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빛의 여정 38화 / 4장 아보의 이단 추적대
장편소설 빛의 여정 38화 / 4장 아보의 이단 추적대
다음 날, 베일런이 심히 근심하여 아침을 제대로 떼우지도 못한 채 길을 나섰다. 오늘 안으로 짐을 싸야한다고 단단히 로이딘 일행에게 일러두었지만 혹시 모를 눈들을 안전하게 피해 나갈 수 있을 지 의문이였기 때문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아보의 교단 측 사제 10명이, 한 명도 빠짐 없이 무장을 그것도 활까지 등으로 맨 사제가 있다니. 상상을 할 수록 조급해졌다. 그는 신전에서 아침 인도를 도와주고 나왔다.
황금 치유교단이 자리를 떡 하니 차지한 피데라의 신전에 몰려든 열성적인 신자들을 위해 과거 피데라의 사제였던 베일런은 출처도 알 수 없는 물러스의 말씀을 낭독해주며, 물러스는 늦잠을 자느라 나오지 않아 비어있는 옥좌에 단체로 고개를 숙이는 행사까지 억지로 쥐어짜며 마무리를 한 채 자신의 오전 할 일을 마쳤다. 그는 피데라의 신전을 내려오면서 언제나 그랬듯이 열과 성을 다해 피데라의 도움을 바라고 있었다.
한편, 메스머와 이단 추적대원들은 하룻동안 헤르논을 돌아보면서 도시의 현황을 파악하고 로이딘 일행을 찾기 위해 샅샅이 수색하고 다녔다. 도로에 눌러붙은 잎사귀 하나까지 그들의 눈을 피해 갈 수 없을 만큼 빠짐없이 물어보고 수색하기를 반복했다. 한 주민은 이들의 행세를 보아하니 사제가 맞는 지 되묻기도 했으나 그들은 그런 비생산적인 질문에는 대충 대답을 해주고는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마음을 졸이고 돌아오는 베일런과 같은 아침을 맞이한 그들은 광장에서 공연을 준비중인 한 광대에게서 단서를 얻어 냈다.
"사람들이야, 워낙 많이 오고가니 알 수는 없지만 제 기억이 맞다면 몇 일 전에 여자 한 명과 남자 두 명이 신전으로 갔던 것을 봤습니다. 그리고 신전에서 활동하는 베일런 치료사가 그 자들을 데리고 어디론가 가던데요?"
금화 몇 닢을 선물 받은 광대는 오늘 공연은 접어도 될 정도의 수익이였던 모양인지 함박웃음을 지었다. 메스머와 대원들도 월척을 잡아 미소를 지어보였다. 바슬라와 크리넬에 파견된 경쟁 대원들을 단숨에 제치게 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피데라의 신전에 접근 할 수 없었다. 신전으로 올라가는 언덕은 경비병들과 황금 치유교단 신자들이 광장을 앞에 둔 채, 마주한 아보의 교단 구역을 감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원들은 도착한 첫 날, 구역에서 사람들과 의례적인 인사말을 주고 받으며 간이 예배당에서 의식을 치루고 공식적인 일정을 마무리 했다. 이제 구역 앞에서 얼쩡거리며 광장에서 오고가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수 밖에 없었다. 베일런이 오기를 기다리며.
꽤 따분해 질 무렵, 마침내 언덕에서 베일런이 나타났다. 광대가 조수를 시켜서 베일런이 누군지 직접 지목하며 알려주자 대원들 모두 신경이 바짝 되살아났다. 당장 가서 목을 따버려야 직성이 풀릴 대원들도 있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정반대의, 밑에 비수를 숨긴 채 차가운 인내심으로 그를 기다렸다. 메스머와 대원들은 적절한 때와 장소에 베일런을 기습해서 로이딘의 행방을 물어볼 작정이었다. 필요하다면 어디론가 끌고 가 고문이라도 즐기면서 말이다. 사냥감이 이제 언덕을 내려오고 광장을 통과하고 있었다.
그를 따라 머리는 돌아가지 않은 채 슬그머니 지나가는 뒷 모습에만 눈동자를 고정한 채 지켜본 대원들은 길 너머 주택가로 사냥감이 사라지자마자 모두가 극단에서 공연하듯이 한 호흡으로 광장의 군중 밖으로 튀어나왔다. 그것을 신기하게 지켜보는 이들도 있었지만 곧 신경쓰지 않고 다시 관심은 공기 중으로 휘발되어버렸다. 대원들이 주택가로 사라진 베일런의 꽁무니를 보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대로를 가로지르는 베일런을 10명의 초록 독사들이 그림자처럼 살며시 거리를 좁혀갔다. 흩어져서 각자 서로에게 거리를 두고 있었고 걸음도 각기 달랐다. 반원형으로 베일런을 에워싸 접근하고 있었던 것이다. 송곳이 되어 언제 그를 찌를 지 각만을 재고 있었다.
베일런은 마음 속 근심만을 앞에 두고 전혀 모른 채 집에 도착했다. 말을 타기 전에 그는 오늘의 식재료를 추려서 바구니에 담아갈 예정이었다. 그런데 집에 들어오니 식탁에 왠 망치 하나가 자루가 서 있는 채로 놓여있었다. 순간 뒤로 슴칫 놀라던 베일런이 무엇인가 하고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꺼진 난로에서 인기척이 들려오며 숯검댕이 다리가 보였다.
정체불명의 존재를 목격한 베일런은 귀신인가 하고 기절초풍한 채 거의 쓰질 않던 언령에 집중하려 하니, 곧 짜리몽땅한 몸체가 모두 나왔다.
"아 젠장할! 집 구석좀 치우고 살아라!!"
온 몸이 숯 검댕이로 변한 작은 덩치의 사나이가 난로에서 기어나오며 일어섰다.
"오! XXX 뭐야!!"
정면에서 마음 속 정성을 다하며 언령을 준비하던 베일런을 갑자기 마주해 놀란 숯 검댕이 사내가 정성을 다한 쌍욕을 내질렀다.
"진달라?"
"베..베일런?"
베일런은 숯검댕이 작은 덩치 사나이가 머나먼 나라에선 드워프라고 불리는 피조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진달라라는 얼굴이 익숙한 대장장이임을 알아챘다. 베일런하고 진달라는 서로 얼어 붙은 채로 마주 서 있었다.
"아니 자네가 왜...거기서 나오나?"
침묵을 깬 베일런의 물음에 어디서부터 털어내야 할지 난감한 진달라가 기침을 했다. 입에서 숯가루가 공기중으로 흩날렸다. 이까지 검어진 진달라가 답했다.
"건물 철거가 하루 이틀이야? 마침 주인장도 납셨으니 허락 절차는 수월하게 넘겨도 되겠구만"
건물 철거가 무슨 말이냐라고 묻기도 전에 진달라가 테이블에 있는 망치를 붙잡고 거세게 팔을 잡아 당기며 안방 쪽으로 베일런을 화끈하게 밀어넣었다. 그리고 자신도 짜리몽땅한 숯 검댕이 다리를 빠르게 휘젓고 들어오며 안방을 잠궜다. 잠궜다기 보다는 손잡이를 망치로 부순 것에 가깝지만.
그들이 안방으로 몸을 던지자마자(?) 집의 현관문이 거세게 두들겨졌다.
"거기 계십니까?"
낯선 손님의 방문에 다시 한번 놀란 표정을 짓는 베일런에게 진달라는 조용하라며 손짓한 채 이기적으로 유리한 몸뚱이로 안방 창문을 빠져나갔다.
39화에서 계속...
"때가 차매 그 빛이 다시 솟아나리라"
(매주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