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맺음말]
하윤이가 어렸을 때는 어떤 손이 오른 손이고 어떤 손이 왼손인지, 숟가락 잡는 법, 운동화 끈 매는법부터 해서 자전거 타는 법까지 아빠가 알려줄 것들이 많이 있었어. 그러다가 학교에 들어가게 되고는 많은 것들을 선생님들이 가르쳐주셔서 별로 알려줄 것들이 없긴 했지만, 그래도 하윤이 보다 아빠가 먼저 태어난 덕분에 먼저 학교에 다니고 조금 미리 배워서 익숙한 것들 예를 들면 구구단이나 수학공식, 암석의 특성 등에 대해 조금씩 알려줄 수가 있었어. 그런데 하윤이가 더 커서 중학교 고학년, 고등학생이 되어서 더 어려운 수학, 영어, 사회, 심화 과학 등을 더욱더 전문적인 선생님들로부터 배우게 되면 더 이상 아빠는 알려줄 것이 없게 되는 건가 싶더라. 지금도 수학, 영어, 수영 등을 아빠 보다 잘 하는데 그런 것들을 아빠보다 다 잘하게 되면 아빠는 더 이상 도움을 줄 수가 없는 것일까? 그럼 학교나 학원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 빼고 하윤이에게 더 알려줘야 할 것은 무엇이고 그 중에 아빠가 알려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하는 생각을 많이 해왔어.
아빠가 살아오면서 ‘아! 이런 건 누가 미리 알려줬더라면 참 좋았을 텐데.’하는 경험들을 모아서 적은 것들이 이 책 속에 들어 있어. ‘누가 미리 알려줬더라면’이라고 쓴 걸 보면, 미리 알았더라면 그렇게 되도록 두지 않았을 일들이 이미 잘못되었거나 되돌리고 싶은 상태로 끝나버린 후에 느낀 감정과 깨달음에 해당된다는 말이겠지. 그럴 때마다 아빠도 실수와 실패 앞에서 실망도 많이 하고 후회도 많이 했었어.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였는데.’하고 말이야. 그런 면에서 이 글은 아빠는 이렇게 이렇게 잘 알아서 잘 했다고 뽐내려고 쓴 글이라기보다, 오히려 아빠는 이렇게 하지 못해서 실수하고 후회했지만 하윤이는 이렇게 하면 아마 후회할 일이 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인생 선배로서 알려주는 자기 고백적인 ‘실패예방법?’이라고 보는 편이 더 맞을 거 같아. 그런 일들이 모두 인생에서 불필요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하지만 굳이 안 해도 될 시행착오를 하윤이도 똑같이 다 경험하지는 않도록 하는 게 우리가 한 걸음 발전해 나가는 것 아니겠니.
모든 자식이 부모 눈에 그리 보이겠지만 하윤이는 엄마, 아빠가 볼 때 너무 훌륭하고 예쁜 사람이야. 그런 네가 훌륭하게 잘 자랄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데, 아빠가 알려줄 수 있는 것들이 별로 많아 보이지는 않는구나.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우리는 사람들에게 그 어떤 것도 가르칠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다만 그들이 자기 안에서 무엇인가를 찾도록 돕는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해. 또 미켈란젤로는 “나는 대리석 안에 들어있는 천사를 보았고, 그가 나올 때까지 돌을 깎아냈다.(I saw the angel in the marble and carved until I set him free.)”라고 말하며 조각을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는 과정’이라고 표현했다고 하고.
아빠가 해야 할 일은 하윤이 손을 잡고 네 안에 있는 그 ‘무언가’를 세상에 오롯이 잘 드러나게 해줄 훌륭한 조각가 선생님들을 찾아다니는 일이 아닐까 싶어. 그 선생님들을 만나러 오가는 길에는 ‘그 돌덩이 밖으로 나온 후에는 과연 무슨 일을 할 것인가?’에 대해 천천히 그리고 진지하게 많은 대화를 나눠야 할 테고. 마지막 한 가지는 네 안에 잠재되어 있는 그 무언가에 대해 어떤 시련에도 흔들리지 않을 강한 믿음을 가지도록 도와주는 것일 거야.
‘스스로를 믿고,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 되거라. 사랑하는 우리 딸 하윤아.
2021. 10. 7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