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빛의 여정 34화

장편소설 빛의 여정 34화 / 4장 아보의 이단 추적대

by 포텐조

장편소설 빛의 여정 34화 / 4장 아보의 이단 추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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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사니만의 서신을 읽은 추적대원들은 마차에 앉아가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조각이 무슨 자기 아내인가? 아무데나 버리고 오면 쓰나? 하하!"

왁자지껄 웃음소리가 났다. 뺨에 세로로 상처가 난 메스머는 조용히 칼을 닦고 있었다. 농담을 던졌던 대원은 메스머에게 물었다.

"기분 안 좋은 일이라도 있나 형제? 오늘 오는 내내 표정이 어둡군 그래?"

다른 이의 수염을 가볍게 자를 수 있을 만한 섬세하고 차가운 칼날을 들여다보는 메스머가 뜸을 들이다 대답했다.

"너무 애송이들을 잡으려고 가는 것 같단 말이지"

로이딘과 시테온 그리고 루네를 말하고 있던 것이다. 대원 중 한 명이 대답했다.

"뭐 어쩌겠나, 어처구니 없는 귀찮은 일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기도 하니까."

아나티리캄에 위치한 보호령 동남지부에서, 동쪽에 위치한 주요 지역 3곳에 대원들이 3개조로 나뉘어 파견되었다. 크리넬, 헤르논, 바슬라. 이곳들 중에 애송이 3명이 숨어 있을 게 뻔하리란 판단이었기 때문이다.


이단 추적대원이 도착했단 소식은 불씨 운반자가 올 것이란 소식보다 다른 한편으로 더 큰 충격을 가져다 주었다. 지역 내 영주들과 촌장, 부족장과 왕들까지 할 것없이 자기네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자기 검열을 해야만 했고 온 지역이 뒤짚어 졌다. 티끌이라도 잘못한 게 있으면 두손두발로 빌 정도의 마음가짐으로 그들을 맞이 했다. 만약에 그들을 거부하는 지역이 있다면 산 채로 묻어버렸고, 그들에게 저항하는 자들은 마을 전체를 불태워버렸다. 파견된 인원들은 각각 10명 남짓이었지만 맞이할 사람들에게는 그 10명 한 사람 한 사람이 다른 나라의 족장과 국왕처럼 느껴지는 부담감이었다. 추적대의 조원들은 아나티리캄의 경계석을 넘고 국경을 넘어 각각 바슬라, 헤르논으로 그리고 크리넬로 달리기 시작했다.


아보테에서 추적대원들의 대우는 굉장히 좋았다. 국왕이 직접 언급을 하며 이들의 전투력 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말을 직접 끄는 것보다 마차를 타고 이동하게 끔 특별히 명령 할 정도였다. 추적대원들은 일 평생을 무기를 숙련하는 데 시간을 들였고 간간히 연습 때마다 실제 무기를 가지고 서로 싸우기도 하며 그 과정에서 불구가 되어 쫓겨나는 경우가 있었다. 혹은 이단자들을 데려와 산 채로 연습거리로 삼거나 무기를 쥐어져 싸우게 하는 등의 문화가 있었다. 이 과정에서 살아남은 이단자나 노예는 아보의 자유민이 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졌다. 물론 신심이 강한 자들은 거부한 채 죽기까지 싸웠다.


활대를 당기며 점검하던 대원은 하얀 무언가가 어깨에 떨어지자 하늘을 쳐다보았다. 눈이 내리고 있었다. 아랫공기는 따뜻했으나 하늘은 차가운 눈을 뿌렸고 마차의 속도는 점차 느려져만 갔다.

"하필이면 눈이 내리네, 알다가도 모르겠어 여기는"

헤르논으로 향하던 그들은 점차 쌓여 오는 눈에 보이는 마을 어디라면 들려서 머물기로 했다. 메스머가 마부에게 물었다.

"이봐, 잘 좀 끌어봐. 늦게 도착하면 우리한테 죽을 지 모르고, 늦게 되돌아가면 본부에서 죽일지도 모르겠네만"

마부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놀라며 채찍을 황급히 휘둘러 말들을 재촉했다.

"아...예예! 금방 가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가보겠습니다!"


마부의 놀란 대답에 대놓고 낄낄 웃어대는 대원들과 메스머는 눈발을 그대로 맞아가며 어서 빨리 여관애 도착하기를 바랐다. 아직 저 멀리 길이 끊이지 않은 것을 본 메스머는 자세를 바로잡더니 대원들에게 말했다.

"예배나 드리세, 아보께 찬양을"

순간 무슨 말인가 했던 대원들이 정신을 차리고 메스머처럼 자세를 바로잡아 똑같이 따라했다.

"아보께 찬양을"

메스머가 아보의 형제들의 경전을 꺼내들었다. 손가락으로 페이지를 훑더니 그 부분을 그대로 읽었다.

