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빛의 여정 40화

장편소설 빛의 여정 40화 / 4장 아보의 이단 추적대

by 포텐조

장편소설 빛의 여정 40화 / 4장 아보의 이단 추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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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진달라와 인사를 하게 된 로이딘 일행은 얼마 지나지 않아 머물렀던 베일런의 창고마저도 철거작업에 들어가야 할 지 말지 베일런과 진달라의 토론을 지켜보았다. 발각되지 않은 데다가 더 이상 찾진 않더라도 혹시 모를 위협에 피난처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쪽으로 차츰 결론이 기울어졌다. 철거 대찬성을 하던 진달라는 창고 주인의 의견에 아쉽게도 어쩔 수 없이 따라야만 했다. 언제 올지도 모르고 거의 사용하지 않을 것 같아 베일런은 가지고 가야할 짐을 어느정도 꾸린 채 자신과 로이딘 일행의 말에 나눠 실었다.


로이딘은 세라가 어젯밤 모두가 잠든 새벽에 전투 수도원을 다녀와 베일런을 구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했다. 산책을 다녀온 세라에게 질문을 했더니, 처음에는 딴 짓과 딴 소리만 하다가 짧은 다리의 진달라가 새벽 동안 달려와 도시에 도착했다고 이야기 해주었다. 이는 전투 수도원이 헤르논 북부, 가까운 위치에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크리넬의 만신전에서 도망쳐 나와 2,3일간 동굴에 들려 머물면서 끼니도 챙기지 않고 달려와야 했던, 그나마 피데라의 도움을 받아 빠르게 올 수 있었지만 고됬던 로이딘 일행은 그런 수고를 하지 않을 예정이라 대단히 기뻤다. 특히 시테온은 더더욱.


잠시 후 짐을 실고 창고의 문도 단단히 잠군 뒤 베일런, 진달라, 로이딘 일행은 말을 타고 북쪽을 향해 달렸다. 세라는 바로 위에서 하늘에서 날개를 펼치고 그들 머리 위에서 날아가고 있었다. 책 속에 나온 바위산을 배경으로 한 전투 수도원 그리고 그들이 머물렀던 창고의 뒷 쪽 풍경도 바위산이였으니 두 장소 모두 같은 지역에 위치하고 있었던 것이다. 반 나절도 안 되어 북쪽으로 오른편은 해안선을 두고 달리던 일행은 조금 험난한 바윗 길과 언덕을 넘고 산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달려오면서 벌거벗은 바위산 그리고 주변 황야는 정말 코빼기도 생명체의 흔적이란 찾아볼 수 없어서 이곳으로 오는 사람은 필히 길을 잘못들은 사람일 것이다.


그리 높지 않은 바위 산의 중턱에 올라온 그들은 언제 이렇게 올라왔나 싶었고 생각보다 고지대에다가 저 멀리 희미하게 도시의 풍경이 보이는 것을 구경하고 있었다. 아래 낭떠러지와 바다와는 아찔 할 정도의 높낮이가 있었다. 잠깐 쉬는 시간에 베일런이 진달라와 대화를 하다가 문득 로이딘에게 찾아와서 물었다.

"로이딘, 자네에게 피데라님이 다시 환상이라던가 말씀을 주시지 않았는가?"

로이딘이 창고에 와서는 전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고 했더니 베일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만일 우리가 가는 곳이 어긋난다면 다시 인도해주시겠지"


다시 발걸음을 재촉한 일행은 점차 바위 산 안으로 들어가니 공터 비슷한 곳이지만 막다른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 당황한 시테온과 루네는 막 다른 길 아니냐고 묻자마자 베일런이 걱정하지 말라며 타일렀다. 말 탄 베일런의 뒤에서 내린 대장장이 진달라가 공터를 둘러싼 거대한 바위 벽 쪽으로 다가가더니 1시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쪽 벽은 앞에 유난히 크고 넓은 바위들이 둘러쳐져 있었는데 마치 새가 앞쪽으로 날개를 뻗어 둥지를 감싼 모양이었다. 진달라가 갑자기 로이딘 일행을 부르며 자기 쪽으로 와보라 말했다. 그러자 로이딘과 시테온, 루네는 모두 진달라에게 달려가 뒤로 서게 되었다. 안장에서 내려 직접 와서 보니 이 바위들은 더욱 크고 웅장해보였다.


