하고 뚝심 있는 그와 잘 어울리는 운동이다. 이처럼 운동은 그 사람을 가장 잘 보여주는 매개체 중 하나이다.


 나 또한 나에 대해 설명할 때 내가 시도했던 운동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그 개수가 조금 남다르다. 스무 살 때부터 서른이 넘은 지금까지 내가 거쳐온 운동들을 읊어보면, 복싱, 수영, 크로스핏, 발레, 테니스, 골프 등 어느새 10가지가 넘는다. 운동의 주기도 한결같지 않다. 짧은 것은 한 달, 긴 것은 2년까지. 운동마다 그 기간이 모두 다르다.


 내가 이렇게 다양한 운동들을 시도한 이유는 따로 있다. 여러 가지 운동을 시도해 보며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을 찾고 싶었다. 이렇게 찾은 나의 모습을 타인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낯선 이와 대화를 할 때면 운동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지도 모르겠다. 이때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운동은 2가지이다. 


1. 복싱


 때는 바야흐로 2014년, 한창 복싱 다이어트가 유행하던 시기이다. 살은 빼고 싶었지만 평범한 운동은 하고 싶지 않았다. 대학교 강의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던 중, 한 복싱 클럽 간판이 보였다. 순간 즐겨보던 복싱 웹툰이 생각났다. 평범하다 못해 여리여리한 남자 주인공이 알고 보니 복싱 천재였다는 먼치킨 만화였다. 복싱으로 전국을 재패하는 주인공처럼 나도 멋있어지고 싶었다. 다이어트는 물론이고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강인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그날로 체육관을 등록했다.


 복싱을 하는 나의 모습은 생각과는 달랐다. 스텝을 밟으며 훅을 날릴 때면 거울에 비친 나 자신과 눈이 마주쳤다. 뽀송뽀송한 주인공 필터는 고사하고 벌건 토마토처럼 익어버린 내 얼굴이 보였다. 평범하진 않았지만 멋이 있지도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샌드백에 훅을 날릴 때면 스트레스가 훅훅 풀렸다. 운동이 끝난 뒤 땀범벅이 된 모습을 보면 살이 1kg는 빠진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재미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었다. 복싱은 ‘격투’ 운동이라는 것. 나는 맞는 것이 두려웠다. 동시에 남을 때리는 것도 무서웠다. 시작할 용기는 있었지만 계속할 용기는 없었다. 그렇게 나는 멋없지만 재미있는 이 운동을 그만두었다.

 

 결국, 나는 체육관을 등록하며 기대했던 강인한 체육인이 되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벌건 얼굴로 잽을 날리던 순간만큼은 그 누구보다 강인한 사람이었다. 그래서일까. 짧은 기간이었지만 나는 복싱을 하던 내 모습을 잊을 수 없다. 3달 동안 열심히 줄넘기를 한 덕에 살도 많이 빠진 내 모습도 참 마음에 들었다.


요즘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운동을 쉬고 있다. 한강만 걷고 있다.


2. 크로스핏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발을 디딘 지 3년이 넘어가던 때였다. 누적된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사회초년생의 패기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러던 중 일상의 활기를 되찾기 위해 운동을 알아보다가 크로스핏을 알게 되었다. 크로스핏은 다양한 조합의 운동을 여러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프로그램이다. 크로스핏은 그룹운동임에도 불구하고 개개인의 역량에 맞춰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여러 사람들 속에서 운동을 하면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되었다.(내심 다이어트 효과도 기대했었다) 그래서 곧바로 집 근처의 크로스핏 센터로 향했다.


 센터의 모습은 여태껏 내가 보아오던 헬스장이나 필라테스와는 다른 풍경이었다. 사람들은 크로스핏 센터의 넓은 공간을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자신과의 싸움을 치열하게 하는 듯 보였다. 운동에 집중한 사람들의 그 모습이 매력적이었다. 그 옆에 있노라면 나도 그들과 같은 사람이 된 것 같았다. 그런 나의 모습이 꽤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운동을 하면 할수록 좋아지는 나의 기록을 보면 뿌듯함이 밀려왔다. 그렇게 멋진 ‘athlete’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한 내 마음과 달리 센터에서 나는 한 명의 관심병사였다. 당시 근력은 물론이고 기본 체력조차 없던 나는 남들만큼 운동을 즐기기 어려웠다. 다른 사람들과 팀을 이뤄 운동을 하는 날이면 혹여나 팀 기록에 악영향을 줄 것 같아 운동을 가지 않았다. 끊임없이 나에게 관심을 쏟아야 하는 코치에게도 미안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내게 어려운 WOD(work of the day)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 먼저였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니 운동으로 얻는 즐거움보다 스트레스가 더 커졌다. 결국 나는 크로스핏을 한 달 만에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아쉽지만 나는 내가 꿈꿨던 ‘멋진 athelete’이 될 수 없었다. 그래도 크로스핏을 하던 그 한 달은 꽤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혼자 운동하던 때에는 알지 못했던 소속감과 건강한 에너지를 처음 느껴봤다. 그래서 더욱 그 운동을 잘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길지 않았던 크로스핏 센터에서의 한 달을 돌아본다. 쭈뼛쭈뼛 서툰 모습으로 운동을 하는 내 모습이 떠오른다. 그렇지만 그때 진심으로 운동을 즐기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그 순간만큼은 나는 ‘멋진 athelete’이었다.


 앞선 운동들을 돌아보니 내가 바랐던 나의 모습이 보인다. 나는 역동적인 운동을 함으로써 나 자신이 강하고 긍정적인 사람이 되기를 원했던 것 같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 속에서 나는 내가 원했던 모습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나 자신이 원하는 나의 모습을 찾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이어 나갈 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 바라는 것이 있다. 이제는 도전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여유로움을 갖고 싶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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