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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음 Feb 05. 2024

VERSE BUS BIRTH

 C세대라는 용어가 나올 때만 해도 나는 그런 세상이 진짜 올 줄 알았다. 사실 기다리고 있기도 한 것 같다. 방 안에 앉아서 메타든지 멀티든지 어쨌든 그 버스라는 것에 어떻게 탑승하느냐가 문제였을 뿐이다. 그러나 누군가 야심차게 예견한 이 세대는 싱겁게 풀이 죽고 말았다. 가상공간에서 머무는 시간이 리얼월드보다 많아질 것이라는 예언은 지금으로서는 빗나갔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내 생각으로 원인 중의 하나가 돈이다. 가상이라기에 가상인 줄 알았지 현실과 똑같이 자본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줄 내가 알았겠는가 말이다. 돈이 드는 줄은, 그것도 많은 돈이 드는 줄은 몰랐다는 소리다. 블록체인을 중심으로 하는 크립토 경제체계라니 무슨 크립톤 행성 같은 얘기를. 풀어서 얘기하면 나가서 돈을 버는 게 더 쉽다는 뜻이다.


 역병이 지나가자 영원히 집에 있을 것 같던 사람들이 기어나가기 시작했다.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뒤집히는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비싼 디바이스나 VR 글라스 같은 웨어러블 기기, 그리고 고양이는 집에 남았다. 책만 봐도 그렇다. 미국의 조사에서 보면 종이책의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전자책은 처음으로 줄어드는 모습이다. 쭉 종이책이 7:3으로 우세해왔으니 그 안에서 그렇다는 소리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추세가 그렇다. 책으로 대표되는 전통미디어의 부활이다. 젊은 애들에게 물어보라고? 22년 미국의 통계를 보면 청소년 종이책의 판매량이 46.86%로 가장 큰 증가량을 보인다. 하, 이 쯤되면 빼박이다. 단적인 예로 보더라도 사람들이 그 버스에서 내리고 있는 게 맞다. 


 고양이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팬데믹이 시작되고 고양이의 입양이 늘어났다는 믿을 만한 보고서가 있다.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동물 보호소의 데이터다. 다 알고 있는 그 이유 때문이다. 격리에 최적회 된 동물이라는 것이다. 우리 집 미루로 본다면 격리뿐 아니라 가상세계에 최적화된 고양이인 것 같기도 하다. 분명히 눈앞에 있기는 한데 만져지지 않는달까. 전에는 관상용 고양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미러월드를 어슬렁거리는 미러고양이가 아닌가 싶다. 나는 그런 세상이 알았던 거다.


 팬데믹과 고양이 얘기가 나온 김에 한 가지 얘기를 더 하고 싶다. 미국의 NCBI에서 21년 10월에 한 설문조사가 있다. 왜 또 미국이냐고? 설문에 진심인 미국의 발 빠른 데이터를 따리 잡을 보고서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동물에 있어서는 더 그렇다. NCBI만 해도 생물공학에 관한 정부기관이다. 이 설문은 이유서베이 온라인 플랫폼 버전 1.5를 사용하여 유럽 연합의 지원으로 전 세계를 상대로 조사됐다고 한다. 체계적이고 결과에 논란이 없다. 적어도 가가호호 방문하여 조사자가 수기로 기입하는 시스템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렇게나 거창하게 조사한 설문의 목적은 '고양이의 복지'였다. 한 마디로 말하면, 팬데믹 동안 댁의 고양이는 안녕하신가? 에 대한 질문이다. 


 결과적으로 안녕하시다고 한다. 인간이 오랜 시간 집에 머물게 되면서 인간 자체보다 고양이와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질문들인 것이다. 뭐 사람도 조금 고려하고 있긴 하다. 수많은 문항이 주르륵 있는 중에 몇 개는 그렇다. 당신은 댁의 고양이를 잘 돌볼 수 있는 상태인가를 묻는 질문이다. 아무튼 관심사는 고양이다. 낮의 집은 고양이의 영역이 맞다. 그 영역에 눌러앉으려면 허락이 필요한 게 당연하다. 내가 말하지 않았는가. 미루 녀석은 나를 고양이거나 꿔다 논 사람쯤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이다. 


 이 시대는 여론이 경향을 앞서간다고 본다. 유도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내가 중학교 때만 해도 중2가 무서워서 북한군이 못 쳐들어 온다기에 우리는 나라를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사명감을 가지고 막 나갔었다. 출산율도 그렇다. 딩크라고 이름까지 지어줘 가며 부추기니 안 낳는 게 당연한 것 같아진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침소봉대가 딱 요즘 여론에 맞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이것도 그런 줄 알았다. 인류의 역사는 격리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기에 그럴 줄 알았던 거다. 나는 그냥 룸펜이 아닌 C세대로 새로 태어나기를 꿈꿨던 것 같다. 요즘 같은 디지털의 진화 속도로 보건데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그러나 할 말이 없는 것은, 이 진화한 버스에 탑승할 준비가 돼 있는 것도 아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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