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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이 Dec 18. 2023

지식재산권 논의에 앞선 세 가지 전제 #3

놀이글 & 칼럼

[목차: 저작권 태양계와 원시블랙홀]

◑ Part1. 지식재산권, 무형자산의 사유재산화

♬ 지식재산권 논의에 앞선 세 가지 전제

♬ 무형자산을 사유재산으로 확보하라

♬ 지식재산권: 기업의 의지가 과도해지면(1)

♬ 지식재산권: 기업의 의지가 과도해지면(2)

♬ 지식재산권: 기업의 의지가 과도해지면(3)

♬ 지식재산권: 기업의 의지가 과도해지면(4)

◑ Part2. 저작권 태양계와 원시블랙홀

◑ Part3. 몽상, 예술민주사회주의

소개글 및 상세 목차 더보기


- 그냥 자동차, 휴대폰, 가방을 사는 것이라면 필요 이상 살 필요가 없겠지만, 새로운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을 소비하는 것이면 주기적으로 갈아줄 필요가 생긴다. 그게 자본주의를 굴러가게 한다. 그러니 무형자산을 첨예하게 다룰 방법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 다만 이때만 해도 아직 자본주의와 대비되는 공산주의 체제가 활발히 작동했다. 모두가 전혀 다른 논리로 작동하는 경제나 삶이 있다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 이는 당시를 사는 세계인들에게 자본주의의 가치가 절대적이라는 맹목적인 믿음을 주지는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매년 성장하려면 생산한 제품을 빨리 소비해야 하는데, 제발 펑펑 좀 쓰라고. 자동차를 올해만 사지 말고, 내년에도 사란 말이야!”






“예전에는 짧은 시기 폐허에서 다시 일어서느라 ‘생산, 생산, 생산’을 강조해야 했죠. 많은 것을 잃었던 사람들도 구매력을 회복했고요. 매년 성장을 위해 달려갈 때였어요. 공산주의 진영과 대결을 위해서 체제를 가열차게 운영했다고 해야 할까요? 하기야 공산주의가 없어지고도 전년 대비 지속 성장 압박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죠. 더 심해졌을까요? 성장으로 포화된 곳에서도 어떻게든 성장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무형자산인 지식재산 영역에서도 미개척지가 있다면 미친 듯이 쓸어 담아서 성장의 땔감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었다고 봐요. 성장의 땔감이 된다는 건, 기존에는 그냥 명예 정도로 무형자산을 관리했더라도, 그게 사유재산, 즉 구체적인 돈으로 환산되는 것을 더 안정적으로 제도화하는 것에 주목한 거죠. 이미지가 좋다고 해서 이게 곧 돈이 되진 않으니까요.

그렇게 저작물을 더 안정적으로 돈으로 환산하는 방식을 연구한 거죠. 특허는 말할 것도 없고요.”


“개인정보는 다른 맥락에서 중요해지면서 함부로 쓸 수 없다 보니 그 대가를 지불해야 했고, 퍼블리시티권의 상속 등도 생각해 볼 수 있겠죠. 그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무형자산까지 다 자본주의의 흐름에 귀속시키기 위한 노력이 가속화되었다고 봐요.

대표적으로 광고, 브랜드, 기업 이미지 구축 전략, 저작권의 강화, 퍼블리시티권 등이 떠오르네요. 그게 뭐든 돈이 된다면 재산적 가치를 공고히 하려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어요.”


“창작자를 보호하는 권한을 확립하려 할 때 실질적인 배상이 없다면 유명무실하다고 본 것일까요? 권리를 침해할 시 지나친 형벌로 다스리기보다는 재산권 행사 방식으로 주로 민법에 치중되는 편이 나았을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창작자의 이익에 보탬이 되는 방식으로 저작재산권이든 지식재산권이든 재산권 개념 중심으로 수치화하는 것이 실용적이라, 그런 식으로 흘러간 게 아닐까 해요.”


