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빛의 여정 35화

장편소설 빛의 여정 35화 / 4장 아보의 이단 추적대

by 포텐조

장편소설 빛의 여정 35화 / 4장 아보의 이단 추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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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추적대원 10명을 태운 마차는 헤르논을 향해 질주하고 있었다. 마차 위에서의 아침 예배가 끝나기까지 천천히 말을 몰던 마부는 이윽고 메스머의 기도로 예배가 마무리 되자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상단들이 다니는 도로를 따라 거침없이 구르는 바퀴에서 눈과 흙들이 튀었다. 말의 발굽도 마찬가지였다. 두 마리의 말들은 탄력을 받았는 지 다리 근육이 도드라지게 보일 정도로 달렸다. 마부는 잠은 제대로 잤는 지 모를 정도로 얼굴이 피곤에 찌들어 있었는데, 분명 단순 수면문제가 아닌 변덕스럽고 위험한 손님들 때문이리라.


헤르논의 도로 양 옆으로 반쯤 죽은 나무들에 하얀 눈이 소복히 쌓여 있었고 까마귀들이 가지에 내려 앉자 사르르 내려 가며 아래 나무가지에 쌓여있는 눈들까지 같이 휘말려 땅을 적셨다. 아나티리캄에서 헤르논으로 향하는 길은 꽤나 평탄하고 열린 길이였으며 왕래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는 길이기도 했다. 헤르논은 무역도시이고 아나티리캄은 대륙 중부와 동쪽에 위치한 몇 안되는 독립 왕국이었다. 두 나라 사이에 거리도 짧아서 교류도 활발한 편이었으며 영원한 추위가 계속되고 있는 지금도 사람들의 정체는 달라졌지만 여전히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이단 추적대원들이 무서워 하는 것이 손에 꼽을 정도지만 그 중 하나가 바로 발각이다. 이들의 힘이 제 아무리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린다 한 들, 불안하지만 그래도 기능하고 있는 도시국가인 헤르논에 가서 그 힘을 함부로 남발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아보테 본국도 아닌 일개의 보호령의 파견조직이 갑질을 한다는 것 자체가 헤르논에서 밑작업을 하고 있는 기존 아보의 형제들 신자들까지도 등을 돌리게 하는 처신이었다. 그래서 이단 추적대원들은 타국으로 임무 수행을 하러 갈 때면 대부분 자신들의 진짜 신분을 적극 부인 하고, 오게 된 이유와 이름 모두 거짓으로 무마 할 준비를 마친 채 출발한다.


이틀 전, 검은 갑옷을 입고 여관을 머물렀던 그들은 둘쨋 날 아침에 출발해 마차를 탈 때부터 갑옷들을 따로 모아놓고 실은 채 초록색 수련사제의 옷들로 바꿔 입었다. 검이나 도끼, 철퇴같은 무기들은 아보의 교단을 왕래하는 사제들이 으레 자기 보호를 위해 갖추고 다녔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었다. 활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어디까지나 사슴 사냥을 위해서라는 추가설명이 따라야했지만. 애초에 헤르논은 왕래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무기 수색이 그리 깐깐하지 않았다. 도시의 성문이 위치해 있는 평민들과 하층민들로 구성된 외부구역에서 설사 문제가 되더라도 몇 푼 쥐어지면 그만이었다. 오히려 경비병들의 주 수입원 중 하나가 그런 뇌물로 전락한 지 오래였다.


점차 도시로 가까이 가면서 냄새가 서서히 그들의 코를 찔렀다. 교수형 당한 사람들이 매달린 나무 숲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마부는 헛구역질을 하고 팔로 코를 막았으며 냄새에 민감한 말들도 갑자기 도중에 멈추더니 주저하다가 마부의 채찍질로 다시 달려야 했다. 메스머와 9명의 대원들은 펼쳐진 아수라장을 바라보았다.

한 대원이 모두에게 물었다.

"와 이거 우리 형제들이 한 거 아니지?"

"제대로 돌아버린 모양이구만.. 아니 그것보다 우리 형제들이 매달린 건 아니지?"

또 다른 대원이 걱정스러워 하며 물었다. 메스머도 코를 찡그리며 바라보다가 합류한 지 얼마 안된 신참내기 대원들에게 아는 척을 했다.

"잠깐 사용하는 구더기들이 한 짓이야"

"잠깐 사용하는 구더기"란 표현은 자신들이 이단으로 규정했지만 이용 할 가치가 있어 내버려 두고 있는 상대방을 부르는 아보의 형제들 교단의 은어였다. 황금 치유교는 아보의 형제들과 전쟁도 평화도 아닌 그 어딘가의 위치한 부풀어 오른 시체와도 같은 사이였다. 하지만 금방이라도 누군가 화살을 꽂아넣는다면 겉잡을수 없이 터져버릴 그런 사이.


시체 숲을 지나가면서 갑자기 예배를 올리는 메스머가 마부는 미친 게 아닌 가 싶었다. 가뜩이나 빠르게 통과해야 할 지점에서 경전을 꺼내다니. 이미 경전을 꺼내 읽는 메스머를 막지 못하는 마부는 말들의 속도를 늦춰야만 했다. 마부의 마음과 별반 달라보이지 않는 다른 대원들도 역한 냄새를 견뎌가며 몇몇 대원들과 눈을 마주쳤지만 다시 정 자세로 예배를 보았다. 얼마 뒤 예배가 끝나자 기다렸단 듯이 말들이 엄청난 속도로 달리며 시체 숲을 빠져나갔다. 이제 헤르논의 모습 전체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었다. 신참내기 대원 중 한 명이 과거의 영광을 잃어버린 도시의 모습을 보면서 실망했다.

"피데인티 코차가 이렇게나 변했어?"

피데라와 전성기의 헤르논을 상징하는 "여명의 도시"란 단어가 메스머에겐 거슬렸는지 그 대원을 지적하며 말했다.

"피데인티 코차는 좋지 못한 단어일세, 삼가게나"

머쓱한 대원은 사과하며 이후 입을 닫았다.


저 멀리 허물어진 성벽이 보이고, 주변의 겨울수수 밭을 가꾸는 사람들 그리고 순찰대와 몇몇 상단마차들이 오고가는 것이 보였다. 마차가 성문 쪽으로 가면서 마부는 뒤를 돌며 10명의 초록 사제복을 입은 대원들에게 말했다.

"바로 앞에 곧 성문입니다. 도착했습니다. 경비병들이 있습니다요"

메스머가 경비병 앞까지 마차를 가까이 대라 하자 마부는 그러했다. 앞에 가까이 오는 마차를 보고 경비병들은 언제나 하는 동작을 취하며 마차를 멈추게 했다.

"워어! 마차를 멈춰라."

대원 중 한 명이 마차에 내리면서 그들을 마주했다.

"형제들을 보러왔네만"

하품을 하는 경비병은 창대를 잡으며 구부정하게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보의 형제들? 여기는 많이도 실려왔네?"

일일이 대답하는 것에 시간이 아깝고 귀찮은 대원은 경비병에게 몇 푼을 쥐어졌다. 그러자 일부러 그랬던 건지 질척거리던 경비병이 언제 그랬냐는 듯 제자리로 돌아갔다.


다시 탑승한 추적대원과 함께 마차는 경비대를 지나쳐 헤르논의 성문을 통과했다. 아나티리캄 보호령에서 파견된 이단 추적대원 10명이 로이딘을 찾기 위해 마침내 도착한 것이다.



36화에서 계속...

"때가 차매 그 빛이 다시 솟아나리라"


(매주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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