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임자 Sep 09. 2022

추석 연휴 전날 나머지는 민원실이 책임진다.

면사무소의 꽃은 민원실...이라고 생각했다.

22. 9. 9. 퇴근 때 챙겨 오는 명절 선물 세트

< 사진 임자 = 글임자 >


오,

주여!

저를 면사무소를 마지막 문단속하는 직원으로 점찍지 마옵시고,

연휴 전날 퇴근시간까지 홀로 근무하도록

남겨두지 마옵시며,

다만,

다음번 인사이동 시기에 민원실에서 저를 구하소서.


"OO 씨, 시가가 어디야?"

"에덴의 동쪽입니다."

"그래? 멀구먼. 얼른 가서 준비해야지?"

"OO 씨는 시가가 어디지?"

"한반도 서쪽 지방입니다."

"그렇게 안 멀구먼. 퇴근하고 가도 되겠네."

"OO 씨는 결혼 안 했으니까 일찍 퇴근해 봤자 할 일도 없겠네. 6시까지 사무실에 있어도 되겠네."

'그래도 여기서는 빨리 벗어나고 싶어요.'

그의 표정이 간절하게 말하고 있었다.


연휴 전날이니까,

"집이 먼 사람들은 이따가 조금 일찍 퇴근해요."

라고

기관장이 말씀하신다고 한들

철없이 쾌재를 부르며 일찌감치 보따리를 싸들고 일어서는 직원은 한 명도 없다 물론.

말이 그렇다는 거지.

'메타버스'로만 만끽하는 이른 퇴근이다.

그마저도 민원실 차례는 오지도 않는다.


"임자씨!"

'드디어 내 차례도 오는 건가?'

"네!"

"이따가 직원들 다 퇴근하면 마지막에 청사 문단속 잘하고! 마지막까지 자리 잘 지키고 있어야 돼. 민원인이 올지도 모르니까."


행정학을 공부할 때 강사님이 그러셨다.

"공무원의 꽃은 일반행정직!"

이라고 말이다.

그 수가 가장 많기도 하고 두루두루 이곳저곳 거치면서 다양한 경험들을 많이 할 수도 있고 여러 분야에서 일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서 "꽃"씩이나 된다고 하셨다.

내가 느끼기에

"민원실은 면사무소의 꽃이다"

꽃 맞다고 외치고 싶다.

모든 연휴가 시작되는 전날에 마지막 6시 퇴근의 그 순간까지도 얌전히 자리를 지키고 혹시라도 방문할지 모르는 한 명의 민원인을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전 직원이 다 퇴근하고 난 후 마지막으로 창문과 온갖 문들을 단단히 다 잠그고 점검하고 단속을 한다.

특히 종무식이 있는 12월 마지막 날,

시무식이 있는 새해 첫 출근 날,

더욱 간절했다.

10분이라도 일찍 집에 가보고 싶다는 단순한 바람.

다른 직장인들도 종무식과 시무식이 있는 날이면 퇴근이 조금 앞당겨지는 것을 보았다.


나는 소망했다,

민원실 직원에게 가당치도 않은 것을......

퇴근 시간 6시가 넘은 후에 퇴근을 하면 마법이 풀려버리는 신데렐라도 아니면서 헛된 기대를 가끔 했다.

모두들 퇴근하고 덩그러니 혼자 남은 사무실에서 듣는 이가 없기에 더 새와 쥐만 들을 수 있는 말을 하며 세콤 장치를 세팅한다.

"하여튼 면사무소는 내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다니까!"


이전 05화 공무원 장점, 휴가는 남이 가라고 할 때  갈 수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