"아보께서 말씀하시되 죽은 자와 산 자 모두 자연의 것이 아니더냐 하시더라 그러자 우리 형제들은 기꺼이 그러하다며 고개 숙이며 엎드리니 아보께서는..."

갑자기 마차가 덜컥 거리며 튀었다. 대원들이 앉은 채로 살짝 뛰었다가 내려앉자 놀랐으며, 메스머도 순간 경전을 놓칠 뻔 했다. 마부는 뒤를 돌아보며 추적대원들에게 외쳤다.

"괜찮으십니까?"

"진짜 죽고 싶어!? 예배 중인데 천천히 가야할 거 아냐!"

마부는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지만 두려움이 앞서 연신 죄송하단 말밖에 할 수 없었다.


곧이어 그는 눈치를 봐 가며 자신의 귀를 거의 뒤통수에 땡기듯이 이들이 예배가 끝난 건지 일상 대화를 하는 건지 신경을 곤두 세우고 마차를 끌었다. 예배가 끝나면 말들을 달리게 했다. 그리고 잠시후 심심해서 하는 건지 모를 경전을 꺼내 예배가 시작되면 말들을 천천히 몰았다. 이제야 만족하는 모양새인지 더 이상 그들은 마부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저녁이 가까워질 무렵에 상단들이 이용하는 도로가 이어지는 와중, 인근 개활지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여관을 발견했다. 마침 다른 마차도 있었고 상단 사람들이 묶고 있는 듯 했다. 눈이 쌓이고 바들바들 떨 무렵에 온 몸이 젖은 채 열기가 피어오르는 11명의 사내가 여관 문을 열어 젖히고 들어왔다. 여관 주인은 그들의 모습보단 방금 닦아 낸 바닥에 물기가 흐르고 있는 것에 더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었다.

"손님 죄송한데 방이.."

"닥..닥치시오. 이분들이 누군지 아시오. 이단 추적대원들이시네, 방이나 내놓게!"

앞에 직접 나선 마부가 자신의 뒤에 있는 10명의 검은 갑옷을 입은 사내들을 소개해야 했다.

테이블에 앉아 술을 홀짝 거리던 상인들의 동공이 커졌다. 언제나 그렇듯 이런 시선을 즐기고 죽음의 권위를 즐기는 메스머는 마부를 달래는 연기를 했다.

"그만 하게, 우리가 누구 해치러 온 게 아니니까. 그래? 주인장. 방 6개만 주겠나? 우리가 10명이나 되어서 말이야"

방 6개? 주인장은 모욕을 당한 상황에서 몽땅 젖은 데다 요구할 게 많아 보이는 저들에게 방을 건네주면 얼마나 성가셔 질지 잘 알고 있어 신이 앞에 서 있더라도 꺼지라고 욕부터 했을 것이다. 하지만 신보다 무서운 추적대원들이기에 아들로 보이는 직원을 급히 불러 1층부터 2층까지 방 6개를 빼라고 재촉했다.


잠시후 윗층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잠 자다가 봉변이라도 당해 짜증이 난 숙박객들이 있었고 주인장 아들은 어떻게든 이들을 설득해야 했다. 소란피우는 숙박객들은 고주망태가 되어 고집을 부렸다.

"손님 이러시면 안됩니다. 밑에 추적대원들이 오셨다구요. 무슨 말인지 아세요? 추적대원이요!"

"그게 누군데에! 자고 있는 데 왜 와서 지랄이냐고!"

밑에서 누군가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찰랑거리는 갑옷소리와 함께. 아들은 온 몸에 소름이 났고 바짝 긴장했다. 흘려진 우유마냥 문간에서 복도쪽으로 누워버린 손님 그리고 옆에 쭈구려 앉아 설득하고 있는 직원인 아들. 이윽고 저벅거리는 소리가 커져왔다. 술 취한 숙박객의 코 앞에 손가락 마디도 안 들어갈 정도의 간격에서 칼이 힘차게 꽂혔다. 아들은 꽂힌 칼날을 보고 비명을 지르며 넘어졌고, 분위기 파악을 못하던 숙박객은 바로 앞에 꽂힌 물건의 정체를 뒤늦게서야 알고 온몸을 비틀며 뒤로 넘어져 문에 머리를 찧었다. 메스머가 그에게 다가가 주저 앉은 채 조용히 말했다.


"바로 다음 번에는 머리에 꽂힐 거야, 두 번 말 안한다.."

그날 밤 6개의 방을 사이좋게 나눈 추적대원들과 꼽사리로 따스히 밤을 보내게 된 마부는 만족한 채 침대에 누웠다.



35화에서 계속...

"때가 차매 그 빛이 다시 솟아나리라"


(매주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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