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임자 Jul 19. 2023

아침형 호구가 온다.

어머님,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요?

2023. 7. 18. 나 말고,  어떤 여자가 좋아하는

< 사진 임자 = 글임자 >


"육개장 18 봉지에 42,000원!"

뜬금없이, 난데없이,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그 사람은 내게 '비보'를 알려왔다.

겨우 평일 아침 7시가 막 넘은 시각이었다.

물론 나는 조신하게 아침 영어 공부를 하는 중이었다.

누군가 나의 영역을 침범하려 들었다.

"들어오지 마!"

온 진심을 다해 외쳤다.

"나 지금 공부 중인데 뭐 하러 와?"


"들어 봐 봐, 육개장이 엄청 싸!"

육개장이 뭐라고 해?

"자기 육개장 좋아하잖아?"

내가?

언제?

"이거 지금 특가야 특가!"

특가 안 한 적이 언제 있었냐고?

걸핏하면 특가던데?

나중에 또 특가라고 할걸?

지금 안 산다고 해서 큰 일 안나.

육개장 동날 일 없다고.

지금도 그 회사에선 육개장을 끓여 낼 거야.

"한 번 봐 보라니까?"

아니, 안 보고 싶어.

"좀 사놓을까?"

언젠 나한테 동의 구하고 사셨어?

"당신 육개장 좋아하니까 놔두고 먹어."

또 어떤 여자가 육개장을 좋아하셨을까?

육개장 좋아했던 여자가 누구야 도대체?

추어탕이겠지,

난 추어탕이라고!

유사품으로는 장어탕이 있고!

수국 좋아한 여자는 누구고, 커피 좋아한 여자는 또 누구고, 사이즈 상의 100을 입던 여자는 대체 누구냐고?!

삼자대면 좀 하자.

저스트 어 모먼트,

시간이 언제 되는지, 일단 내 스케줄부터 확인하고.


"넉넉히 사놓고 한 번씩 먹으면 좋잖아."

자주 먹으면 맛도 없고 그런 건 금방 질린다고!

"이거 여러 가지 요리로 해 먹을 수도 있대. 육개장에 국수 넣어서 칼국수 해 먹을 수도 있고."

"그걸 이제 알았어? 그게 육개장 칼국수잖아! 뭔들 못해먹겠어. 그냥 섞어서 만들면 되는 거지."

앗, 또 말려 들고 말았다.

"주문한다!"

"정말 도대체 전생에 못 사서 죽은 구신이 몇이나 한꺼번에 환생한 거야?"


한 때 바람이다.

자고로 남편들치고 한때 쇼핑 바람 안 들었던 이는 없다고 했다.

그 바람이 잠잠해지면 다시 가정의 품으로 돌아온다고 했다.

그러나,

차라리,

안 돌아오면 더 좋겠다, 고 혼자만 생각한다.

이 바람 또한 지나가리라.

그러나,

결혼 12년째 바람이 잠잠해질 기미가 안보이니 이를 어쩐다?

그냥 그 바람과 함께 어디로 멀리 발령이라도 나면 안 될까?

내가 욕심이 너무 지나친 건가?

언감생심,

이번 생에 그런 복이 내게 있으려나.


"벌써 왔나 봐, 진짜 빠르다. 정말 좋은 세상이야."

로켓 발사도 안 했는데 벌써 와버렸다니!

그래,

좋은 세상이야,

뭐든지 사고 싶어 근질거리는 프로 쇼핑러에겐 더없이 좋은 세상이지.

이로써 나는 다시금 그 속담을 뼈저리게 온몸으로 체감했다.

일찍 일어나는 호구가 육개장 특가를 'get'한다...


호구 : 호시탐탐 구매할 때만을 노리는 이를 일컬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