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베를린

과거를 기억하고 뉘우치고 활용하는 방법이란

by 감백프로

지금회사에 입사한지 약 8개월 뒤 2019년 8월말 첫 휴가를 독일과 네덜란드로 가게 되었다. 전체일정은 베를린-퀠른-암스테르담이었다.

이 중 베를린을 가보고자 했던 이유는 베를린 장벽의 흔적을 보고싶은 것이었다.

약 2년간 적도기니와 한국을 왔다갔다 하면서 모은 마일리지와 신용카드 사용으로 적립된 마일리지를 합산하여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에 탑승하여 우선 프랑크푸르트로 날아갔다.

출발직전 부서 막내로서 일욕심과 회사 특유의 공공스러운 분위기에 적응한다고 이리치이고 저리치이고 불평불만이 많았을 때여서인지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에 탑승하는 순간 나에게 주는 큰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회사직원들은 못타보는 비즈니스좌석을 난 타고있다는 속좁은 심리상태로 자기만족을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난 한심했었다.


프랑크푸르트에 저녁시간 대에 도착해서 중앙역 인간 호텔에서 1박을 하고, 고속열차를 약 4시간동안 타고 베를린에 도착했다.

베를린에 도착해서 숙소를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였는데, 철골구조에 그리스 기둥양식 중 하나인 이오니아식 기둥 주두를 적용한 걸 보고 신기해서 사진으로 남겨놨었다.

숙소에서 짐을 풀고 나서 처음으로 간 곳은 베를린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 문이었다.

베를린에 도착했다는 인증사진을 문 앞에서 찍었다.

그리고 나서 간 곳은 ‘홀로코스트 메모리얼’이라는 곳이었다.

과거 세계대전 당시 나치정권에 의해 학살된 수많은 유태인들을 추모하는 목적으로 조성된 곳으로서, 크고 작은 관 모양의 조형물들로 구성되었다. 조형물들 사이사이로 들어갈 때 조형물의 높이로 인해 들어오는 햇빛의 양이 줄어들었는데, 조형물과 빛의 양은 그 당시 비극적인 시대를 간접적으로 표현해주는 것과 같았다.

의미를 모르고 보면 그저 큰 돌덩이들의 모임이겠지만, 과거의 잘못을 조형물들을 통해 오랫동안 기억하고 뉘우치고자 하는 독일인들의 모습에 본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나서 베를린 장벽의 흔적이 있는 곳들을 찾아가서 실제 장벽의 두께와 높이를 체감하고 왔다. 막상 보니 엄청 거대하지 않았으며, 마음먹기에 따라서 금방 넘어갈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대전 이후 강대국들의 진영논리에 의해 나라와 도시가 둘로 갈라지고 이를 장벽으로 구분지었다는 거 자체가 허무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러한 과거를 장벽의 일부를 보존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쉽게 체감할 수 있도록 한 독일인들의 노력에 본받아야함은 물론 감명까지 받았다.


전쟁과 분단을 기억하는 독일인들의 모습과 흔적을 보고난 다음, 학부시절 동고동락한 베를린 현지에서 건축설계 업무를 하는 동기를 만나 근황 등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동기와 내가 공통적으로 나왔단 말은 학교다닐 때가 가장 좋았다는 말이었다. 꿈을 가지고 독일에 정착해서 하고싶은 일을 하는 동기나 가고싶었던 회사에서 일을 하는 내 자신이나 막상 먹고살라고 일을 하고 있기에 어디에 있는지를 떠나 힘든건 매 한가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베를린에서 둘째날이 되고 베를린 박물관섬에 있는 페르가몬 박물관을 가게 되었다. 18세기 중후반 독일이 오스만제국 일대가 혼란스러운 틈을 타서 현지에 있는 그리스, 로마시대 유물들을 베를린으로 가져와 조성한 박물관으로서, 페르가몬 제단 등 실제 크기의 건축물이 박물관 내부에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박물관이었다.

페르가몬 제단을 비롯한 말레토스 시장문, 이스타르 문 등 실제크기의 그 당시 건축물을 옮겨와 박물관 내부에 조성을 한 걸 보고, 18세기 중후반 유럽 강대국들의 약탈의 잔인함과 동시에 관광대국으로서의 모습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날씨와 지형 특성상 목조건축물 위주로 조성되어 자연재해와 전쟁등으로 그 흔적이 없는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박물관을 둘러보고 베를린 시내 곳곳에 더블스킨입면으로 구성된 건축물들을 보게 되었는데, 학부시절에 환경친화건축이라는 수업에서 들었던 패시브요소들을 실제로 볼 수 있어서 이상적인 기법이 아니구나 라는걸 느꼈다. 우리나라의 고온다습하고 사계절이 뚜렷한 곳에서는 적용하기가 쉽지 않은 기법이지만, 건축물 자체로 에너지사용량을 줄이고, 자연요소로 채광, 환기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독일인들의 모습에 감명을 받을뻔 했다.

왜냐하면, 독일인들은 막상 추우면 추운대로 옷을 껴입는다 하고, 여름에 기온이 일정수준 이상 상승하면 법적으로 시원한 물을 비치하여 더위를 예방하기 때문이다. 즉 사용자 스스로의 노력이 동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름에 미친 듯이 덥고, 겨울에 미친 듯이 추운 우리나라의 기후환경과 성격급하고 추진력이 상당한 대한민국 사람들의 정서와는 영 맞지 않기 때문이다.

앞 선 여행들처럼 N포털사이트 유럽여행 카페에서 베를린으로 여행온 한국인들과 컨택하여 현지 로컬 맥주집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베를린에서의 여행을 마무리 하고, 하리보가 태어난 퀠른으로 갈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이전 14화14. 아말피 해안과 살레르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