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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임자 Jul 13. 2023

여기서 우리 엄마가 왜 나와?

그냥 솔직히 말해도 돼

2023. 7. 10.

< 사진 임자 = 글임자 >


"어머님은 아직도 당신이 공무원 그만둔 거 아쉬워하고 계실지 몰라."

"갑자기 무슨 소리야?"

"말씀은 안 하셔도 그럴 수도 있다고."

"무슨 뜬금없는 소리야? 갑자기 왜 우리 엄마가 나오냐고 지금?"


하필이면 그때 예전 근무지를 지나고 있었다.

좀처럼 그런 일이 드문데 왜 그때 부부동반으로 집을 나섰나 모르겠다.

절묘하게도 딱 그곳을 지나면서 남편이 꺼낸 말이 나는 정말 느닷없었다.


"우리 엄마가 아니라 본인이 아쉬운 거 아니야? 또 시작하는 거야?"

"아니, 그럴 수도 있다 이 말이지."

"그러니까 왜 느닷없이 우리 엄마 얘길 하냐고. 엄마가 언제 뭐라고 얘기했어?"

"아니."

"근데 왜 그래?"

결코 엄마는 사위와 그런 종류의 말을 단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을 거라 확신한다.

만에 하나 하더라도 그 대화 상대는 사위가 아니라 당사자인 딸  나 자신이어야 했다.

일 년에 기껏해야 '서 너 번 보는 사위와 장모'다.

언제 그런 말을 주고받을 짬도 없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전화상으로라도 절대 저런 비슷한 말도 하지 않을 사람들이다.

속이 뻔히 보이는 진심, 그건 다시 고개를 드는 남편의 미련일 뿐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물론 남편에게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그 상황에서 아무 상관도 없는 엄마 얘기에 나는 뜨악하기까지 했다.

과연, 나는 얼마나 대단한 짓을 저질러 버렸단 말인가.


"아직도 그 얘기야. 벌써 1년도 넘었어. 또 생각 나?"

"그냥."

"다 지난 일인데 왜 자꾸 그 얘길 하는지 모르겠네."

"난 그냥 어머님이 그런 생각하실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어서."

"우리 엄마 말고 다른 엄마가 그런 생각하시는 건 아닐까?"

나도 모른다. 시어머니가 그런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 어쩐지, 아들과 나에 대해 따로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지 어쩐지 말이다.

또 최근에 주변 사람들한테 무슨 말을 들을 걸까?

아니면 그냥 별생각 없이 남의 엄마를 핑계 삼아 '또다시' 나를 원망하고 싶은 걸까?

그것도 아니면 정말, 순수하게, 나의 예전 근무지를 지나다가  불현듯 생각나서 그냥 한 번 해 본 말이었을까?


"그때 그만 안 뒀으면 어땠을까?"

전에나의 이전 근무지를 지나다가 남편이 그런 말을 했었다.

내가 뭐라고 대꾸해던가.

종종 그 길을 지날 일이 있을 텐데, 앞으로도.

이를 어쩐다?

그렇다고 그 사무실을 다른 데로 옮길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 사람 마음은 이해한다, 진심으로.

결혼 직후 남편이 국가직을 그만둔 후 나 혼자서만 경제활동을 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전혀 모르는 바 아니다.

그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말이다.

내가 원망스러울 수도 있다.

미련이 남을 수도 있다.

그럴 수 있다.

다만 그 주기가 너무 짧아지지 않기를...

더디게 더디게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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