“사실 손해배상금을 책정할 때도 해당 콘텐츠의 수익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에서 그 작품이 지닌 내재적 가치는 알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하잖아요. 무의식적 표절에 대해서도 그 진위를 알 수 없고 증명하기도 어려우니, 그냥 표면적으로 얼마나 손해를 입었는지를 놓고 단순화하듯이요. 그런 면에서 저작권을 근거로 한 재산권 행사는 자본주의의 투박한 명료성을 닮아있어요.”


“저작권이 저작물의 가치를 보호해 준다고는 하지만, 정작 그 가치가 어느 정도 되는지는 철저하게 돈으로 환산되어 책정하니까요.

하나도 팔리지 않는 실험적인 작품은 사실 수익이 없으니, 배상금 책정이 애매해지죠. 레드 제플린의 히트곡이라면 천문학적인 배상액이 책정되지만요. 그리고 두 작품 사이에 우열을 가리고 가치를 정확히 매긴다는 게 힘드니까 결국 팔린 금액으로 기준을 두는 거겠죠. 투박하지만,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수용하기 편한 논리죠.”


“결국 유형자산이든 무형자산이든 자본주의에서 먹어 치울 수 있는 것이라면, 심지어 청와대 개방 경제효과, 이런 식으로 무엇이든 경제효과란 이름으로 얼마나 가치 있는지 숫자로 매겨서 사고하잖아요. 그게 자본주의를 사는 우리 현대인의 사고방식이고요.”


“무형의 가치를 소유할 수 있다는 전제에 합의하는 게 자본주의이자 자유주의적 시각인 거죠? 그렇게 이해해요, 저는.

예술만 고고하게 고여 있으면 경제 법칙에 부합하기 어렵긴 해요. 예술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려고 해도 연결되는 권리라는 게 재산권만 한 개념이 없죠.”






전후 유럽의 경제 상황이 안정되어 번영을 누리고 성장 속도가 느려졌을 때, 다시 한번 지식재산권의 치열한 확장이 필요했다. 대중음악이 1960년대와 1970년대를 통해 대중에게 선명하게 각인된 때였다. 로큰롤과 할리우드 영화, 베이비붐 세대로 유명한 50년대였을 수도 있지만, 여기서는 1970년대쯤을 지식재산권에서 중요한 시기로 보았다.


“1950~60년대부터 폭발하던 저작 자산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대두되었기 때문이에요.”






다른 분야로 확장해도 맥락이 비슷하다. 예전에는 폐허에서 성장하느라 생산을 통한 성장에 집중하면 되었는데, 포화 상태인 시장에서는 녹록지 않았다. 기업은 늘어나고 소비자의 눈은 높아진다. 무엇보다 자본주의의 특성상 매년 성장해야 한다. 가만히 정체하면 기업 가치는 떨어진다. 그러니 어떻게든 경쟁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시장과 이익을 창출해야 했다.


소비자에게 제품을 각인시키고, 더 사야 하는 이유를 알려주어야 하는 시대였다. 이때부터는 무형자산의 사유재산화도 더 적극적으로 진행된다. 광고, 판촉 마케팅, 브랜드 개발 등등 기업과 제품에 긍정적인 특정 이미지를 이야기처럼 주입해서는 충성 고객을 늘리고 타기업과 차별화하려는 움직임은 강화된다. 단순히 제품을 소비하는 게 아니라, 명품을 소비하고 의미를 소비하는 시대로 진입한 것이다. 매해 아이폰 신형을 사고, 샤넬을 소비하듯이.


그냥 자동차, 휴대폰, 가방을 사는 것이라면 필요 이상 살 필요가 없겠지만, 새로운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을 소비하는 것이면 주기적으로 갈아줄 필요가 생긴다. 그게 자본주의를 굴러가게 한다. 그러니 무형자산을 첨예하게 다룰 방법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런 시기였다.


다만 이때만 해도 아직 자본주의와 대비되는 공산주의 체제가 활발히 작동했다. 모두가 전혀 다른 논리로 작동하는 경제나 삶이 있다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 이는 당시를 사는 세계인들에게 자본주의의 가치가 절대적이라는 맹목적인 믿음을 주지는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본주의의 가치가 가속화하는 것에 ‘약간의’ 걸림돌이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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