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빛의 여정 32화

장편소설 빛의 여정 32화 / 4장 아보의 이단 추적대

by 포텐조

장편소설 빛의 여정 32화 / 4장 아보의 이단 추적대



베일런이 벽난로에 나무조각 몇 개를 넣으며 계속 타오르게 했다. 그는 로이딘과 시테온, 루네에게 아무 맛도 느낄 수 없었던 겨울 수수스프를 내놓았다. 입안 가득 풀리지 않는 작은 빵덩이들이 성가셨다. 그래도 잠시의 허기를 채울 수 있다면 감지덕지했다. 베일런이 자연스레 이야기를 했다.


"영원한 추위가 계속되고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기도를 하고 기적을 바란 지 아시오?"

그 말을 하며 베일런은 남은 좌석에 앉았다. 로이딘 일행의 시선이 베일런에게 갔다. 그는 말을 이었다.

"로이딘? 자네가 궁금한 것은 내게 물어보면 어느정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보네만, 백야의 밤에 내리 꽂히는 수많은 빛들이 별똥별이 아니라, 그 분의 육신임을 나는 이미 알고 있었소. 다만 무슨 일이 벌어질 지는 피조물인 우리가 어찌 감히 알겠는가? 피데라께서 대륙으로 떨어지시고 정신나간 천재들이 육체의 조각을 태우는 것으로 추위를 이겨내려 했던 순간부터 문제가 시작된거야.


로이딘이 물었다.

"그러면 제가 집은 조각이 정확히 피데라의 조각 중 하나인 건가요? 저는 꿈에서도.." 그는 만신전을 떠나 동굴에서 잠을 청할 때 체험했던 피데라와의 만남에서, 베일런이 말한 그대로 자신의 육체를 불태우고 있음을 피데라 자신이 직접 언급한 사실을 베일런에게 들려주었다. 베일런은 오묘한 표정을 짓더니 답변했다.

"허! 솔직히 내가 몇 년간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제 아무리 기도를 드려도 한 두번 말씀을 주시던 분께서 믿지도 않는 자네에게 본 모습까지 보여주시니 질투가 나는 구만. 그래 맞네. 그 분이 피데라이실게고, 조각도 그의 육체인게야"


끝나지 않은 궁금증에 로이딘이 다시 물었다.

"피데라가 헤르논으로 가라고 저에게 말해주었어요. 혹시 베일런 당신을 만나라고 한 것일까요?"

끄덕이는 베일런이 자기 집 안쪽을 가르키며 말했다.

"맞아. 자네가 조각을 집은 날에, 저기 안쪽 나의 집 벽면에 빛나는 글씨가 나타나 자네가 올 것이라 말씀하시더군. 그 글씨를 내가 주교에 서임된지 얼마 안 된 시점에 보았던 것 같은 데 몇 년이 흐른 것일까? 신과의 소통이랄게?"


베일런은 현재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 해주었다. 피테인티 코차, 여명의 도시인 헤르논은 통제불가능한 사이비교단인 황금 치유교도들로 인해 잠식당해 버렸다. 현재는 주신으로 섬기던 피데라의 신전이 통째로 넘어가버렸고, 그나마 견제 역할을 하고 있는 아보의 사원이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하며 서로를 암묵적으로 인정하다가도 피를 보는, 도시내의 종교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도시혈전을 가만히 보고만 있는 시의 당국에 기존 피데라를 믿던 교도들은 큰 배신감을 느끼고, 황금 치유는 자신들의 위세를 자랑하고, 아보의 형제들은 을의 입장에서 피데라가 내려간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모양새였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요?"

들어와서도 계속 침묵을 지키던 루네가 질문했다. 베일런은 자연스레 로이딘에게 고개를 돌리려다가 질문자가 그가 아님을 알자 바로 루네에게 시선을 돌려 대답해주었다.

