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 다시 시작하는 마음

내 마음에 흔적 남기기

by 나늬

나의 위궤양은 흔적을 남기고 잠잠해졌다. 인생은 늘 이렇게 항상 흔적을 남긴다. 아무리 깨끗이 빨아도 새 신발이 아닌 것처럼, 아무리 다림질해도 새 블라우스가 아닌 것처럼, 그렇게 사용의 흔적이라는 게 남는다. 내 몸도 역시나, 아물었다고는 하지만, 그 흔적은 남았다.


또, 나의 위궤양은 이렇게 글로도 흔적을 남겼다. 다만, 이 흔적을 통해 나는 나를 탐구할 수 있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가지게 되었으니 의미 있는 흔적이다. 다행히도 이 시간들은 나에게 위로가 되어주었으니.


갑작스럽게 나타난 위궤양 때문에, 자신을 사랑하라는 너무 당연해서 스치고 있던 걸 마주하게 되었고, 나를 사랑하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렇게 나를 더 들여다보고 살피기 위한 의도적인 시간을 얻었다. 또 그 시간을 통해 ‘무엇을 바라보고 살 것이냐’에 대한 질문도 생겼다.

낮잠(by 나늬)

이 그림은 컴퓨터의 일러스트레이터 프로그램으로 그린 내 첫 작품이다. 지금 보면 부족한 부분들이 보여 만족스럽지 않지만, 그때의 나는 나에게 진심을 다해 칭찬해 주었었다.

그만큼 그때의 나는 이 그림을 마음에 들어 했었다. 편히 쉬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고, 상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를 그래도 그럴싸하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그림에는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어 하고, 그림으로 위로하려는 내 마음이 담겨있다. 그때를 살았던 내 마음의 흔적이다.

시작하는 마음(by 나늬)

그리고 이 그림은 지금을 살고 있는 내 마음이다. 그때도 지금도 나는 유유히 흐르듯 살고 싶은 것 같다. 다만, 구름과 책이 더해진 것처럼 작은 의미들을 덧붙이며 살고 싶다. 직업에서도, 학업에서도, 일상에서도 의미 있는 흔적들이 남기를 바란다.


나에게 그림은 마음에 남기는 흔적인 것 같다. 그 흔적들이 겹겹이 쌓여 내가 되고, 나의 길이 된다.

내가 남긴 흔적들을 소중히 기억하고, 좋은 흔적들을 남기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