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이 내게 닿는 순간들

by 오 지영

주니어 시절 워크샵 때 남들 앞에서 제일 행복할 때가 언제인지에 대해 발표하는 자리가 있었다. 나는 이런 질문을 받으면 무어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날 결국 내 앞 앞의 사람이 말하고, 대부분이 대답했던 것처럼 여행을 떠나기 전 설렘이 좋다 했다.


사실, 내가 제일 행복한 순간은 다정이 내게 닿는 순간들이지만 이런 대답을 하면 너무 감성적이라 놀림을 받거나, 한 없이 진지한 사람으로 취급을 받으니 말할 수 없었다. 조금 말을 바꿔서 결이 맞는 사람과 대화할 때라고 하려다 그것마저 포기했다. 나는 왜 이렇게 남의 눈치를 보는지 모르겠다.


결이 같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다. 내가 조금만 표현해도 알아주고, 맞장구를 치며 대답해주는 사람과 맛있는 것을 앞에 두고 이야기 나누는 것. 크로와상의 바삭한 껍질 부분을 떼어주며, 이거 사랑이다. 알아둬라, 하는 친구의 생색도 좋아하고, 다음 주말 10시에는 여기에 가야 해 하고 우리가 좋아할 것 같은 음식점 사진을 보내오는 이도 좋아한다. 할 일 없이 누워있는 주말 점심, 커피?로 날 일으키는 그 단어도 좋아하고, 읽을 책을 추천해달라는 말도, 내 취향이 너와 같음을 말하는 것 같아 좋아한다. 아파서 가지 못한 자리에서 동영상 찍어 보내며, 다음에 같이 오자, 하는 배려와 글을 올리면 읽고 내 글에 답을 메시지로 보내오는 이들의 애정도 좋아한다. 나의 혼잣말을 혼잣말로 두게 하지 않는 이들이다.


적게 먹는다 뭐라 하면서 내게 한 숟갈이라도 더 먹게 하려는 모임의 언니 오빠들 잔소리도, 이 시간들이 영원할 것처럼 내년에는 우리 10월에 오자, 하는 약속도, 아무렇지 않게 내게 묻지도 않고 카운터에서 내 아이스 라테를 시키는 그 익숙함도 좋아한다.


다정의 순간들. 마치 마일리지처럼 쌓고 쌓아두었다 꼭 필요한 순간에 열어보는, 그러니까 나를 살게 하는, 결국 나를 행복하게 하는, 그런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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