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적인 글쓰기가 가능했던 이유

by 이수아

처음부터 단계를 정해 계획을 세워 놓고 글쓰기를 한 건 아니다. 삼 년간 꾸준히 글쓰기 모임과 수업을 이어오며 쏟아지는 피드백에 혼란스러움을 겪다가 중심을 잡기 위해 글쓰기 방향과 퇴고 방향을 설정했다. 나름의 큰 틀을 잡고 세워 놓은 계획 중심으로 글을 쓰고 퇴고했다. 글쓰기 수업에서 피드백을 많이 받았는데 할 수 있는 만큼 추가로 적용해 나갔다. 그러면서 두 가지를 알게 되었다. 첫 번째는, 피드백은 가르치는 강사(작가)님 주관이 많이 들어갔다는 것. 두 번째는, 필요한 피드백과 그렇지 않은 피드백을 구분해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를 지도해 주신 강사(작가)님들은 저마다 가르치는 방식이 달랐고 피드백도 다양했다. 같은 시기에 두 개의 글쓰기 수업에 참여하기도 했는데 똑같은 글에도 피드백이 극명하게 갈렸다. 같은 글에도 누군가는 호평하는가 하면 누군가는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100명의 사람 중 90명이 글이 좋다고 말해도 한 편의 글에는 장점만 있을 수는 없다. 글도 사람처럼 장. 단점을 함께 가지고 있다. 다른 점이라고 하면 장, 단점의 비율과 크기이다. 장점이 많거나 크면 단점은 가려지기도 한다. 그러니 장점을 계속해서 키워 나가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계획을 세워 글쓰기 훈련이 가능했던 건 모임과 수업 덕분이다. 글을 써야만 하는 확실한 동기가 있어도 슬럼프가 찾아오면 좀처럼 나아갈 수 없던 날도 있었다. 글쓰기 수업의 강사(작가)님께서 주시는 당근과 채찍 그리고 함께 쓰는 수강생들에게 자극을 받으며 슬럼프를 극복해 나갔다. 위에 언급한 글쓰기 훈련법은 누구나에게 적용 가능한 건 아니다. 맞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맞지 않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




중요한 건 저마다의 글에는 장, 단점이 있기에 자신만의 글쓰기 방법을 찾아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 강사님께 셀 수 없이 많은 피드백을 받으며 꼭 수정해야 할 부분이라면 수용하고 그렇지 않다면 과감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의 글에서 강점이 무엇인지 발견한 날 이후로 그걸 키워나가려고 애썼다.


내가 가진 강점은 짙은 감수성을 글에 담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무게감 있는 글을 말한다. 이건 큰 장점이기도 하면서 단점으로 작용한다. 단점은 유쾌한 글을 잘 못 쓴다는 사실이다. 재밌는 에피소드로 시작하고 전개하다가도 결말에는 꼭 무겁게 끝맺음 짓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게 바로 나라는 사람이어서 일부러 글을 웃기게 쓰려고 하지는 않는다.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글에 나를 담아내고 있다.


현재의 글 선생님께서는 지난 수업 시간에 나의 글에 깊이가 있다고 말씀하셨다. 이 말을 듣고 너무나도 기쁜 나머지 집에 돌아와 한참을 울었다. 처음 글쓰기를 시작했을 무렵부터 깊이 있는 글을 쓰고 싶었는데 이제야 작은 희망이 보이는 듯해서였다.


깊이감 있는 글의 첫번째는 진솔함이다. 두 번째로는 내면에 잠든 감수성을 깨우는 것이다. 나의 감수성이 담긴 서사에 사유와 통찰을 얼마나 잘 담아냈는지가 글의 깊이를 결정한다. 더 깊은 글을 쓸 수 있도록 독서를 통해 사유와 통찰력을 길러나가고 있다.




각각의 단계마다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고 말한 이유는 1년이 되었을 즈음에서야 글쓰기가 늘었다는걸 감각할 수 있어서였다. 그전에는 글쓰기가 늘었다고 느껴지다가도 제자리였던 날의 반복이었다. 글쓰기 실력은 파도가 만들어 내는 물결처럼 올라갔다 내려가는 모양을 그리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나와 잘 맞는 수업을 만났을 땐 3달 만에도 글쓰기 실력이 향상되었다. 가르치는 분의 역량과 수강생들의 호흡이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글쓰기를 꾸준히 하며 준비했기에 잘 맞는 수업을 만났을 때 단기간에 글쓰기 실력이 올라갔다고 여긴다. 혼자 수없이 고민하고 쓰고 지우길 반복하지 않았더라면 아무리 훌륭한 지도를 받았어도 실력이 빠르게 높아질 수는 없었을 듯하다.


쓰는 행위를 절대로 멈추어서는 안 된다. 쓰는 삶은 막연함의 연속이다. 이럴 때면 강을 헤엄치고 있는 오리를 떠올린다. 겉으로는 여유롭게 보여도 물속에서 쉬지 않고 발을 젓는 오리처럼 나도 열심히 손가락을 쉬지 않는 거라고 말이다. 언젠가는 꼭 작가가 되기 위해서, 뛰어난 필력을 갖기 위해서, 손에 날개를 단 듯 나를 풍부하게 글로 표현하기 위해서, 다양한 장르와 작법을 넘나들기 위해서, 준비하는 기간이라고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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