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글 & 칼럼
[목차: 저작권 태양계와 원시블랙홀]
◑ Part1. 지식재산권, 무형자산의 사유재산화
♬ 지식재산권 논의에 앞선 세 가지 전제 ~#4
♬ 무형자산을 사유재산으로 확보하라
♬ 지식재산권: 기업의 의지가 과도해지면(1)
♬ 지식재산권: 기업의 의지가 과도해지면(2)
♬ 지식재산권: 기업의 의지가 과도해지면(3)
♬ 지식재산권: 기업의 의지가 과도해지면(4)
◑ Part2. 저작권 태양계와 원시블랙홀
◑ Part3. 몽상, 예술민주사회주의
- 세 번째 전제와 관련된 시기는 1990년대다. 한국처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한 나라의 경우 그 처지가 달라지는 시점을 1990년대로 보았다.
세 번째 전제와 관련된 시기는 1990년대다. 한국처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한 나라의 경우 그 처지가 달라지는 시점을 1990년대로 보았다. 한국의 경우 1990년대 전에는 후발 주자로 따라가다 보니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특허를 주장할 만한 게 선진국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다.
“저작권 등 지식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낮아서 일본의 예능을 베낀다든지, 길거리 차트로 알려진 일명 짬뽕 테이프가 보편화되었다든지, 무허가 외국 도서가 버젓이 인쇄 출판되는 일이 많았죠.”
그러다 한국도 우루과이라운드 등을 통해 국제적 질서에 더 강력하게 결속된다. 그 변화의 흐름에 나라 전체가 몸을 맡겨야 했다. 좋은 점도 있었다. 우리의 입장에서도 지식재산권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공산주의의 붕괴로 신자유주의 질서가 더욱 가속화된 시점이었다.
“자본주의 진영에서는 ‘무형자산으로 사유재산을 확보하라’는 무언의 의지가 뚜렷했어요. 저작권이나 특허권으로 얻는 이득을 따라가 보면 그 수혜를 입은 세력은 특정할 수 있을 만큼 선명해요.”
“특히 선진국의 특허권 주체나 저작권 주체라면 이러한 이해관계가 선명하죠. 더 많은 무형자산을 사유재산화할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발굴 가능한 유산이 적다면 굳이 그럴 이유가 없죠.
후진국 입장에서는 큰 이익을 누리기 어렵지만, 그래도 개인 저작권자라면 어디서든 이것을 통해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다고 하니, 개인적으로 분명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에 합의할 것이고요. 겉으로 보아도 권리를 보호해 주는 좋은 법 같죠.”
“그런데 사실 결과를 놓고 보면 주로 선진국의 이익에 봉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해야 할까요. 옳고 그름을 잠시 뒤로 물리고 본다면요. 주로 큰 자산으로 명시화되는 경우를 보면, 기업 주도로 개발된 기술이거나 창작 저작물일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디즈니 마블의 막대한 저작권료를 떠올려도 될 거예요. 특허는 말할 것도 없고요. 산업적으로 성공할 수준이어야 큰돈이 될 텐데, 할리우드 산업을 떠올려 보세요. 수많은 록스타의 이름은 또 어떤가요? 그들의 히트곡도요. 미국과 유럽 일색이라는 노벨상의 프리미엄은 또 어떻고요.
애초부터 자기 주도권을 놓지 않고 후발 주자를 견제하려는 목적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이 더 많은 혜택을 누릴 가치 체계라는 것이었죠.”
“만일 자본주의 체제가 아니라 공산주의 체제였다면 이런 상황이 오기도 전에 애초에 저작권을 따질 만한 성과도 적었겠지만, 재산권과 상관없이 저작권 윤리가 구축되었겠죠. 성명 표기권에 더 가깝고, 저작인격권 관련해서 창작자에게 개작 허가권을 준다든지 하는 명예에 관련된 권리 쪽에 더 민감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당에 충성하는 작품이었다면 충성스러운 동지를 위한 경의의 표현으로, 권리를 부여했겠죠. 명예와 관련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이 좋다는 의미가 아니라, 재산권과는 전혀 다른 논리의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는 것이죠. ‘무형자산으로 사유재산을 확보하라’기보다는 ‘무형자산으로 당에 재능을 기부하라’는 논리죠. 당과 국가에 기여할 무형자산을 찾는 데에 혈안이 되었겠네요. 아, 그것도 피곤하네요.”
“그나저나 재능이 없는 사람들은 이래저래 서럽군요. 노동을 열심히 하면 존중받는 세상이라고요? 아무리 일해도 나아지는 게 없는데 말이죠. 허리 나가면 그날로 끝이라고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요. 자괴감이 들죠.”
언제나 그렇듯 세상은 개인의 의지가 별 상관없는 것처럼 거대한 조류를 만들며 흘러간다. 정보화 시대도 그랬다. 인터넷을 통해 정보 자산이 전 세계적으로 공유되면서, 저작권 등의 지식재산권 이슈가 보편화되는 시절이 다가왔다.
20세기에서 21세기를 넘어가는 시기였다. 이때에 이르러서야 한국으로서도 세계 경제의 선두 그룹에 속해서 이해관계를 생각하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이견이 있겠지만, 이와 같은 세 가지 전제를 두고 특허권과 저작권으로 대표되는 ‘무형자산의 사유재산화’ 현상을 시민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자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