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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 Aug 29. 2024

EP.2 커튼 없는 방

자발적 프리랜서의 시작

자발적 프리랜서로 지낸 지도 어언 8개월 차,

앞만 바라보며 그야말로

무언가를 결단한 독립투사처럼 일하며

조금 외롭다 느꼈던 것도 사실이다.


가뜩이나 혼자 사는 공간에서 일하려니

가끔은 답답하기도 했고 외롭기도 했다.

그래서 차라리 마감에 쫓기며 일에 집중하는 것이

더 낫다고 느껴질 때도 있었다.


가끔은 좋아하는 인테리어풍의

개인카페에 가서 작업하기도 했지만

다른 류의 프리랜서라고도 볼 수 있는

자영업자분들의 고충을 익히 들어왔기에

웬만해서는 노트북을 들고 가지 않았고,


나 역시 눈치 보지 않고 일하기 위해

집에서 가깝고 일찍 오픈하는

프랜차이즈 카페에 가서 일하곤 했다.

(사실 그렇게 예쁜 개인카페에 가서

일만 하고 있는 건 조금 아쉽기도..)




그러다 최근에서야 다른 프리랜서 작가님들의

작업 공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나 외에도 이 세상 어디에서든

다양한 형태로 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단 사실이

그 자체로도 신기하고 즐겁달까?


마치 유치원에 처음 등원한

'제제 어린이'가 된 것처럼 들뜨고 신났으나

결국 온라인 세상의 인연은

아주 가느다란 실로 연결된 것임을 잊지 않으려

마음에 새기고 었다.


비대면인 관계에 애써 감정을 쏟을 필요는 없으나

저마다의 상황 속 다양한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좋았고,

디지털 온기가 필요한 누군가에게

따뜻하게 말 한마디 건네는 것이

곧 나를 향한 위로이기도 했다.


또, 난생처음으로 알게 된 단어도 있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독립적인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의견을 나누는 협업의 공간,

쉽게 말해 공유오피스를 이용하는 분들도 계셨다.

'Co-working space'라고도 부르곤 하더라.

(아직은 내 입에 붙지 않아 설명조차 어색하다)


물론 공간을 대여하는 방식이기에

추가 지출이 생긴다는 것도 문제였지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바깥으로 나갈 자신이 없는 나로서는

그런 공간 '환기'하는 용도로 사용해야 한생각하기에

더욱이 찾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프리랜서의 길을 선택한 후

(되도록) 지키는 나만의 루틴이 있다.

언론인 손석희 씨도 아침에 일어나면

연초 한대를 피우며 신문을 읽는다고 하지 않던가.


내 루틴은 이렇다.

휴대폰 알람은 오전 8시로 맞춰 놓았지만

늘 7시 30분 전에 일어난다.


이유인즉슨 3월 말에 이사 온 후,

아직까지도 내 방에 커튼을 달지 않았기 때문.

그야말로 '눈뽕'이 차서 눈을 뜨지 않고서는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지경이다.


아침잠이 많아서 누가 업어가도 모르겠다고

핀잔을 듣던 어린 시절의 제제는 이제 없다.


나이가 들면서 조금 더 부지런해졌다 여겨준다면

아니라며 손사래 치지 않고 얌전히 웃어 보일 것이다.


사실 나는 그저 눈이 부셔서 저절로 눈이 떠졌을 뿐이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해가 늦게 뜨는 겨울을 기다리는 중이기도 하다.


커튼을 달자면 진작에 달고도 남았겠지만

처음엔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기도 했고,

프리랜서로서의 일상

새벽에 잠들 오후에 일어나는 악습을

반복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기도 했다.


그런 바이오리듬이 망가지는 일은

지난 6년간 3교대 근무를 통해 충분히 경험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아침형 인간이 되어버린 탓에

가끔은 6시쯤 일어날 때도 있다.

그럴 땐 괜히 하루의 시간을 더 벌어놓은 기분이라

왠지 모를 산뜻함을 느낀다.

(물론 얼굴 상태는 그리 산뜻한 상태는 아니다)




5월 말부터는 틈 나는 대로 운동도 하며

이제는 조금 더 산뜻해진 얼굴도 장착하고서 책상에 앉는다.

회사에 출근하듯 화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방에서 방으로 출근하듯 조금은 정비된 모습으로

오전 9시 전까지 일할 준비를 끝내는 것이다.


당근마켓에서 3만 원에 구매한

실내자전거 덕도 톡톡히 보고 있다.

'집에서 꾸준히 운동을 할 수 있으려나?' 싶었지만

운동은 마음가짐의 문제지

단순히 장소의 문제는 아니라는 걸 여실히 느끼고 있다.

이 글을 빌어 당근 매너온도 39.6도의

'애엄마'님께 감사를 표한다.


그렇게 오전일과가 시작되면

전날 저녁에 정리해 둔 'To do list'를 살피고

급하고 중요한 일부터 다시 일정을 조율한다.

오후 일정을 마칠 때쯤엔 다음날 To do list 작성하고

저녁 운동을 하기도 하는데, 가끔씩 빼먹기도 한다.


계획대로 모든 걸 해내면 인간미 떨어질까 봐. 호호.


잠들기 전, 하루동안 좋았던 일을 떠올려본다.

썩 유쾌하지 못했던 일이 네, 다섯 가지 정도라면

좋았던 일은 하나쯤 반드시 있기 마련이기에

그 일을 떠올리며 내일을 기대한다.


다 마무리하지 못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해야 하는 일도 머릿속으로 잠시 그려본다.

그 와중에 빠지지 않는 생각은

주로 '내일 아침 뭐 먹지?' 부류의 것인데,

이런 소모적이지 않은 생각들도 적절히 섞어줘야

고요히 잠에 들 수 있다.




결국, 프리랜서의 명함은 꾸준함이고

스킬은 성실함이라 생각하기에

시간에 붙잡히지 않으려 노력한다.


나는 쫓기기 위해 프리랜서를 선택한 것이 아니니까.


아직도 커튼 없는 방안 책상에 앉아서

글을 쓰고 있는 것 또한 내 선택이며

아마도 당분간은 이대로 유지되지 않을까 싶다.

가뜩이나 가진 건 쥐뿔도 없는데

커튼 하나 없는 것쯤이야 큰 흠이 되겠는가.


누군가 프리랜서로 지내며 일이 너무 바빠

밥도 먹기 힘들 정도라고 말한다면

도시락 싸서 따라다니며 같이 먹을 같다.

(물론 나는 노트북을 들고 가지 않을까?)


일도 일이지만 건강해야 하니까.

잘 자고, 땀 흘리고, 내 몸에 좋은 것들을 먹으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오랫동안 함께 지내고 싶다.


여전히 커튼을 달지 않은 이유는 대충 이렇다고 하자.



다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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