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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담 Jul 19. 2024

사람에게서 피는 꽃-친절(1)

참 친절한 사람들

오늘 문득 친절한 누군가를 만났다면 큰 행운이요 선물이다. 마음이 저절로 따뜻해지고 환해진다. 친절함의 대상이 내가 되어도 좋지만 다른 사람 사이의 친절한 모습도 흐뭇한 광경이다.


읍내에 조그만 철물점이 있다. 아주머니께서 가게를 보고 계신다. 자질구레한 물건들을 사러 가끔씩 들른다. 찾는 물건이 없어 그냥 나올 때도 있다. 어느 경우든 아주머니는 문밖까지 나오셔서 차가 출발할 때까지 기다리다 인사를 하신다. 늘 한결같다.


주문한 물건을 정기적으로 배달해 주는 사람은 볼 때마다 기분이 좋다. 문을 열기 전 들리는 노크 소리에서 느껴지는 공손함이 남다르다. 인사하는 모습엔 겸손이 묻어 있다. 물건을 전해 주며 다시 인사한다. 종종 용무를 마치고 나가면서도 노크를 한다. 친절이 몸에 밴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절로 미소가 머금어진다.


가장 붐비는 시간에 마트에 갔다. 맥주만 한 팩 사서 계산대로 향했다. 물건을 가득 담은 카트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바로 앞 손님의 카트도 물건이 넘쳐난다. 계산하는 데도 한참 걸릴 듯하다. 체념하고 있는 데, 앞에 손님이 뒤를 보더니 선뜻 먼저 계산하라고 하신다. 많이 기다려 힘든데도 양보해 주신 친절에 고개 숙여 감사드렸다. 별거 아닌 듯해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하찮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실천에 옮기기는 더 힘들다. 그분의 작은 친절이 더 고마운 이유다.


관공서나 은행에 업무를 보러 가면 유독 친절한 직원이 눈에 띈다. 밝게 웃는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하며 맞이해 준다. 저절로 공손해지며 깍듯이 응대한다. 무슨 일이든 잘 풀릴 거란 믿음이 생긴다. 그 직원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 저절로 일어난다.


처음 식당을 선택할 때 기준은 맛집이다. 다음 선택 기준은 재료의 원산지다. 재방문을 결정하는 최종 열쇠는 친절이다. 아무리 음식이 맛있고 좋은 재료를 써도 친절하지 않으면 다시는 찾지 않는다. 음식 맛은 사람이 좌우한다. 기분 좋게 먹고 나올 수 있는 식당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안타깝다. 친절은 음식의 맛과 분위기와 단골을 만드는 최고의 양념이다.


농장 일과 관련된 재료를 사기 위해 자주 들르는 가게가 있다. 그곳엔 늘 활짝 웃는 얼굴로 부지런히 움직이는 점원이 있다. 카운터에 필요한 물건을 말하면 어느새 움직여 물건을 가져다준다. 웃음은 여전하다. 말보다 웃음이 많은 사람은 그 자체로 사람을 기분 좋게 한다. 웃음으로 보여주는 친절에 즐거움은 배가 된다. 나도 덩달아 계속 웃는다.


가전매장을 방문했다. 목이 말랐다. 커피와 음료를 준비해 둔 곳으로 갔다. 모르는 신사 한 분이 음료를 따르더니 나에게 건넸다. 저절로 우러난 배려와 친절에 조금 당황했다. 음료를 마시기 전 갈증은 벌써 사라졌다. 뜻밖의 친절에 감동은 진한 여운으로 남았다.


택시가 멈춘다. 손님 쪽 문은 열리지 않고 운전석 문이 열린다. 기사님이 재빠르게 조수석 뒷 문을 열고 내리는 손님의 손을 잡아드린다. 조심스레 짐까지 내려드린다. 구부정한 허리에 불편한 몸으로 읍내를 다녀온 어르신이 친절한 기사님 덕분에 즐거워 보이신다.


잘 아는 사람이 있다. 그는 참 친절하지만 아무에게나 친절을 베풀지 않는다. 그가 유독 친절하게 대하는 사람들은 사회 통념상 약자들이다. 약자들을 대하는 그의 모습은 꾸밈이 없고 예의 바르며 공손하다. 어느 곳, 어느 순간에도 마음을 편하게 해 준다. 그들이 하고 있는 일에 긍지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말을 해 준다.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친절하다. 멋진 사람이다.


친절은 배려요, 사랑이다. 친절은 관심이요, 표현이다. 친절은 겸손이요, 여유다. 친절은 사소하고 소박한 양분으로 자라난다. 친절은 사람 사이에 피어 나는 향기로운 꽃이다. 친절이란 꽃이 사시사철 곳곳에 피어나는 세상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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