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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하 Dec 04. 2022

친구가 꽂아준 회사 면접 후기

백수의 '가장 멋없게 실패하는 방법 '


대학교 동아리 친구였던 스타트업 대표에게 연락이 왔다. 내가 백수가 된 힘든 상황을 몰랐겠지만, 워낙 블록체인 시장이 안 좋다보니 내게 연락을 한 것이다. 친구는 갑작스럽게 회사 추천을 해줬다.


"형, 업무 환경이랑 다른 조건도 좋고 형이라면 99% 바로 붙을 수 있어요. 블록체인 스타트업인데 매출도 꽤 나와서 정말 좋은 회사예요. 제가 그 회사 대표랑 친구라 잘 얘기해볼 수 있어요."


또한 회사 상황과 관련하여 내가 채용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설명해줬다. 너무 따뜻하고 소중한, 지금의 내게 꼭 필요한 연락이었다. 그렇게 해서 추천 받은 회사의 대표와 연락하게 되었다. 대표와 가벼운 커피챗 이후 <팀 리드와의 커피챗 - 기술 면접 - 컬쳐핏 면접>의 프로세스가 빠르게 진행됐다.





컬쳐핏/기술 면접은 수요일에 봤다. 면접을 마치고, HR 담당자가 최종 대표 면담/처우 미팅을 위해 내일 연락을 준다고 했다. 내가 가능한 미팅 시간은 언제인지 구체적으로 물어본 뒤, 면접은 끝이 났다.


긴장을 하긴 했지만 면접을 크게 망치지는 않은 느낌이었고, HR 담당자가 마지막에 했던 말들로 보아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처우 협의는 어떻게 진행될까? 연봉 얼마나 줄지 기대되네' 생각을 하며 목요일 연락을 기다렸다. 목요일이 밝고 오전, 점심 시간이 되어도, 오후가 되어도 연락은 오지 않았다. 점점 초조해졌다. '근무 중에 전화 받으면 곤란하니 저녁에 주려나?'라고 합리화해봤지만 저녁이 되어서도 핸드폰은 조용했다.


...


그렇게 금요일이 되었다. '목요일에 급한 일이 있었겠지? 연락 준다고 했었는데'. 금요일도 전화를 하루종일 계속 기다렸지만, 결국 오지 않았다. 떨어진 거다. 더이상 합리화는 무의미했다. 멘탈이 흔들렸다. '분명 친구가 거의 100% 합격할 거랬는데, 내가 얼마나 면접을 못 봤으면 떨어진 걸까?'




면접을 곱씹어봤다. 질문들 하나하나에 어떻게 대답했는지, 면접관들 입장에서 내가 얼마나 간절하고 준비를 많이 한 지원자인지 떠올려봤다. 아니, 나는 경력도 거의 없는 주니어 개발자면서, 간절하지도 않고 fit도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는 매력없는 지원자였다. 그리고 면접 준비를 하나도 안 해서 지나치게 솔직하게 대답했다. 면접을 다시 복기해보니 후회되는 답변들이 넘쳐났다.


그렇게 백수가 된 이후 처음 본 면접에 떨어졌다. 친구가 내 능력을 믿고 적극 추천해줬던 건데, 보답은 커녕 친구의 인맥과 평판에 금을 가게 만들어서 미안했다. 친구에게도 내 자신에게도 너무 부끄럽고 우울했다. 하지만 우울한 감정에 허우적거릴 시간이 없었다. 내 부족함과 잘못을 인정하고 금토일 주말 사이에 이력서를 새로 만들어 다시 썼다. 면접 질문 리스트를 작성하고 답변연습을 해야한다. 구구절절 말하지 않고 두괄식으로 말하는 연습도 필요하다.




면접을 봤던 당일, 브런치에 '가장 멋없게 실패하는 방법'를 제목으로 글을 썼었다.

그만큼 나는 당연히 최종 합격할거라고 믿고 있었던 거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같은 실패를 안 하는 사람인냥 글을 썼다. 공교롭게도 글을 쓴 날, 아주 오랜만에 또 가장 멋없게 실패했다. 하지만 가장 멋없게 실패했음에도 배울 점은 많았으니 더 성장할 수 있다.


내일은 월요일. 또다른 회사 면접이 있다. 두번째니까 조금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최선을 다하고 와야겠다. 그리고 집에 오자마자 면접 내용 복기하고 부족한 부분을 또 채워야지. 잘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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