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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너빈 Jan 15. 2024

16년 다닌 직장 퇴사하고 글 쓴다니 웃는 녀석들.

그래도 그제는 하루에 만 명이 읽어줬다고!

고등학교 자퇴. 중학교 때부터 놓은 공부. 늦은 나이 재수해서 기껏 들어간 대학은 닭농장 옆에 있던 전문대. 사회생활 첫 발도 소기업 계약직. 회사택시 하는 아버지. 이혼한 부모님. 물려줄 돈 한 푼 없는 부모. 빚만 있는 상태에서 한 결혼. 그 와중에 퇴사한 40대 중반을 바라보고 있는 나.


이 정도면 대충 저에 대한 설명이 되었으려나요. 예전에 한 친구가 저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너는 진짜 내일 없이 사는 애 같아.

라고 말이죠.


네, 한 때는 그랬습니다. 무슨 희망이 있었겠나요. 집이 없어 박스하나 들고 이 집 저 집 얹혀살던 시절이었는데요. 인생 막살았습니다. 당시엔 고등학교 다니는 것도 사치였습니다. 그래도 20대 중반을 바라보던 그때,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어 재수학원을 등록해서 공부를 시작해서 대학도 들어갔습니다.


직장생활을 16년을 했고, 전 세계에 퍼져있는 외국계회사에 입사해도 친구들의 저에 대한 이미지는 바뀌지 않더군요. 심지어 제가 첫 직장을 입사할 당시, 축하한다며 가진 술자리에서도 네가 3개월 버티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는 녀석도 있었습니다.


내 행동거지를 탓해야겠죠. 누구 탓을 하겠습니까.

이번에 수많은 고민을 하고 16년 된 회사원을 박차고 나온 후 글을 쓴다고 하니 비웃는 건 아니지만, 웃습니다. 실제로 웃었습니다. 내 과거의 모습이 이렇게나 저들에겐 강렬했었나 싶기도 하고, 이 타이밍에 욱하면 그것도 없어 보일 거 같고.


책을 냈던 작가처럼 멋들어진 글을 쓰지도 못하고, 고상한 주제를 가지고 쓰지도 못합니다. 그저 살아온 인생 속에서 나름 가지고 있던 개똥철학을, 특별한 이벤트들을 써보고 있습니다. 누가 읽지 않아도 만족합니다. 한 번씩 제가 쓴 글들을 읽어보면 나름 재미있더라고요.


인생에서 한 번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지만, 그래도 이틀 전에는 어쩐 일인지 제 글을 하루에 만 명이 넘게 읽어주셨더라고요.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최소한 그날 하루는 만 명의 사람들에게 내 글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는 거니까요.


풍족한 집도 아니었고, 지금 현재도 풍족하지 않지만 그래도 내 영혼의 단짝인 아내와 알콩달콩 즐겁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돈에 대한 미련도 어느 정도 내려놓았습니다. 인생 살면서 돈이 중요하긴 하지만 돈이 많다고 무조건적으로 행복하지는 않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죠.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훨씬 뒤에서 출발했기에 앞만 보며 달린 지난날들이 있습니다. 달린 만큼 성공하지도 못했습니다. 지난 16년 간 직장생활을 하며 받은 스트레스, 날 서 있던 성격, 예민 등등. 월급과 맞바꾸며 주변사람들을 힘들게 했구나 라는 생각을 간혹 합니다. 일을 아예 안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지난날처럼 연봉을 좇아가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일에 내 인생을 더는 낭비하고 싶지 않은 것뿐입니다.


제 프로필 소개글에 있는 것처럼 예전엔 1년 뒤의 내가 명확했지만, 이제는 1년 뒤의 내 모습이 궁금해집니다. 어떤 모습일까. 그때도 백수이려나? 16년 간 했던 그 일을 다시 할고 있을까? 전혀 다른 분야의 일을 하고 있을까?...


어떤 모습이 되었든, 수많은 모습 중의 하나라도 결국 저의 선택에 따른 결과입니다. 제 지난 16년의 직장생활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주었듯. 선택에 후회는 하지 않으려 합니다. 좀 더 나은 선택이었다고 회상할 수 있게끔 지금의 위치에서, 지금의 시간에서 노력해보려고 합니다.


간혹 재미없을 수도 있습니다.

간혹 내용이 거칠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손발이 오글거릴 수도 있습니다.

또는 부정적일 수도 있습니다.


그 어느 형태의 글이건 모두 저란 사람의 경험과 머리에서 나오는 글들이니 킬링타임용으로나마 한 번씩 오며 가며 읽어봐 주시면 감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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