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6
창밖에는 희붐하게 날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상복을 입은 채로 차에 시동을 걸었다. 옷을 갈아입을 시간이 없었고 어차피 돌아와서 다시 갈아입어야 했다. 상복은 입었다가 벗었다가 하면 못쓴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기억도 있었다. 오전 여섯 시 이십 분. 마음이 다급했다. 여덟 시까지는 줄곧 자는 아이였지만, 아이들에게 변수는 항상 존재했다. 러시아워에 걸리면 곤란했다.
목이 타서 장례식장 건너 편의점 앞에 차를 세웠다. 생수와 커피와 담배와 라이터를 샀다. 편의점 앞에서 담배를 피웠다. 사람들이 힐끗거리며 지나갔다. 누군가는 차창에 고개를 빼꼼히 내놓고 나를 쳐다보았다. 상복을 입고 담배를 피우는 여자는 장례식장에 있어야 했다. 장례식장에 있어도 저런 시선들은 분명 있을 것이다. 나는 반쯤 줄어든 담배를 끄고 다시 차에 올랐다.
코너를 돌아 골목을 빠져나가려는데 차들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 두 개의 차선이 하나로 이어지는 구간이었다. 이곳을 지나가야 큰 도로를 만날 수 있었다. 나는 차 헤드를 조금씩 밀어 넣었다. 직진하는 차들이 아슬아슬하게 앞차와의 거리를 당겼다. 나를 끼워 주지 않으려는 수작이었다. 나는 계속 밀어 넣었다. 누군가는 나 하나쯤 끼워 주겠지. 그러다가 1톤 트럭과 차체가 거의 맞닿을 뻔했다. 트럭 운전석에서 남자가 내렸다. 남자는 내 차로 다가와 창문을 거칠게 두드렸다. 나는 창을 아주 조금 열었다.
“막무가내로 들이대면 어떡해! 이 여자가 아침부터 재수 없게.”
여기저기 클랙슨이 울렸다. 나는 창문을 끝까지 내린 후 말했다.
“그래야 하는 상황도 있어요.”
남자는 내 차림새를 보고 놀란 표정이었다. 나는 남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덧붙였다.
“오늘 저보다 재수 없지는 않으실 텐데.”
아무 말 없이 자신의 차로 돌아간 남자는 내가 앞으로 들어설 수 있도록 기다려 주었다. 배려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동정? 그거라면 익숙하게 받아 온 마음이었다. 배려가 동정에서 비롯된다면 동정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나를 동정할 이유에는 입성만 한 게 없다. 그것 또한 낯설지 않은 시선. 절대 벗어날 수 없는 선입견. 나는 그런 마음들을 합리적으로 이용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남자가 내어 준 길을 따라 골목을 빠져나왔다. 운전대를 붙잡고 있는 손을 펼쳐 보았다. 빨간 손톱을 보자 웃음이 났다. 평생 상복을 입고 살면 인생이 좀 편안해질 것 같아서.
속도를 높였다. 130, 150, 160. 올 때와는 달랐다. 그때도 지금도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지만, 그때는 죽은 사람이었고 지금은 산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