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임신 소식을 접하게 되면서, 나는 여러 복합적인 감정이 정신없이 뒤섞였다. 기쁨과 두려움, 불안과 기대가 함께 어우러져 내 마음을 혼란스럽게 했다. 이런 복잡한 감정을 정리하고 싶은 순간, 마음을 가다듬기도 전에 '입덧'이라는 불청객이 찾아왔다.
입덧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과 주변 사람들로부터 많이 접했지만, 그 경험은각자 너무나도 달랐다. 누군가는 입덧이 심하지 않다고 말하며 쉽게 넘기는 반면, 또 다른 누군가는 극심한 고통을 겪기도 한다. 나의 엄마와 이모들은 입덧이 없었다고 이야기했지만,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입덧이 얼마나 다양한지를 실감하게 되었다. 어떤 친구는 입덧으로 인해 살이 5kg이나 빠지고 몇 달을 사회생활도 못 하고 힘들게 지냈다.
아마 대부분 입덧을 떠올릴 때, TV 드라마에서 자주 보던 장면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주인공이 밥을 먹을 때 우아하게 "욱"하고 속이 메슥거리는 장면을 말이다. 하지만 내가 겪은 입덧은 전혀 우아하지도 얌전하지도 않았다. 너무나도 추했고 다양하고 복잡했다.
'먹덧', '토덧', '양치덧', '체덧', '냄새덧', '남편덧' 덧의 모든 것
병원을 찾아 임신 확정을 가장 많이 받는 시기 6-7주 차 이 시기에 괴로운 ‘입덧’이 시작된다. 임산부 10명 중 약 8명이 겪는 입덧은 마지막 생리 후 4-7주에 시작되고 임신 11-13주에 가장 심하며, 대부분 12-14주 정도면 사라진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넘기기에는 산모가 겪는 고통이 너무 크다. 온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심하면 응급실에 실려 오는 사람도 있다. 드라마 속 여주인공이 음식 냄새를 맡고 헛구역질 몇 번 하고 끝나는 건 다행이다. 입덧이 심해 하루 세 번 이상 구토를 하거나 체중이 5% 이상 감소하는 경우에는 ‘임신오조’로, 산모는 물론 태아의 건강에도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2018년 대한산부인과학회지에 실린 한정열 제일병원 교수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입덧은 체중감소와 전해질 불균형 등 임신 합병증을 유발해 산모의 건강을 해치고, 미숙아 출산의 위험도를 높이는 결과를 초래한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입덧은그 자체로 힘든 경험이다.
나는 '먹덧', '침덧', '체덧'이라는 세 가지 형태로 입덧을 경험했다. '먹덧'은 속이 비었을 때 울렁거림을 느끼는 입덧으로 공복 상태에서의 불쾌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했다. 특히 아침에 일어나면 속이 비어 있는 느낌이 더욱 강하게 다가왔고, 이때는 반드시 무엇이든 입에 넣어야만 했다. 무엇인가 먹지 않으면 하루 종일 속이 울렁거리고 두통까지 찾아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렇다고 먹으면 나아지느냐? 그렇지도 않았다. 이후음식을 먹고 나면 '침덧'이 시작되는데 입안에 침이 많이 고이기 시작하고 삼키기가 어려워 계속해서 침을 뱉어내야만 했다. 마치 입안에 고인 침이 미끌거리고 속이 너무 불편해 다시 어떻게든 울렁거림을 피하고 싶어 음식을 먹으려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랄까? 그러면 결국 '체덧'이 찾아와 소화가 잘 되지 않으면서 배가 불러 더부룩한 기분이 지속되었다. 이러한 악순환은 나를 더욱 지치게 만들었다. 아마 허기와 구역질이 뒤섞여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지, 이 경험을 한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 우리가 알고 있는 덧은 '토덧'으로 음식을 먹은 후 속이 울렁거리고 구토를 유발하는 입덧으로 음식을 아예 못 먹는 입덧 일 텐데 이런 '토덧'도 한 가지만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닌 '냄새덧', '남편덧', '양치덧' 등 동반해서 나타나 임산부를 더 고통스럽게 한다.
'냄새 덧'은 특정 냄새에 속이 울렁거리고 토하는 증상이 유발되는데 개인에 따라 평소 괜찮았던 냄새 밥솥, 냉장고, 세탁기 등 다양한 냄새에 예민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이 속에서 '남편덧', '양치덧'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남편덧'은 남편의 체취나 냄새가 입덧을 유발하는 증상이고 '양치덧'은 양치질로 인해 입덧을 겪는 증상이다.
입덧의 고통은 단순한 신체적 불편함을 넘어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것 같다. 매일 아침, 나는 무엇을 먹어야 할지 고민하며 시작해야 했다. 어떤 음식이 나에게 도움이 될지, 어떤 음식을 먹으면 다시 울렁거릴지에 대한 불안감은 나의 일상을 지배했다. 나아가, 식사 후 느끼는 불편함과 고통은 나의 기분을 더욱 우울하게 만들었다. 하루 종일 지속되는 이 불편함은 나를 점점 더 지치게 하고, 임신이라는 특별한 순간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게 했다.
