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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밥 한 번 먹을까?”

인연의 시작

by 토숭이 Feb 0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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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남친을 처음 만난 후, 우리 사이엔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소위 말하는 아는 오빠와 아는 동생 사이. 딱 그거였다. 서로의 생일에 “생일 축하해~ 오늘 행복하게 보내!”하는, 그런 안부만 주고 받는 사이. 거기서 더 이상의 설명을 붙일 것도 없이 우리는 남남으로 살아갔다.


 오빠의 제안대로 나는 2017년, 학교 홍보대사에 지원했고, 오빠의 한 기수 후배 홍보대사로 활동하게 되었다. 그 때도 남친과의 이성적인 감정은 없었다. 나는 다른 남자친구를 만났고, 오빠는 다른 여자친구를 사귀었다. 가끔 학교에서 마주치면 인사하고, 아주 소소한 안부 정도 묻고 끝났다.


 시간이 흘러 2022년이 되었고, 나는 대학을 졸업했다. 졸업식 때도 남친과 마주칠 기회가 있었지만(오빠도 같은 해에 졸업을 했다), 부모님께서 집에 가자고 하시는 바람에 얼굴도 보지 못했다. 졸업식 날, 했던 카톡이 생각난다. 오빠는 “졸업 축하해! 시간될 때 보자” 라고 했다. 몇 마디의 대화 끝에 오빠가 대기업에 취업을 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 때 당시 취준생이었던 나는 오빠가 참 부러웠던 기억이 난다. 오빠는 나에게 본인이 취업했으니 밥을 한 번 사주겠다고 했지만, 나는 당시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기에, 누군가와 놀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딱 한 마디 했다. “나 취업하면 연락할게, 오빠. 취업한 거 정말 축하해!”


 그리고 1년 가량 흘렀을까. 나는 취업을 했다. 내가 원하는 직장은 아니었지만, 완전히 다른 길로 들어와 버렸지만, 그래도 취업을 했다.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취업했다는 카톡을 돌리던 도중, 갑작스럽게 오빠가 생각이 났다. 가벼운 마음으로, 7년만에 얼굴이나 한 번 볼까, 하는 심정으로(나는 오빠를 한 인간으로서 참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기에, 이성적인 감정이 아닌, 오랜만에 보자는 생각이었다.) 오빠에게 카톡을 했다.


 “오빠, 나 취업했어! 저번에 말한대로 우리 밥 한 번 먹을까?”


 그게 시작이었다. 우리 인연의 시작. 그 한 마디가 우리를 지금 이 자리까지 이끌었다.

 



 우리가 약속한 장소는 수원 행궁동이었다. 오빠는 직장 때문에 수원에 살게 되었는데, 행궁동은 커플만 가는 곳이라고 들었다며, 일하는 1년 동안 한 번도 행궁동에 가보지 못했다고 했다. 나는 커플이 아니라도 여자친구들끼리는 행궁동을 자주 간다며, 행궁동에서 만나자고 했다. 사실 내가 아는 예쁘고 맛있는 식당 대부분이 행궁동에 있었기에 그렇게 말했던 것 같다.


 만나기로 한 날은 아주 추웠다. 살을 에는 듯한 바람에, 얼음같이 찬 공기에 손과 발이 오들오들 떨렸다. 그 날의 공기가 기억이 난다. 아주 찼지만,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은 그런 공기였다. 오빠와 수원역에서 만나 같이 택시를 타고 행궁동에 가기로 했다. 퇴근을 하고 도착한 수원역에서 두리번거리며 오빠를 찾았다. 순간적으로 내 눈이 한 남자에게 꽂혔던 것 같다. 예쁜 쌍커풀과 갈색 눈동자가 매력적인 검은 마스크를 쓴 남자였다. 오빠였다. 오빠에게 천천히 다가가 이름을 불렀다. 짙은 속눈썹 사이로 보이는 오빠의 또렷한 눈이 내 눈과 마주쳤다.


 제일 먼저 들었던 생각은 ‘오빠가 쌍커풀이 있었나?’였다. 분명히 대학생 땐 없었던 것 같은데.. 그 다음으로 오빠가 나에게 말을 걸었을 때 내 귀에 꽂히던 오빠의 목소리였다. ‘오빠 목소리가 원래 이랬나?’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나는 혼자 생각을 하고 있었다. 몇 마디 끝에 올려다 본 오빠를 보며 난 생각했다. ‘오빠가 이런 모습이었구나!’


 그렇게 수많은 생각을 마음 속에 꾹꾹 눌러담은 채 우리는 행궁동으로 가는 택시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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