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흉내쟁이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훈이예요. 오늘은 베란다 문을 열면 얼음나라에 발을 내디딘 듯 추워요. 정신이 쨍하니 맑아져요. 엄마는 진짜로 겨울이 왔다고 하시네요.
엄마는 매일 음악을 들어요. 우리 형은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자유롭게 몸을 흔들며 춤을 춰요. 저는 엄마가 늘 틀어주시는 동요와는 판이하게 다른 형의 음악이 더 끌려요. 저도 형이 추는 춤을 흉내 내면서 고개와 손을 마구 흔든답니다.
형은 아이패드로 오랫동안 영상을 봐요. 제가 옆에 가면 오지 말라고 제 몸을 두 손으로 마구 밀쳐내고요. 그럴 때 제 기분이 상해요. 하지만 형이 없을 때 그 아이패드는 제 거예요. 영상을 실컷 보지요.
요즈음에는 양치하거나 차 안에서 안전벨트 착용하기, 신호등 같은 생활안내 방송 영상을 주로 봐요. 집게손가락으로 뭐든 눌러서 영어, 중국어, 아랍어, 스페인어 등등 외국어들로 설명을 해도 그림만 봐도 다 이해할 수 있어요.
어른들이 저는 형 따라쟁이래요. 뭐든 형이 가지고 노는 것만 가지겠다고 떼를 쓰거든요. 오늘 아침에도 블록놀이를 하는 형이 손에 들고 있는 블록을 달라고 벌떼처럼 울었지요.
형은 어떨 때는 양보하고, 어떨 때는 양보하지 않아요.
그네를 타는 형을 보고 나도 타고 싶다고 징징거려 보았지만 형은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고 내려오지 않았어요. 차례를 기다리는 건 무척 힘들었어요.
형은 일부러 내려오지 않고 더 오래 타고 있는 거 같았어요.
기다리다 지쳐서 다른 장난감을 가지고 놀자 그제야 형이 그네에서 내려왔어요.
그때 엄마가 저를 그네에 올려주며 태워주셨지만 이미 제 관심은 다른 장난감에 옮겨가서 그네를 얼른 내려왔답니다. 늘 이런 식이에요. 하지만 원한다고 매번 할 수도, 가질 수도 없어요.
낮잠을 잘 시간이 되었어요. 하품이 연신 나오고 눈꺼풀이 무거워졌지요.
그런데 저는 더 놀고 싶었어요.
엄마는 잘 시간이라며 방에 가자고 애착인형을 안겨주셨어요. 할 수 없이 장난감을 내려놓고 엄마 손을 잡고 제 방으로 들어가 눕자마자 눈이 감겼어요. 엄마는 자장가를 조용히 불러주시고 토닥여 주셨어요. "엄마, 이제 잘래요. 이따가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