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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유독 스스로에게 지쳐 있었고 ‘나’라는 타인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하루였다.
가방 안에는 읽고 싶던 책들과 읽어야 하는 책들이 뒤섞여 묵직했다. 그 무게에도 불구하고 욕심쟁이의 나는 읽고 싶었지만 미뤄두었던 잡지를 손에 쥐고 가장 좋아하는 커피 바를 향했다. 운 좋게도 길게 뻗은 바 좌석이 비어 있었고 기울어진 글라스에 담긴 아인슈페너를 주문하며 가져온 잡지를 책상에 펼쳤다.
금세 가게는 사람들로 북적였고 자연스럽게 내가 차지했던 자리를 내어줄 수밖에 없었다. 빈 좌석을 기다리는 손님들을 보고 서둘러 짐을 챙겨 가장 구석자리로 자리를 옮겼다. 충분히 세 명은 앉을 수 있을 만큼 공간이 넓어지자 괜스레 안도하며 읽다 만 하루키의 ‘파스타 공장’이라는 단락으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실례합니다.”
정갈한 소스와 크림으로 장식된 작은 비스킷이 파란 접시에 담겨 내 앞에 놓였다. “빈자리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장님의 감사함은 덤으로 얹어진다.
비스킷 위에는 보이지 않는 마음들이 층층이 쌓여 있었다.
나는 그 탑을 무너뜨리지 않으려는 듯 천천히 한 조각씩 쪼개어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