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잠은 마치 부드러운 이불 속에서 나를 감싸는 단꿈 같았지만, 그 끝에는 예기치 못한 깨달음이 숨어 있었다. 나는 아침 햇살을 피하려다 뜻밖의 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어느 날부터 아침이 늦어졌다. 작년 하반기, 긴 숨을 돌릴 기회처럼 백수가 되면서부터였다. 출근길에 허둥대며 일어나던 시간은 이제 필요 없었다. 새벽까지 깨어 있다가 느지막이 눈을 뜨는 날들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런 생활에도 나름의 루틴이 있었다. 블로그에 글을 쓰고, 공감과 댓글을 남기며 이웃들과 소통했다. 취업 관련 정보를 정리하고, 채용 소식을 공유하며, 자기소개서 문항을 분석하는 글을 올렸다. 그 후에는 내 서류도 정리했다. 인적 사항을 정리하고, 자격증과 경력을 정리하며, 자기소개서를 다듬었다. 평생학습관에서 타로와 사주를 배우고, 챗GPT를 익히며 자기 계발에도 시간을 투자했다. 나는 늘 배우고 성장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생활에도 예상치 못한 방해꾼이 있었다. 바로 햇살이었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패턴이 자리 잡으면서, 아침의 빛은 내게 더 이상 상쾌한 존재가 아니었다. 햇살은 얄미운 손길처럼 눈꺼풀 위를 톡톡 두드리며 따끔한 온기를 남겼다. 따뜻한 빛이 얼굴을 감싸는 순간, 실눈을 뜨면 부유하는 먼지들이 반짝이며 공중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커튼을 닫아도, 창 사이로 스며드는 빛은 끈질겼다. 결국 나는 다이소로 향했다. 암막 시트지를 사기 위해서였다. 가볍고 간편한 암막 시트지라면 충분히 해결책이 될 것 같았다.
구매한 시트지는 접착력이 없었기에 물을 분무한 후 신중하게 붙여야 했다. 물방울이 매끈한 표면 위를 굴러다니며 작은 빛을 반사했고, 손끝으로 조심스럽게 밀어붙이자, 습기가 남긴 차가운 감촉이 스며들었다. 창을 덮은 순간, 빛이 순식간에 사라졌고, 방 안은 한순간에 깊은 밤처럼 정적에 잠겼다. 공기마저 무겁게 가라앉았고, 낯선 고요함이 공간을 서서히 잠식했다. 이제야 제대로 된 어둠 속에서 깊이 잠들 수 있었다. 더 이상 아침 햇살에 눈을 찡그리지 않아도 되었다.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햇살을 가리고 나니, 오히려 몸이 더 무거워졌다. 이부자리는 늪처럼 몸을 감쌌고, 눈을 뜨려 해도 묵직한 무게가 나를 짓눌렀다. 머리맡에는 밤새 쌓인 공기가 정체되어 있었고, 깊이 들이마신 숨 사이로 어둠이 남긴 잔향이 은은하게 번졌다. 예전에는 눈을 비비며 어쩔 수 없이 햇살을 맞이했지만, 그 덕분에 몸이 자연스럽게 깨어났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창문을 향해 다시 걸어가 보았다. 어둠 속에 가려진 바깥 풍경이 갑갑하게 느껴졌다. 바람이 불어도 창밖의 움직임을 볼 수 없었다. 한없이 고요하고 텅 빈 곳에서, 나는 어둠이 주는 안락함과 동시에 불안감을 느꼈다.
빛을 가린다고 해서 마음마저 평온해지는 건 아니었다. 때로는 불편함이 성장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깊은 잠을 방해하던 빛은, 어쩌면 나를 일으켜 세우려 했던 건 아닐까. 너무 늦게까지 미뤄두었던 하루의 시작을, 억지로라도 알리려 했던 것은 아닐까. 나는 내가 외면한 그 불편함 속에서 의외의 가치를 발견했다.
결국, 나는 암막 시트지의 일부를 잘라냈다. 완전히 어두운 공간에서 숨 쉬는 것보다, 약간의 빛이 스며드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작은 틈을 내자, 아침이 조금씩 다가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다시금 밝아지는 창을 보며 마음이 가벼워졌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더라도, 하루는 여전히 시작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작을 알리는 작은 빛이 필요하다는 것도.
어둠 속에서 편안해지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때로는 빛이 주는 불편함도 받아들여야 할 순간이 있었다. 햇살이 스친 자리마다 온기가 퍼졌고, 그 미세한 떨림이 나를 현실로 부드럽게 깨웠다. 눈을 감고도 느낄 수 있는 빛의 존재가, 마치 잊고 있던 하루의 시작을 부드럽게 속삭이는 듯했다. 햇살을 차단하고 싶었던 건, 어쩌면 당장 마주해야 할 현실을 잠시나마 미루고 싶었던 건 아닐까. 하지만 하루는 미뤄진다고 해서 사라지는 게 아니었다. 삶은 결국 흐름 속에서 진행되었고, 어둠을 선택하는 것은 빛을 완전히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나는 커튼을 살짝 걷어 올렸다. 창문 틈으로 스며든 빛이 어둠을 조용히 밀어내며 방 안을 물들였다. 어제와 같은 공간이었지만, 그 안의 공기는 전혀 다른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천천히 창문을 열어젖혔다. 바람이 스며들었고, 햇살이 내 피부를 부드럽게 감쌌다. 어둠은 결국 사라지지 않았지만, 그 안에서 빛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창밖을 바라보며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바람이 코끝을 간질이며 새로운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듯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속삭였다. “오늘도, 잘살아 봐야지.”
아침 햇살 한 조각은 조용히 속삭였다. 불편함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답을 찾으라고. 하루의 시작은 창문 틈으로 스며드는 빛처럼 예고 없이 다가오는 법. 중요한 것은 그것을 피할 것인지, 두 팔 벌려 맞이할 것인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