"아! 그게 말이지. 북쪽에서 피난민들이 몰려오고 있잖은가? 헤르논은 최전방이나 마찬가지란 말이야. 그 사람들이 몰려오니 헤르논 도시 뿐만 아니라 지역 마을들도 사람들이 넘쳐나다 못해 통제가 되지 않은 거야. 그리고 몇 년전에 백야의 밤 때 피데라가 죽었다고 외치던 우리 교단의 선지자가 있었어. 어디로 떠났는지는 알 수 없네만. 그는 어떠한 직책도 받으려 하지않고 평신도와 같이 낮은 곳에서 머물러 있었다네. 하지만 때가 되자 선지자는 미련없이 길을 떠나버린거야. "


"그러자 교단에 분열이 일어났고 절반 조금 안되는 인원이 같이 자리를 떠나게 된거지. 나머지 남은 사람들은 신전을 지켰지만, 피난민들은 제 종교를 지키려 하고. 신전을 지키던 간부들이 사라진 것을 귀신같이 알게 된 아보의 형제들 그리고 황금 치유교가 나타났어. 쪽수로 밀어붙이는 바람에 그들은 저잣거리를 장악하고, 언덕을 장악하고, 기어이 신전을 장악하고 말았지. 신전 장악 사건때는 불신자들 처벌을 이유로 남아있던 피데라 교도들로 싸그리 잡아 불경죄로 교수형을 처했지. 나는 비겁하지만 살기 위해서 황금 치유에 회개하고 대부분의 재산을 바치며 그들의 교단으로 들어가게 되었네. 그리고 물러스라는 자를 항상 찬양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네. 집에 와서는 피데라에게 온갖 변명과 회개를 하며 당신의 목소리를 들려달란 기도를 하고 있지."


이번에는 시테온이 물었다.

"조금 말이 되지 않는게, 국가.. 그렇지 한 도시국가의 주신으로 숭배되는 피데라, 그것도 돈도 무지 많고 사람도 몰려오는 게 당연한 헤르논에서 뭐가 아쉽다고 피데라가 이리도 쉽게 무너지고, 황금 뭐?(로이딘이 옆에서 다시 귀띔해주었다). 아 황금 치유교인가 그 인간들한테 뺏긴 게 납득이 가질 않아요. 기존에 믿던 전통과, 사람, 그리고 백주 대낮에 본인들 살을 지지고 교수형으로 수많은 이들을 처형시키는 데도 당국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말이죠.


베일런이 숨을 들이 마쉬다가 눈을 다시 뜨며 내쉬었다. 그리고 입을 뗐다.

"황금 치유교도들은 이 어려운 시점에, 무역 대신 종교로 사업을 전환한 것이나 다름없어. 그간 물건으로 사람의 마음을 얻었다면 이제는 종교로 사람을 달래가며 마음을 얻고 있는 거야. 그들이 우리가 있는 이런 주택가를 침투하면서 전도하고 개종시키는 데에 있어서, "혼합종교"를 가지고 있어도 무방하다고 선전한 탓이기도 하네. 예를 들어 피데라 교도들이 대부분 살고 있었던 이곳에서 황금 치유교 전도자들은 "당신이 믿고 있는 피데라도 계시지만, 새로오신 물러스라는 치유자를 받들어 영원한 추위의 저주를 이겨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해왔다네. 심지어 초창기에는 자기네들이 만든 사원에 참석한 새로운 인원들이 어느 쪽 종교를 더 믿고 있는지에 따라 그날 배치되는 조각상도 달랐지. 아보의 신도들이 참석한다? 그러면 아보 조각상, 물러스가 같이 놓인 채 맞춤형 의식을 치루었다네. 영리한 놈들이야. 경력도 있는 놈들이기도 하고.


로이딘이 물었다

"경력이요?, 예전에도 이런 짓을 했다는 말씀인가요?"

베일런이 답했다.

"아니 그건 아니네만, 물러스는 지금 우리 헤르논의 "시장"이거든"



33화에서 계속...

"때가 차매 그 빛이 다시 솟아나리라"


(매주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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