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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처럼 부서진다는 것은, 우리가 바다라는 증거겠죠.

by 시온


몇 년간 꾸준히 사용하는 일기장이 있다.


날짜와 요일만 적힌 순백의 문고본 스타일의 독특한 일기장을 매일 펼치고 어떤 생각이든지 일단 각설하고 써 내려가본다. 현재에 나를 허용하는 이 시간만큼은 말없는 노트북에게도 간섭받고 싶지 않다. 따뜻한 오전 7시의 햇빛이 어깨에 쏟아지며 무엇을 쓸지 펜을 돌리다 파도라는 문장이 머리에 스친다.



파도처럼 부서진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렇다면 부서짐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부서지는 나의 형태를 제3자의 시선에서 바라본다면 나는 결국 바다의 형태를 띠고 있을 것이다. 개별적인 물방울은 부서지고 흩어지지만 모든 방울이 모인 바다는 여전히 존재한다.


나의 부서짐은 다른 형태로의 변화일 뿐,

사라짐은 아닐 것이다. 나의 파도에서 모두들 마음껏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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