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없는 추락을 반복하며 내게 남은 것이 있을까? 사실 가까운 지인 누구 조차 '추락'과 나를 연결하지 않을 것이다. 늘 실패와 좌절이라는 불안감을 견디기 위해 어떤 분야든 새로운 동아줄을 기다리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나는 뒷 목이 뻐근해지기도 전에 새로운 일들을 붙잡았고, 그 끝은 '재수 없는 일'로 분류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니 어쨌거나 경험이 되어 유용하게 쓰이기도 했다.
중간중간 성질이 변한 일을 분류하기 위해 서랍장을 정리하다 보니 눈에 띈 것이 있다. 언제나 '내가 사랑하는 것' 목차에 들어가 있고, 어느 한 장 다른 곳으로 섞이지 않았던 것. 마치 짝사랑과도 같은 '글'이야말로 단 한 번도 놓은 적 없이 어느 형태로든 러브레터를 보냈었다.
블로그, 공모전, 출판, 작사, 마케팅, 첨삭 등 생존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할 때도 어떤 불편함없이 즐겁게 임했다.종이를 넘길 때의 소리, 내지의 질감, 중고 책방의 냄새 등 감성이 고픈 것이 아니라 글이 고팠다. 글을 읽으면 항상 충분히 소화하고서 늘 노트북 앞에 앉아 글을 썼다. (그렇다고 해서 똥을 싼 건 아니지만, 모든 글이 똥이 아니라는 보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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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동안 사랑했던 것은 모두 시간이 지나면 형태가 변하거나, 길게 지속되더라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애증의 관계가 되었다. 하지만 '글'은 중학생 때 용돈을 모아 샀던 다이어리를 시작으로 여전히, 아니 더 열렬히 사랑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