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래미인 나는 차린이
우리 아버지는 '만수가 만든차'의 홍만수 대표이다.
아버지는 할아버지와 함께 1992년 '삼진산업'이라는 제다 공장으로 시작하여, 지금의 만수가 만든차를 만들었다. 올해로 벌써 30년. 아버지의 장녀인 내가 30살이니, 나는 차로 키워진 아이나 다름없다.
아버지는 녹차일을 하면서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고 하셨다. 일년에 한 번 두 달을 바짝 일해야 하는, 좋기도 힘들기도 한 일이다. 남동생과 내가 조금 자라서 초등학생이 되었을 때는 간간히 녹차일을 도왔다. 찻잎을 나르고 비비고 털고, 포장하는 일.
가마솥에 차를 덖는 일은 오롯이 아버지의 몫이였다.
덖는 일은 힘들다. 차철에도 초여름이 다가오는 날씨가 이어져, 불 앞에 있으면 땀이 비오듯 흐른다.
그런 아버지도 내가 어렸을 땐 젊었다. 30대, 40대.
그렇지만 어느덧 지금은 환갑을 바라보고 있는 나이가 되었다.
아버지는 걱정했다.
아버지의 차밭과 브랜드가 사라질까봐. 그리고 도태되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묻혀버릴까봐.
동생과 나는 저마다 각자의 일을 하고 있고. 나는 일찍 결혼하여 아이들도 있다.
나도 이젠 아버지를 돕고 싶다.
우리 아버지는 정말 차에 진심이기 때문이다. 차를 너무 사랑하고 30년이 지난 지금도 열정이 가득하다.
나는 어릴 때부터 차를 많이 마셨다. 우리 가족에겐 차 마시는 일이 평범한 일상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지 어른이 되고 나서도, 커피는 잘 안마신다. 일할 때도 보온병이나 컵에 차를 마셨다.
나는 차를 잘 모른다. 마실 줄만 안다. 우리 집의 일이니 일상인 차지만, 차에 대해서 우리 아버지가 어른이라면 나는 어린이다. 일명 차린이(차+어린이). 만수가 만든차 브랜드의 열정과 진심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녹차철인 요즘은 거의 매일 차 만드는 과정과 방문한 손님들의 후기, 찻집 딸래미인 나의 일상 등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그리고 조금씩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사람들이 알아주고 있는 것 같아 너무 뿌듯하다.
인스타그램 특성상, 사진 기반인 플랫폼이라 긴 글을 올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나는 인스타그램 팔로워들에게 만수가 만든차의 딸로써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요즘은 '찻집딸래미의 차린이일상'이란 주제로 한 두개씩 글을 올려보고 있는 중인데 그 글을 브런치에서 써보고 싶다. 아무래도 인스타그램에는 만수차 브랜드와 아버지의 일상을 대부분 올리는 게 주가 되다보니, 딸인 나의 의견이나 생각을 피력하기에는 아쉬운 점이 있다.
브런치에서 나의 목표는 만수차의 팬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들과 차에 대해서 나누고 소통하고 싶다.
그들과 차를 마시면서 드는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고, 아버지의 차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싶다.
나의 간절한 바람이 꼭 이루어지길 바라며 첫 페이지를 펼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