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쌓인 책상에서 인사드립니다.

어쩌다 에필로그

by 아무

요 며칠 계속 바빴어요.


책상 위에 소복하게 쌓인 먼지들을 보며 다시 일상으로 되돌려진 것을 느낍니다. 스탠드 조명 아래에서 드러나는 먼지를 보면서 자리를 비웠던 며칠이 마치 몇 백 년처럼 느껴졌습니다.


일상으로의 복귀는 천천히 이루어졌습니다. 왜인지 책상 위에 먼지가 그리 기분 나쁘지 않았거든요. 얇은 층을 이루고 있는 먼지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어떤 공간에는 나의 자국이 깊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곳의 공기는 나의 느낌과 색을 담아내고 있죠. 거실 한쪽에 있는 책상이 그런 곳입니다. 책상에 앉을 때면 항상 제자리를 찾은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곤 해요. 공기도 조명도 모두 나에게 딱 알맞은 느낌이거든요.


그래서 그 공간의 먼지는 나의 부재를 켜켜이 기록한 시간의 흔적처럼 느껴졌어요 며칠 만에 책상에 앉았을 때 가볍게 날리는 먼지를 손으로 쓸어보며 오랜만이다, 인사를 했던 것 같아요. 그건 사실 자신에게 한 인사였겠죠. 바쁜 일들이 생길 때면 가장 먼저 내려놓게 되는 것이 이상하게 내가 좋아하는 나더라고요. 그래서 반가웠죠. 먼지 나는 책상에 앉아서 나와 나누는 인사가요. 오랫동안 묵혀둔 이야기보따리를 기다리는 듯한 책상에서 사부작사부작 혼자 잘 놀기 시작했습니다.


다행이죠. 나와 노는 법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바쁘고 신경 쓸 일이 많은 날들이 지나 잔잔한 일상으로 돌아와도 헛헛한 마음이 없습니다. 바쁘면 바쁜 대로 조용하면 조용한 대로 나의 일상이 풍요로울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는 건 참 행복한 일입니다.


글을 매일 써보겠다고 결심한 건 꽤 큰 용기였어요. 그날 올린 글을 다음 날 다시 읽어보면 부끄러움이 밀려왔습니다.(그래서 언제부턴가 안 읽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유익은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고려하는 시간이 짧아졌습니다. 사실 글을 배워본 적이 없기에 수정을 하면서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도 몰랐어요. 그래서 수정을 할 때마다 자신감은 점점 없어지고 쉽게 위축되곤 했죠. 하지만 매일 글을 발행하면서 조금 뻔뻔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글을 쓰는 것에 조금 더 자유로워지고 더 재미있어졌습니다.


하지만 추석을 기점으로 매일 글 쓰는 것이 현실적으로 조금 어려워지기 시작했어요. 긴 연휴 뒤에는 개인사로 조금 바빠졌습니다. 그래서 매일 글쓰기를 지키지 못하는 일에 마음이 불편하더군요. 지키지 못하는 약속으로 마음에 죄책감이 커져갔어요. 앞으로는 지금보다 조금 더 바빠질 것 같아서 아무래도 매일 글 쓰는 연습은 여기서 멈추어야 할 것 같아요.

대신, 지금 올리고 있는 화요일 연재글과 더불어 하나의 주제를 더 추가해서 일주일에 두 번은 글을 써보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계절에 대해 글을 써 볼까 생각 중이에요. 생활이 바빠지고 시간은 없어지더라도 책상 앞에서 사부작거리는 혼자 놀기는 계속하고 싶어요.


이제 책상 위에 먼지를 치워야겠지요? 깨끗하게 비워진 자리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채워보겠습니다. 나를 담는 공간에서 다시 작가님들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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