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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뭉클 Apr 12. 2024

책과 물


"일단, 물부터 좀 마셔."


드라마 속 등장인물들은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에 닥친 상대에게 진정하라는 말 대신 이렇게 말한다. 물부터 마시라고. 진정할 수만 있으면 별다른 대화 없이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이라도 하는 듯이. 


이동진 영화 평론가는 한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책과 영화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 '영화가 불이라면, 책은 물이라고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좋은 영화라면, 현실에서 벗어나 신나고 짜릿하고 광활한 공간으로 사라지거나, 모르던 삶 속으로 시선을 옮기게 해 준다는 점에서 영화는 분명 사람을 흔들어놓는 특성이 있다. 좋은 책은, 아니 독자 자신에게 적합한 책은 불필요한 불을 끄고 정신을 똑바로 차리게 한다. 현실을 잊고 푹 빠지게 하는 이야기도 결국엔 현실을 직시하게 한다.



출판 시장에 대한 생각

#1

우리는 믿음이 가는 사람의 글을 읽는다.

가짜가 넘쳐나는 세상엔 진정성만 한 게 없다.

투명해서 잘 아는(혹은 그렇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말을 좋아한다.


#2

좋은 생각보단 남다른 생각이 팔린다.

끝내주게 불완벽한 사람이 되면 된다.


#3

인급동(인기 급상승동영상)처럼 인급도 엄청나게 쏟아진다. 매년 트렌드처럼 쏟아지는 서적들. 트렌드라는 말처럼 구식도 없다. 하브루타, AI, 챗GPT, IB에서부터 글쓰기와 기획, 러닝에 관한 책까지. 잠재적 독자들은 핫하다는 책들의 파도에 휩싸여 허덕댄다.

좀 더 섬세한 큐레이션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싶다. 서로 자기를 읽으라고 아우성대는 책들 사이에서 어떻게 뾰족한 제안을 할 수 있을까. 이제 큐레이션은 선별해서 전시하고 제안하는 것 이상을 해야 한다.



개개인은 단순하고도 복잡해

각 나이대별로 다른 관심과 고민을 단순하게 4가지로 분류하기도 한다. 10대의 여드름 피부 고민이 40대에는 주름 고민으로 바뀌고, 10대의 '자라서 뭐가 될지'에 대한 고민이 3-40대의 커리어 고민으로 바뀔 뿐이라고. 모두를 들었다 놨다 하는 건 결국 돈이고. 나름 날카로운 분석이다. 레드 오션은 어느 정도의 수요가 늘 있기 마련이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세상사에 치이다 보면 맑은 정신과 밝은 눈이 필요할 때가 수시로 찾아오기도 하고.



하지만 우리는 큐레이션이란 용어이미 너무 익숙해져 버렸다. 선택해야 하는 일이 큐레이터뿐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모두의 과업이자 의무가 되었다. 철학적인 의미에서 '선택으로 가득 찬 인생'이 아닌 일상의 오락에도 선택이 끼어들기 시작했다. 편성해서 물어다 줄 때가 편했다. 우리는 너무 많은 콘텐츠를 감당해야 하고 그 사이에서 자기 자신도 발견해야 할 임무를 건네받는다. 개개인으로서 우리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고민을 읽어주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 최상의 가치를 원한다.





북큐레이터가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만들기 위해, 할 일

1. 자료를 수집하고 재편집한다.

예) 특정 주제에 대해 다양한 기사를 모아놓은 뉴스레터


2. 이미 수백 번 공유된 콘텐츠 말고 독특한 것을 찾는다.


3. 타깃 고객을 위해 최고의 콘텐츠를 관리하고 공유한다.


4. 특한 제안 방식 찾는다.

책에 관심 없고, 시간은 더 없는 10대에게 다가가는 방식과 육아와 교육에 관심이 많은 열혈 학부모에게 다가가는 방식은 다르다. 하지만 사람은 아름답고 독특하고 예상치 못한 것에 끌린다. 똑같이. 전시관에 엄마와 아이가 따로 입장하지 않아도 서로 같은 걸 느끼지는 않으니까.

미니 라벨 프린터로 문장을 찍어내거나, 미술관 큐레이터들의 에세이를 뒤적이며 밑줄을 긋거나 상품(이 될 수 있는 것)의 진열 방식 하나하나에 물음표를 갖다 붙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5. 많은 정보는 이제 그만. 적은 정보를 깊게!

책은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아이디어를 판다. 더 나은 생각을 판다. 방황하는 독자의 곁에서 함께 고민해 준다. 독자는 많은 걸 바라지 않는다. 책을 읽고 싶은 게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을 뿐이다. 그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6. 콘텐츠를 용도 변경하는 건 양질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웨비나를 기사로

▲팟캐스트의 요점을 인포그래픽으로

▲블로그 게시물을 큐레이션 된 이메일 뉴스레터로


7. 큐레이션 된 콘텐츠는 재미있거나 교육적이거나 영감을 줘야 한다. 요즘 들어 제일 자주 생각하는 지점이다. 기버 giver는 곧, 헬퍼 helper다. 큐레이션 된 콘텐츠는 가치가 있고 도움이 되어야 한다.



큐레이션 된 콘텐츠는

▲재미있거나

▲교육적이거나

▲영감을 주거나

또는 이 모든 것이어야 한다.


푹 빠져드는 이야기를 발견하고 수집하고

아카이브를 쌓아가는 일


큐레이터의 오늘 할 일이다.









출처:

<핑크 펭귄>, 빌 비숍

<도쿄의 편집>, 스가쓰케 마사노부

<무기가 되는 스토리>, 도널드 밀러

<지적 자본론>, 마스다 무네아키


참고:

큐레이션 된 콘텐츠를 잘 활용하기 위한 8가지 팁

https://www.madtimes.org/news/articleView.html?idxno=1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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