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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리배 Dec 28. 2022

임신하게 좀 더 노력을 해봐-

내가 제일 듣기 싫었던 난임의 말

내가 난임기간 중에 가장 듣기 싫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좋은 소식 없어?"

"엇, 배가 좀 나온 거 같은데...? 아니야?(똥배야 똥배!!)"

"병원은 다니고 있지?"


쓰다 보니 그냥 사람들이 말 거는 게 싫었던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듣고 있으면 표정관리가 가장 힘들었던 말은 '노력하라'는 말이었다. 학교 다닐 때는 열심히 노력해서 공부하라는 말을 들었고 연애를 못할 땐 노력 좀 해서 사람 좀 만나봐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열심히 노력해서 회사에 들어가고 나면 또 열심히 노력해서 집을 사야 한다고 하고... 어김없이 난임의 강을 건너는 중에도 노오력하라는 이야기를 듣곤 했다.




나는 왜 노력하라는 말이 그리도 싫었을까? 그건 이미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노력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정해준 날짜에 진료를 받고 처방받은 약과 주사를 성실히 먹고 찌르고, 먹지 말라는 음식, 먹어야 한다는 음식을 챙겨 먹고 틈틈이 걷기 운동까지. 분명 어떤 이는 이 정도 하면 된다고 하던데 나보다 덜 노력한 듯 보이는 이들이 임신에 성공할 때도 어쩐지 나는 매번 실패할 뿐이었다.


노력한 만큼, 노력한 순서와 양대로 임신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열심히 병원을 다니는 건 나인데 생각지 못하게 아이가 생겼다며 소식을 전하는 사람을 대할 때면 나의 노력이 대체 어디로 간 걸까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 건네는 조언도 좀 더 노력하라는 격려의 말도 그저 듣는 나에겐 수긍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pexels


너의 노력은 이미 충분하다고, 열심히 마음을 다해 기다리지 않아서 아이가 아직 도착 못한 게 아니라 각자의 시간표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누군가 말해줬다면 좋았을 텐데... 사실 나 역시 난 이미 최선을 다하고 있어 각자의 속도가 다른 것뿐이야 생각하기보단 내가 뭘 더 해야 할까, 남보다 못한 게 무엇일까 스스로 다그치곤 했다.


행여 누군가 난임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여, 그 사람에게 더 간절하게 더 많이 노력하라는 말을 하는 것은 이미 아이를 낳은 사람도, 스스로 충분히 노력해서 아이를 만났다 생각하는 사람도 결코 해선 안 되는 말이라 생각한다.


노력, 노오력.

제발 노오력 하라고 그렇게 함부로 말하지 말아 달라고. 당신의 짐작보다 훨씬 더 많은, 혹독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그때의 나는 말하고 싶었다. 6번의 이식실패 이후 기적적으로 자연임신이 되었을 때 누군가 나에게 '방법'이나 '비법'을 물으면 나는 되려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이미 당신은 충분히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우리는 짐작 못할 시간표가 당신이 더 지치기 전에 훌쩍 다가오길 응원하는 것뿐.


그러니 더 노력해야겠다 스스로를 몰아붙이지 말아요.

이미 충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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