먹덧의 불안감
'먹덧'의 상황 속에서 체중 증가에 대한 걱정이 컸다. 물론 임신 중에는 자연스럽게 체중이 증가하기 마련이지만, 나는 살이 너무 많이 쪄서 '임신당뇨'나 '임신중독증'에 걸릴까 두려웠다. 이러한 질병은 임산부와 태아 모두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나는 더욱 신경이 곤두섰다. 매일 거울을 보며 내 몸의 변화에 대해 걱정하고, 체중계에 올라가면 불안한 마음이 더욱 커졌다. 특히, 임신 초기 유산이 될 확률이 가장 높다고 하기에 안정기가 올 때까지 나는 우울감과 불안감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입덧이 심한데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이 시간을 지나갈 수 있을까"
고민하며 지내다 우연히 SNS에서 '입덧극복' 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 영상을 보고 나는 아무것도 안 하고 스트레스만 받지 말고 입덧 극복으로 '운동'과 '식단' 모두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도전해 보기로 결심했다. 13주 이전까지는 조심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았다. 요가와 필라테스가 좋은 선택이었지만, 임산부 필라테스의 가격이 부담스러워서 집에서 유튜브를 참고하며 운동했다. 온라인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수업 덕분에,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13주 이후에는 실내 자전거와 스텝퍼를 구입해 조금씩 운동량을 늘려갔다. 이렇게 운동을 하면서 몸과 마음의 변화를 느끼는 것은 큰 위안이 되었다.
식단 또한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다. 나는 요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간편하게 꺼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찾았다. 그래서 '방울토마토', '두유', '삶은 달걀'을 주로 섭취했다. 이 세 가지는 간편하면서도 영양가가 높아, 틈틈이 배고픔을 느낄 때마다 쉽게 먹을 수 있었다. 특히 '방울토마토'와 '두유'는 '먹덧'을 완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사실 운동은 하루에 10분-30분 정도밖에 하지 않았다. 대신 식단은 주말 제외 평일 야식을 끊고 먹고 싶은 음식한끼는 꼭 섭취하며, 나머지 배고플 때마다 '방울토마토'를 먹었는데 이러한 식단 덕분에 20주 차까지 스트레스를 덜 받으며 체중이 5kg 밖에 늘지 않은 것 같다. 대부분 '먹덧'이 오면 이 시기에 10kg 이상 늘어 고민하는 분들이 꽤 많았기 때문에나의 20주 차 목표는 3kg 증가였지만, 5kg 정도면 그래도 반은 성공했다고 생각하며 만족했다.
혹시 '먹덧'의 임산부 라면 '방울토마토', '오이', '당근'처럼 칼로리가 낮은 채소를 본인 입맛에 맞게 찾아 섭취하는 것을 꼭 추천한다.
토덧의 불안감
'먹덧'과는 완전히 다른 '토덧'으로 고생하는 임산부들이 많다. '토덧'의 경우 냄새뿐만 아니라 여러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구토를 하여 음식 섭취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제대로 먹지 못하게 되어 태아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까 하는 걱정이 커진다. 나와 가장 친한 친구가 '토덧'으로 고생하는 모습을 지켜봤는데, 몸무게가 8kg이나 빠지고 영양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따라서 '토덧'이 느껴질 경우, 즉시 산부인과 의사와 상담하여 입덧 약을 받는 것을 권장한다. 친구의 경우 입덧 약이 효과가 있었지만, 이 부분도 개인차가 있어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입덧약의 부작용이 걱정되어 섭취를 안 하는 분들이 많아 '입덧완화음식'을 검색하면 다양한 상품들이 나오는데 그중 가장 흔한 것이 '사탕'이었다. 나도 '토덧'을 하는 친구에게 입덧 사탕을 선물한 적이 있는데 사실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일시적으로 사탕을 물고 있으면 괜찮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친구의 경우 사탕을 원래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지 속이 더 울렁거린다고 했고, 사탕보다는 얼음 형태의 아이스크림이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이렇게 입덧은 많은 임산부들이 겪는 공통적인 경험이지만, 그 고통은 개인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나에게는 특히 '먹덧'과 '침덧'이 심한 증상으로 다가왔고, 이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임신이 원래 이런 건가?" 새삼 깨달음을 얻으며 힘들고 우울한 경험이었지만 이러한 고통의 연속 속에서도 나는 조금씩 내 몸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려 노력했다.
한 유튜브에서 입덧에 관한 영상을 보았는데 입덧의 원인은 아직 명확한 규명이 되지 않았지만 유전, 전반적 건강상태, 임신 중 호르몬의 변화에 대한 반응 등 다양한 이론들을 종합해 보면 결국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기 위한 과정으로 아이를 품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 하는 몸속 신호가 아닐까 라는 말을 보게 되었다.
이 과정이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나 자신과 태아의 건강을 위해 견뎌야 할 일임을 인식하게 되었다. 앞으로도 많은 임산부들이 이 과정을 겪게 될 것인데 현명하게 잘 이겨내기를 바란다. 입덧은 정말 힘든 여정이지만, 그 뒤에는 소중한 생명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러한 경험이 누군가에게 위안이 되고, 함께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