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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뮈 Oct 27. 2024

9. 수상한 여성

나는 급하게 구급차를 부르고, 집 안에 쓰러져 있는 고모를 불러댔다. 일단 의식이 있는 지 살펴보고 그녀의 집 현관문을 열어야만 했다. 


"고모!! 고모 정신 차려요!! 빨리 일어나봐요!"


나의 크고 다급한 목소리에 놀랐는지 라라패리스 집주인이 나타났다. 결국 집주인의 비상키로 문을 열었다. 뒤 이어 구급차가 도착했고 고모는 결국 병원 응급실로 실려가게 됐다. 


급한대로 병원에서 피검사와 CT촬영까지 마친 후 나는 아빠에게 연락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그러나 겨우 기운을 차린 고모는 그런 나를 필시 막아섰다. 그리고 내 손을 꼭 잡더니 말했다. 


"오늘...일은 그냥 넘어가자. 어차피 병원신세 져야 돼. 지금 괜히 걱정끼쳐드리고 싶지 않아...보나야 우리 집 좀 잘 부탁해. 막 써도 돼. 집안에 가구랑 집기 다 망가져도 되고, 냉장고랑 창고에 있는 먹거리 마음대로 먹어도 돼. 단지. 우리 웅이. 웅이만 잘 봐줘. 나 아니면 봐줄 사람이 없어"


하지만 아무리 백수인 나도 내 생활이라는 것이 있었고, 내 사정이라는 것이 있었다. 고모의 집에서 지내보겠노라고 아빠에게 말을 꺼냈다가 큰 잔소리를 들었던 것도 마음에 걸린데다가 아무래도 지금의 상황은 좀 갑작스러웠다. 


"저도...일이 좀 있어서요. 오늘은 고모 집에 가서 웅이 밥만 챙겨주고 우리집으로 갈께요. 고모 집에서 지내는 것은 아버지와 상의를 해볼께요. 아버지가 아무래도 별로......"


-"내가 아버지한테 잘 말해놓을께. 지금 웅이가 다니던 반려견 유치원도 폐업했고...맡길 곳이 막막해. 내가 맡길 곳을 알아볼테니까....그러니까...당분간만....당분간만....."


고모는 눈물을 흘리며 나에게 절실한 어조로 부탁하고 있었다. 






나는 혼자서 치료를 해야하는 고모를 위해 간호간병 병실로 입원수속을 한 뒤 고모의 집으로 돌아왔다. 아무래도 나이든 고모의 눈물을 보고나니 웅이 밥은 반드시 챙겨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알려준 집 비밀번호를 누르고 라라팰리스 안으로 들어서니 깜짝 놀랐다. 창문 너머로 보던 것보다 훨씬 깔끔하고 아기자기한 집이었다. 라라팰리스 세 개의 건물 사이에는 공용잔디밭이 있었고, 각 집마다 테라스처럼 생긴 전용 베란다가 있었다. 특히 1층 세입자들은 주로 공간을 카페처럼 활용하기 위해 테이블을 놓거나 작은 텃밭을 꾸며놓기도 했다. 작은 울타리 난간을 열면 공용잔디밭으로 이어지는 구조였다. 테라스와 연결돼있는 쪽으로 들어서면 작은 다이닝룸이 나왔는데 고모는 공간을 서재로 만들어 놓았고, 켠에는 웅이의 공간으로 꾸며 놓았다. 


나는 조심스레 이 공간에 들어가 서재의 조명을 켰다. 그 곳에 들어서니 웅이가 몸을 움추리고 겁에 질린 듯 나를 경계하며 쳐다보고 있었다. 중형견 정도의 몸집을 가진 웅이는 자세히 보니 리트리버같기도 하고, 진돗개같기도 하고, 바둑이같기도 한 묘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처음봤을때는 손바닥만한 어린 강아지였는데 어엿한 형님개가 됐으니 참 세월이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이 녀석이 어떤 종인지는 알 수가 없으나 여전히 귀여운 비쥬얼이었다. 사납기보다 겁이 많은 성격같았다. 고모가 걱정할만 했다. 내가 사료를 한 사발 손에 들고 있으니 배가 고픈지 나에게 다가오고 싶어했지만 겁에 질려 꼼짝도 않고 있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고모와 영상통화를 걸어 그 통화 영상을 웅이에게 보여주었다. 


"웅이야. 보나누나 말 잘들어. 엄마는 잠깐 쉬었다가 갈께. 보나누나가 주는 밥 잘 먹어야 돼!"


고모의 다정한 말 소리가 들리자 웅이는 꼬리를 헬리곱터처럼 돌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결국에는 내가 준비한 사료와 물을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귀엽네"


나는 그 자리에서 쭈구려 앉아 흐뭇해하며 웅이가 밥먹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어느 덧 어둠이 깔리고 달님이 창밖으로 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끼익'


"헉 뭐지?" 


'끼익. 끽'


스산한 바람소리와 함꼐 테라스와 연결된 다이닝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는 어떤 이름 모를 한 여인의 형체가 그림자로 비춰왔다. 순간 나는 너무 놀라 뒤로 자빠지고 말았다. 도둑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으아아악! 누...누구세요??"


달빛 사이로 나타난 한 여성의 그림자였다. 


나는 너무 놀라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5:5 가름마에 깡 마른 몸매가 심상치 않았다. 게다가 깐깐해보이는 무테 안경너머로 보이는 그녀의 눈빛은 매서워보였다. 어깨에는 볼품없는 촌스런 등산베낭을 메고 있었고, 무엇보다 그녀의 한 손에는 호미가 들려있었다. 어찌나 몸짓과 손짓이 빠른지 어두운 곳에서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가위손 같았다. 혹시나 일면식없는 나를 해꽃이를 하려는게 아닐지 겁이났다. 



 그러나 그녀는 한심한 눈빛으로나를 위, 아래로 흘겨보더니 가느다란 입술을 뗐다. 


"오랫만에 닿은 독신 고모의 연락은 주고 받는게 아니라던데! 요즘같이 흉흉한 사회에서는 말이야! 오랫만에 친척이 연락한다는 것은 다 돈 때문이지!"


나는 그녀의 냉소적인 첫마디에 다소 어이가 없었다. 


"누...누구세요??절 아세요?"




그러자 그녀는 자신의 5:5가름마를 손으로 훑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그녀의 손에 들려있던 호미는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졌다. 


"아아아악!!!"


나는 너무 놀라 소리를 질렀고 혹시 도둑이 아니면 귀신이 아닐까 싶어서 심장이 마구 뛰며 요동치기 시작했다.


'뭐야. 저 말하는 뽄새는? 누구야 도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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