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 자리에 개가 묶여 있다. 매일 그곳을 지나 출근했다. 언제부터 묶여 있었는지는 모른다. 목줄과 같이 성장한 건 아닐까. 저 개는 불쌍해 보여. 지나가던 꼬마들의 대화였다. 목줄이 풀리면 자유롭겠지. 개의 행복에 대해서 생각해 보려다 그만뒀다. 나는 개를 모르기 때문에. 개의 세상은 사람 키만 한 줄의 길이와 같다. 나의 세상은 책상의 크기와 같다. 의자가 나를 떠받들 때 나는 책상을 떠받든다. 책상 앞에서는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개와 다를 바 없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개는 귀엽기라도 하지 너는… 나는 꼬리를 흔들었다. 개와 다를 바 없음을 보여줬다.
너는 여기서 살만해? 개를 보며 말없이 물어보았다. 개는 꼬리를 흔들었다. 나와 다를 바 없음을 보여줬다. 우리는 오랫동안 서로 바라보았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표정 없이. 개의 목줄을 풀어주었다. 개는 하품을 쩌억 하고 눈을 감았다. 기대한 것 없다는 듯이, 궁금한 것 없다는 듯이, 목줄 너머의 세상이 없는 것처럼, 여기가 자신의 전부인 것처럼. 개는 투명한 목줄을 감은 채 움직이지 않고 계속 그 자리에 머무른다. 개의 행복에 대해서 생각해 보려다 그만뒀다. 나는 행복을 모르기 때문에.
이제 그곳은 지나가지 않는다. 나는 더 이상 묶여 있지 않다. 침대에서 뒹굴다가 슬리퍼 질질 끌고 동네 어슬렁거리고 돌아와, 오늘도 열심히 살았어 아무것도 안 했으니까, 심드렁하게 말하며 저만치 둥글게 굴러간다. 아무 생각 없이, 어제도 먹고 자고 일어나고, 오늘도 먹고 자고 일어난다. 엄마라는 사람의 살을 뜯어먹으며, 아빠라는 사람의 뼈를 씹어먹으며, 펜을 뱅그르르 돌리고, 운동장을 돌며 제자리에 있다.
나는 어둠 속에서 정신없이, 정처 없이 거리에 쏘다닌다. 먼 곳에 있던 유성이 반짝 떨어지면 깊은 밤은 기다렸다는 듯 환해진다. 가로수가 내뿜는 숨이 풍성해져 마른 잎 하나 없이 생생한 마음은 반년만에 닿은 친구를 반갑게 껴안고, 잘 지내고 있지, 작은 입을 열어 다정하게 응원한다. 일하고 돈 벌어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거라는 희망을 세찬 바람에 날린다. 희망은 온 힘을 다해 올라간다. 두려운 것 없다는 듯이 아주 먼 곳으로 훨훨 날아간다.
*연재를 마칩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