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두 번의 수능 끝에 드디어 원하는 대학교에 합격했다. 3월, 봄이 빼꼼 고개를 내밀었고 나는 남들보다는 1년 늦게 대학교에 입학했다. 첫 등교날엔 오리엔테이션을 듣고, 필요한 책들을 학교 앞 책방에서 구매했다. 모든 것이 신기했다. 대학교 캠퍼스에 서있는 나도, 처음 만나는 동기들도, 밥약을 잡으면 여러 대학생활들을 알려준다는 선배들도. 정말 신기했다. 고등학교에만 있던 나는 우물안의 개구리였구나 생각이 들었던 2016년 3월. 벚꽃이 흩날리기 시작하자 동기들과 약속을 잡아 벚꽃 구경을 가기도 하고, 좋아하는 수업들을 듣고, 모르는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모든 것이 새로웠던 1학기가 끝나고, 차차 학교 가는 길부터 학교 앞 맛집이 익숙해지고, 친한 동기들이 생길 무렵, 친구 한 명에 의해 한 동아리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것은 외국인 교류 프로그램으로, 조를 짜서 외국인 친구들의 한국 문화 체험을 도와주고, 친해지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그곳이었다. 지금 남자친구를 처음 만난 곳.
우리는 같은 조였다. 처음 남친을 봤을 땐, 참 착하고 바르게 생겼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대학교 선배 하면 딱 떠오르는 그런 이미지였다. 맑은 눈과 활짝 웃으면 예쁜 미소, 마른 체격과 적당히 큰 키. 그런데 사실 처음엔 남자친구에게 그닥 큰 관심이 없었다. 훈훈하게 생겼네. 정도로 끝났던 것 같다. 여전히 남친은 그 얘기를 해주면 장난으로 분하다고 말하곤 하지만, 그 때 예쁘장한 얼굴에 별로 관심이 없었던 나였으니. 어쩔 수 없었다.
남자친구는 학교 홍보대사였다. 정말 잘 어울렸다. 학교 홍보대사를 할 것 같은 이미지였다. 깨끗하고 바른 이미지여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프로그램 도중, 어디에서 얘기를 처음 하게 되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외국인 친구들과 놀러갔을 때였던 것 같다. 지금 남친과 학교 홍보대사 얘기를 하게 되었는데, 남자친구가 나에게 “너도 한 번 해볼래? 어울릴 것 같아.”라는 말을 했다. 사실 관심이 아주 없지도 않았기에, 한 번 도전해 보겠다고 얘기했다. 첫만남엔 그 얘기가 다였던 것 같다.
남친의 말에 따르면 처음 나에게 관심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너무 관심이 없어보였다나.. 그럼 나는 항상 말한다. “그 때 관심이 없고 나중에 관심이 생겨서 우리, 지금 타이밍 좋게 결혼도 준비하는 거야 오빠!” 2016년에 대학교에서 처음 만난 우린, 9년이 지난 2025년, 결혼을 할 예정이다. 갑자기 이 브런치북을 연재하는 이유는, 우리의 소중한 순간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서. 사진도 좋지만, 잊고 싶지 않은 남자친구의 말과 행동, 그 분위기들을 기억하기 위해서이다.
이번 브런치북은 나이가 든 나와 남자친구에게 바친다. 우리가 이랬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