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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강훈 May 07. 2023

아내 몰래 예약한 정신건강의학과

틀림이 아니라 다를 뿐이다. -공황-

건강한 부부생활이란 무엇일까? 부부싸움을 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부부싸움을 하지 않고 건강하게 부부생활을 하면 되는 것이다. 내가 던진 질문에 답은 있었다.     

하지만 살면서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싸움을 피한다고 될 일도 절대 아니다.     




한동안 깊은 고민에 빠지게 한 사건이 있었다.

서로가 잘 알고 있는 분노의 선을 넘지 않게 최대한 배려하지 못한 채 나의 감정 조절에 실패한 적이 많았다.     

결국, 부부싸움의 불씨가 되고 만다.     

마음과 행동이 다를 뿐이지 나도 잘 알고 있었다.

표현이 서툴다고 말하는 것이 맞겠다.     


부부싸움을 하고 나면 가슴이 늘 먹먹하다. 아니 답답하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못 해서일까? 아내에게 상처가 된 말을 한 것에 대한 죄책감일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내 가슴이 쪼그라드는 기분을 느낄 때가 많았다.

죄를 지은 자의 변명처럼 아내에게 손을 먼저 내밀지 못하고 얼렁뚱땅 넘어가곤 했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겠지 하는 어리석은 생각과 행동들이 나에게 독이 되고 말았다.     




가슴이 아파왔다. 마음의 통증인가? 명치끝이 자주 아파오곤 했다.     

가슴 통증을 자주 느껴 역류성식도염 정도로 생각하고 약으로 통증을 가라앉히고 했다. 며칠 지나 괜찮아 지나 싶더니 가슴의 답답함 밀려오고 자주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병원을 찾아 내시경까지 하였지만 담당 의사는 나의 위와 장은 너무나 깨끗하고 정상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고민을 한 듯 마지막 한 말씀을 더 해주셨다.

아무래도 스트레스로 인한 공황장애 초기증상 같다고 진단을 내렸다.     


“공황장애 초기입니다.”

내 귀를 의심할세라 속으로 웃고 말았다.     

“네? 설마요”


더 이상 들을 이유가 없다 싶어 얼른 자리를 피하고 싶었다.     

내과진료를 받고 공황장애가 있다는 소리를 듣다니......

웬만하면 심각하게 귀를 기울일 텐데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기분이 언짢았다. 의사의 말을 인정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순간 내 머릿속은 이렇게 멀쩡한데 공황이라니......


나를 정신병 취급을 하다니 돌팔이 의사네 이런 생각뿐이었다.     

한 번씩 아내와 작음 다툼으로 부딪힐 때마다 명치가 아파오며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공황장애를 인정하기 어렵지만 분명 나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내 몰래 정신과 병원을 예약했다.

처음엔 정신병이 있는 것도 아닌데 내가 왜? 이제껏 강한 부정을 하며 버텨 온 것이 더 부끄러울 뿐이었다.    

개인이 운영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을 조심스럽게 방문하였다. 입구에서 두리번거리면서 좌우 뒤를 살피며 계단을 올랐다.     


접수창구에서 직원이 물어본다.

“어떻게 오셨어요?”     

이렇게 물어오니 대답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여졌다.


“정신이 이상해서 왔어요.”

“제가 문제가 있어서 왔습니다.”

이런 대답을 할지 고민하다가

“선생님과 상담을 좀 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이렇게 대답하였다.

이내 접수가 이루어지고 내 차례가 되었다.


“들어오세요”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의사 선생님의 묻는 대답에 상세하게 배경을 설명하고 나니 몇 가지 검사를 해야 한다며 서류를 여러 장 건네주시며 자리를 안내해 주셨다.


모의고사 시험을 치르듯이 밀실에서 성의껏 답변을 작성하였다.     

얼마 후 제출한 답변의 결과지를 가지고 상담이 시작되었다.     


스트레스를 동반한 우울증 증상.

극심한 완벽주의에 의한 부담.

주위 시선에 대한 부담감.

가장으로서의 부담감을 많이 가짐.

아내와의 대화에서 언어 선택의 문제.     


담당 선생님께서 공황장애 초기증상은 맞으나 약물치료까지는 필요 없다고 말씀하셨다. 단 스스로 제어할 수 없으면 약물치료가 도움이 된다고 하시며 지금은 스스로 극복하라고 권유하셨다.     


“내려놓아라.”

“먼저 다가가라.”

“말을 하지 않으면 모른다.”     


그리고 부부생활에 있어서 대화가 중요하다. 언어의 선택도 중요하다 하시며 상대를 내리거나 비꼬는 언행을 지양하여야 한다. 이 말은 상대방으로부터 처음 듣는 말이었다.


대화를 할 때 상대에게 뼈 때리는 말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내가 한 말이 사실일지라도 상대가 받을 상처는 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국 나의 행동들이 나에게 돌아와 스트레스를 주고 있었다.

내가 받은 스트레스에 비하면 그 상처를 받은 당사자는 참담할 것이다.  왜 몰랐을까? 정말 몰랐을까?

알고 있기에 내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고 있었다.    




어리석게도 그동안 난 후회할 말들을 하며 자신을 조여 가고 있었다.     


이번을 계기로 나를 내려놓으며 상대를 배려하는 태도(언어)를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

몸에 배어있는 습관들이 하루아침에 바뀌기는 참 힘들다.

하지만 나를 돌아보며 여유를 가지기로 했다.


건강한 부부생활을 위해서라도....... 노력해야 한다.


건강한 부부생활은 시작은 함께 있으면 늘 행복하고 힘이 되어 주는 존재로 서로를 아껴주는 대화 속 일상에서 비롯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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