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빛의 여정 37화 / 4장 아보의 이단 추적대
장편소설 빛의 여정 37화 / 4장 아보의 이단 추적대
며칠 간 창고에서 지내게 된 로이딘 일행은 마주한 해변가도 돌아보며 잠시 여행의 기분도 만끽했다. 베일런에게 금강앵무새인 세라를 밖으로 풀어놔도 도망가지 않느냐고 시테온이 물어 보았다. 그러자 베일런은 오히려 몇 일 놀다 왔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절대 도망가지 않는다며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했다. 그래서 해변가를 나갈 때 세라를 풀어 놓아 보았다. 처음에는 삐죽빼죽 부리로 여기저기를 콕콕 쪼아보다가 양 날개를 촤악 펼치며 오색빛깔 아름다운 깃털을 모두에게 자랑했다. 로이딘 일행이 도망가는 척하자 뒤뚱뒤뚱 쫓아오다가 급기야 아예 날아서 그들을 추월하고 멀지 않은 바다까지 찍고 돌아오는 호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루네가 갑자기 눈빛이 초롱초롱해졌다.
"와 색깔 너무! 영롱하지 않아?"
루네의 감탄에 기분이 좋은 세라가 답했다.
"미인은 미인을 알아보는 법이지 하!하!하!"
갑자기 호감이 상승해버렸는지 루네는 꾀죄죄한 두 사내는 저리가던지 내버려두고 세라만 졸졸 따라다니며 무어라 말을 주고받고 있었다.
애써 서운함을 무시한 채 넓은 바다를 보면서 시테온이 말했다.
"배 하나 있으면 그냥 타고 도망가는건데"
로이딘은 뛰어다니다가 모래가 바지 안으로 들어 온 것을 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잠시 한 낮의 소꿉놀이를 마치고 다시 들어오게 된 로이딘 일행은 베일런이 오기까지 글을 읽을 수 있는 로이딘이 서재에 꽂힌 책들을 읽어주는 이야기꾼이 되어 피데라 교단의 역사와 교리에 대해 말해주었다. 오히려 읽게 한 이는 시테온이고 거부감을 느낀 이가 로이딘이였으나, 시테온은 다음 여행을 위해서 준비해야 할게 있으면 배워둬야 한다는 이야기를 로이딘에게 해주었다. 시테온의 조언에 자기는 잠시 힘 없는 신의 조력자일 뿐이라고 생각하며 로이딘은 하나하나 읽어주었다. 루네는 신앙과 교리에 대해서 별 개의치 않아 하고 심심한 데 들어나 보자에 가까웠다.
피데라 교단은 "언령"이라는 개념을 중요시 해 보였다. 일반 피조물과 고등 피조물의 차이는 바로 "말"에 있으며 이것을 원시적으로 구현하는 것은 반복적인 소리를 외치거나 울음소리등이 있었다. 기합이나 함성을 외치거나 구체적인 가르침의 문장을 숙달시켜 마법을 구현하는 것도 모두 언령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였다. 이상한 주문부터 무언가 교훈이 담긴 문장까지 여러 개의 사례가 있었는데 이것을 읽을 때 세라는 그런 소리 한 두번 들어본 게 아니다라며 경험자의 너스레를 떨었다.
시테온이 갑자기 혹하더니 일어서서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했다.
"야! 그러면 나 지금 금덩이 무진장 만들어 볼래! 뭐라 외치면 되는거야? 금덩이 만들어지는 상상하면 되나?"
로이딘이 한 페이지를 붙잡고 훑더니 말했다.
"...그러나, 연습되지 아니 한, 숙달되지 아니 한, 그리고 피데라의 가르침에 벗어 난 마법은 공허한 외침일 뿐이다.라고 적혀있는데?"
살짝 실망한 시테온은 눈을 가늘게 뜨면서 의심의 신호를 보냈다.
"실제로 금 나와라 뚝딱 해놓고는 자기들만 사용하려고 숨겨놓은 거 아닌가?"
이에 답답한 교단 대변인인 세라가 시테온에게 답했다.
"그랬으면 우리가 창고에 있겠냐! 꽥!"
앵무새의 언질에 시무룩해진 시테온이 다시 주저 앉아 로이딘의 이어지는 설명을 들었다.
"언령은 마법인 동시에 신앙의 발현이다"라는 문구를 보고 왠지 로이딘 자신은 결코 해낼 수 없을 것이란 의심이 생겼다. 그외의 짜잘짜잘한 교단의 생활 규칙이나 의식주 생활 전반에 관한 옛 선인들의 일화가 있었다. 다음 장을 넘기자 "전투 수도원"이라는 단어와 함께 바위산을 배경으로 그려진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거 보여?"
로이딘이 책을 돌리며 책장을 모두에게 보여주자 시테온이 고개를 내밀어 정체가 무엇인지 보았다.
세라가 부리로 박수소리를 내면서 말했다.
"탁월한 학생은 알아서도 답을 찾아낸다네!"
세라의 말에 무슨 소리인가 싶어 로이딘이 물었다.
"그게 뭔소리야? 세라?"
"베일런이 말해 주지 않았어?"
로이딘이 답했다
"아니 전혀? 전투 수도원? 우리가 여기랑 무슨 상관인데?"
세라가 답을 말해주었다.
"무슨 상관이 아니라, 너희들이 곧 찾아 갈 다음 행선지야! 걱정 마 나도 함께 갈거야!!"
어리둥절한 모두의 모습에 세라는 즐기고 있었다.
"세라는 너무 착해서 답을 먼저 공개해주었다!"
루네는 뭔가 나쁘지 않은 지 표정이 평온해 보였다.
"금방 무너지기 일보 직전인 여기보다 낫지 않겠어?"
만사가 귀찮은 시테온은 되물었다.
"아니 무슨..전투 수도원이면.. 거기 가서 설마 뼈 빠지게 훈련하는 거야?"
로이딘은 책장을 넘겨보며 해당 수도원의 정체를 읽어보았다.
그는 문구를 짚으며 그대로 읽어주었다.
"피데라 교단은 매일 매순간 죽어나가는 형제들을 위해서라도 자신들을 지킬 힘을 기를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이곳은 교단의 실질적인 신자들의 안식처이며..."
시테온이 더 들어볼 필요 없단 듯이 말했다.
"가라는 이야기네"
그렇게 전투 수도원에 대한 여러 추측과 환상과 망상이 어우러지는 가운데 오후가 다 지나서 하루 일과가 마무리 될 쯤에 베일런이 문을 똑똑이며 찾아왔다. 루네가 문을 열자 베일런이 무언가 급해보이는 표정에 이마에 식은 땀이 흘려보였고 팔쪽에는 가져 온 식재료가 넘쳐서 묻어 있었다. 들어오고 있는 그에게 가까운 쪽에 있던 루네가 무슨 일이냐고 묻자 베일런이 대답했다.
"생각보다 빨리 정리하고 길을 나서야 할 수도 있네, 아보테에서 사람을 푼 모양이야"
루네가 다시 물었다.
"사람이요? 어떤 사람을 말하는 건가요?"
식자재 바구니를 제자리에 놓고 팔에 있는 수수를 털더니 그가 말했다.
"성문 쪽에 소식을 전해주는 경비병이 있거든? 그가 이야기하기로 아보 교단의 사제 10명이 왔다고 하는데 내 생각에는...."
시테온이 말했다.
"그게 아니군요"
베일런이 끄덕였다.
38화에서 계속...
"때가 차매 그 빛이 다시 솟아나리라"
(매주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