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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형민 Jul 06. 2022

왜 퇴사하냐고? 나는 미생이니까.

완생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10년차에 접어들었다. 이 기간동안 나는 한국에서 일본으로, 그리고 6번의 회사를 거쳐 1인 기업가로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였다. 만일 한 회사에서 진득이 있었다면 과장즈음의 위치에 있었을 것이고 어느정도 안정적인 길을 걷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은 나에게 맞는 옷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어느 회사에서나 크든 작든 갈등과 갈증들이 있었고 그 벽을 넘어서는 방법으로 '퇴사'를 꺼내 들었다. 좋은 조건이 있어 이직하거나 또는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부자가 되어 퇴직 할 때는 사람들은 박수를 보내지만 그와 반대되는 경우에는 '실패자'라는 딱지를 붙이고는 한다.


하지만 퇴사는 사회인으로서 할 수 있는 합리적인 선택 중 하나이다. 대게 많은 회사들이 입사 후 3개월에서 6개월을 수습기간으로 간주한다. 이 기간동안 회사와 업무가 본인에 맞는지 서로 확인하자는 취지이다. 그런데 정말 이 기간만으로 우리는 (또는 회사는) 모든 것을 알 수 있을까? 


퇴사는 또 다른 대안이다.


지난 6번의 회사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 (그곳들에게 너무 감사하고 또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도 있다.) 퇴사와 새로운 회사로 옮기는 과정을 거치며 담당하는 영역도 해외영업 → 무역 컨설팅 → 영업지원 → 이커머스(EC)로 변화해 왔다. 그리고 이제서야 나에게 맞는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된 것 같다. 그래서 1인 기업가를 시작 할 수 있었다. 


만일 한 회사에서 오래 머물렀다면 안정적인 위치와 급여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이 나에게 맞는 것인지 아닌지 고민해 볼 틈도 없이 또는 내가 잘하는 것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퇴사를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 험난한 일정을 다시 하는 것이 괴롭기 때문은 아닐까? 이력서를 작성하고, 서류 합격 후 면접을 보고, 합격 후에 다시 회사 분위기와 일을 익히고... 아무리 퇴사와 이직을 반복했던 나라고해서 이러한 과정들이 쉽지만은 않았다. 특출날 것 없는 스펙과 소위 말하는 물경력. 더욱이 일본이라는 낯선 환경에서 외국인으로서 넘을 수 없는 벽 등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이 기간들을 견뎌왔다. 비록 마지막도 퇴사를 하고야 말았지만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 자리에 김형민씨가 있든 누가 있든 상관 없어. 시계가 움직일 수 있도록 톱니바퀴 역할만 해주면 그만이야."


첫 회사 사수였던 김 과장의 말은 지금도 잊을수가 없다. 처음에는 그 말에 큰 충격을 받았지만 지금은 그 뜻이 이해된다. 회사가 필요한건 인성 좋은 사람이 아닌 매출이 나올 수 있도록 만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이다. 모든 관계는 거기에서 시작된다. 


그렇다면 반대 입장에 있는 '나'라는 개인은 어떠한가. 내가 꿈꾸는 미래를 만들어 가는데 있어서 이 회사는 최선의 선택지(마찬가지로 톱니바퀴)가 맞는 것일까? 만일 이 물음에 'NO'라는 대답이 나왔다면 퇴사라는 선택지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완벽한 사람도, 회사도 없다.


"그 좋은 대기업 왜 나왔어요?"

"OO에서 일하고 싶어요"


대기업을 나와 창업에 도전하는 사람의 이야기나 글로벌 기업에 취업하고 싶다는 인터뷰나 통계가 담긴 글들을 이따금씩 마주하게 된다. '대기업=좋은 회사=성공'이라는 프레임이 아직까지 강하게 작용 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런 유토피아 같은 곳은 없다고 마음 먹는 편이 낫다. 어차피 어느 회사를 가든 장단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결국 회사는 다양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곳이니까.


그렇다면 반대로 나는 과연 완벽한 사람일까? 회사에 볼멘소리를 하면서 정작 내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안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급여에 대한 부분이 그러한데, 과연 나는 급여 이상의 가치를 회사에 (또는 시장에) 제공하고 있는지 한번쯤은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나도 회사도 완벽하지 않은 존재들이다. 따라서 일방적으로 누가 잘했거나 잘못했거나 하는 것은 없다. 서로가 그 당시 서로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그러면서 하나, 둘 성장통을 겪으며 성장해 나가는 것이다. 


지난 6번 곳의 회사에 나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었다. 서투른 부분이나 실수하는 부분들이 있었고 나의 공백으로 인한 채용에 대한 (비용)부담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한편 그들 또한 나에게 완벽한 존재가 아니었고, 이번 브런치북 '어쩌다 프로 퇴사러가 되었을까'에서 밝혀 온 내용이 그러한 것들이다.


우리 모두는 미생(未生)이다. 완생(完生)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을 함께 하는 존재로서 나와 회사의 관계가 있는 것이다. 그 가운데 간혹 방향 설정이 잘못 되었다면 또는 새로운 길을 발견하였다면 그에 맞는 선택을 하면 된다.


그러니까 퇴사는 완생으로 가는 과정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선택지 중 하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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