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담 Jun 15. 2024

당신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

용기만 내면 된다

거리에서 환경미화원이 묵묵히 쓰레기를 주워 담고 있다. 가만히 지켜본다. 집게로 하나하나 집어 올려 담는 모습에 숙연해진다. 과장되거나 주저함이 없는 그의 행동이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인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서 최선을 다하는 장면이다. 누군가는 해야 할 꼭 필요한 일을 하는 모든 분들이 어떤 경우에도 결코 혼자라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드러내지 않아도 소리 없이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음을 알려주고 싶다. 

    

사륜 오토바이에 몸을 싣고 읍내로 향하는 어르신이 보인다. 뒤에는 평생을 함께 해온 아내가 타고 있다. 현시점에서 어딘가로 갈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편한 방법으로 당당하고 덤덤하게 이동한다. 주름진 얼굴에 구부정한 어깨는 어르신이 걸어온 한평생을 그대로 보여 주는 듯하다. 분명 집에는 두 분만 계신다. 자식이 있어도 가까이 있지 않으면 외롭고 힘든 날들은 어쩔 수 없다. 남편에 의지해 함께 읍내로 나가시는 아주머니의 모습에도 세월의 굽이굽이 고갯길을 넘어온 흔적이 고스란히 스며있다. 그래도 두 분이 함께 갈 수 있는 길이라 외로움은 덜하다. 곁에 의지할 누군가 있으면 생의 여정은 가볍고 든든하다. 

     

장애인 복지관에 다니는 두 친구가 있다. 농장 체험을 계기로 알게 된 후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는다. 주로 두 친구가 먼저 전화를 한다. 용건은 하나다. "복지관에 언제 오세요?" "보고 싶어요"다. 이른 아침에도 전화하고 한낮에도 전화한다. 전화가 오면 반갑게 받는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하고 있는 일을 물어봐 주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뭐든 잘하고 있다며 칭찬해 주는 사람을 부른다. 복지관 카페에서 파는 커피와 빵을 나눠먹는 즐거움도 크다. 다른 친구들도 모여든다. 덩달아 목소리가 커지고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모두 즐겁게 웃고 떠든다. 그들이 부르면 언제든 달려간다. 혼자라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들지 않도록.     


오후 시간, 읍내 가는 길에 하교하는 학생들을 많이 만난다. 대부분 삼삼오오 왁자지껄 다니지만 혼자 걷고 있는 학생들에게 눈길이 간다. 고민이 있는 얼굴, 화가 난 얼굴, 지친 표정의 얼굴, 찌푸린 얼굴, 멍한 표정의 얼굴들이 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메고 있는 가방은 말 못 한 사연들이 가득 담겨 있는 듯 축 처져 있다. 넘치는 에너지와 충만한 호기심, 펄떡이는 미래를 위한 푸르름의 출발선에서 너무 힘겨워 보인다. 안쓰럽다. 달려가 말해주고 싶다. 지금의 무게를 혼자 견뎌내려 애쓰지 말라고. 어떤 경우에라도 절대 혼자가 아님을 명심하라고. 어딘가에 진심으로 응원하며 힘이 되어 줄 사람이 있음을 잊지 말고 용기 내서 문을 두드리라고.  


지역에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다.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향하는 그들을 본다. 먼 이국땅에서 가족과 자신의 미래를 위해 땀 흘려 일하는 그들의 모습이 애잔하다. 모든 게 낯설고 어색하겠지만 사람 사는 세상은 다 똑같은 곳이란 믿음을 확인하는 날들이면 좋겠다. 혹여나 부당한 대우와 차별로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면 너무 아파하지 말고 누군가를 찾아 나서라 일러주고 싶다. 보이지 않더라도 당신들을 이해하고 성원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편의점 앞 파라솔 아래 중년의 사내가 앉아있다. 수심 가득한 얼굴이다. 깊게 빨아들이다 고개 들어 내뿜는 담배 연기가 가뭇없이 사라진다. 짓누르는 뭔가를 덜어내고 날려 버리려는 듯 연신 담배 연기를 뿜어낸다. 무슨 문제인지 알 수 없지만 많이 힘들어 보인다. 힘든 순간이 담배 연기처럼 허공 속으로 흔적 없이 흩어져 버리면 좋으련만 쉽지 않아 보인다. 벌떡 일어나 생각나는 누군가를 불러내 술 한잔 기울이며 하소연을 하거나 넋두리를 쏟아 내길 바란다.  

   

혼자 밥을 먹는 사람, 혼자 일을 하는 사람, 혼자 어디론가 가는 사람, 혼자 남아 있는 사람이 많다. 어쩌다 보니 지금 혼자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주어졌다. 혼자 있고 싶고 혼자 생각하고 싶을 때도 있다. 단,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안 된다. 언제든 곁에 있는 누군가를 찾아내고 불러내며 손을 내밀어야 한다.

부르지 않으면 쉽게 오지 않는다. 말하지 않으면 누구도 자신의 마음속을 쉽게 들여다볼 수 없다. 함께 있고 싶거나 도움이 필요하다면 먼저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가야 한다. 혼자인 자신을 안아주고 일으켜 주며 감싸주고 믿어주는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 위로가 되고 힘이 되며 희망이 되는 누군가가 바로 옆에 있다.      

용기만 내면 된다. 용기를 내서 내 곁에 아무도 없다는 우울과 비관에 스스로를 가두지 말아야 한다. 

당신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