"퀴즈 하나 낼 까 친구들? 여기엔 마법이 숨겨져 있어. 우리는 수도원에 들어가려면 이 벽을 통과해야만 하지"

잡학다식한 시테온이 먼저 움직였다. 왼쪽 날개와 오른쪽 날개의 바깥 바위를 더듬더듬 만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분명 손잡이나 버튼이 있을 게 분명해!"

루네는 전혀 모르겠단듯이 가만히 서있었다.

"자네는 안해보겠나?"

루네가 답했다.

"친구들이 퀴즈를 푸는 것에 만족하려구요"

로이딘은 시테온과 다르게 막혀있는 벽을 만지며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러나 단단한 돌의 차가운 촉감외에는 그 어느것도 보이지도 특이한 점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시테온도 바깥 쪽 바위들을 아무리 더듬고 눈이 빠지도록 자세히 살펴보아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거친 촉감에 손바닥과 손가락으로 여기저기 두들겨보아도 소용이 없었다.


가만히 있던 루네가 바닥이 문득 돌바닥임을 깨달았다. 그것도 자연석이 아닌 인공적으로 깐 바닥임을 알 수 있었다. 왼쪽 날개의 바깥 바위와 오른쪽 날개의 바깥 바위에서 앞에 위치한 막혀있는 벽까지 희미하게 깔려진 돌바닥이 보였고 그녀가 로이딘과 시테온을 구경하고 있는 진달라 근처로 발을 옮기며 벽과 양 날개 바위 사이의 중앙 어딘가에 서보자 바닥에는 두드러지게 보이는 오돌도톨한 음각 문양이 하나 있었다. 바로 양 귀가 달려있는 성문의 모양이었다. 그녀는 동물적 직감으로 어젯 밤 로이딘이 읽어주었던 책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로이딘은 책을 들고 "언령, 마법인 동시에 신앙의 발현이다"란 문구를 읽었었다.


그녀가 갑자기 주저 앉으며 무릎을 꿇었다. 바위에서 유물 탐구하듯 열심히 찾는 시테온과 로이딘을 웃음을 참으며 보고 있던 진달라가 바로 근처로 시선을 돌려 루네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땅에 입을 가까이 가져다 대었다. 귀가 달려있는 성문 문양에 가까이 그리고 속삭였다.

"때가 차매 그 빛이 다시 솟아나리라"

그러자 땅이 진동했다. 모두가 잠시 놀라다가 앞을 바라보니 막혀있던 벽 사이로 틈이 새기기 시작했다. 로이딘은 벽을 만지다가 벽이 움직이는 것을 보자 자신이 해낸 줄 오해하며 크게 기뻐하며 소리쳤다.

"와! 이것 봐바요 벽이 움직여요!"

그런데 뒤를 돌아보니 이미 시테온이 루네의 뒤에 서서 양 손 검지만을 머리 위로 든 채 앉아있는 그녀를 지목했고 진달라는 아예 몸을 틀어 루네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루네는 미간을 올리더니 뻔뻔한 표정으로 영광을 고스란히 받고 있었다.


루네가 말했다.

"공부 좀 하자 로이딘?"

패배자는 말이 없는 법. 로이딘의 뒤로 벽이 계속 벌어지더니 벽의 일부였던 문이 왼쪽으로 밀려나며 동굴처럼 공간이 모두 열렸다. 말로 돌아온 그들은 동굴을 통과했다. 태고적 자연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언제 봤는 지도 기억이 나질 않던 초록 이끼들이 선명하게 덮여 있었고 빛이 나는 앞을 향해 나아가자 동굴을 빠져나오게 되었다. 이윽고 바로 앞은 절벽이요 왼쪽으로 돌아서 올라가야 하는 길이 있었다. 무엇보다는 정면으로 하늘과 함께 장관을 이루는 전투 수도원의 모습이 선명하게 눈에 펼쳐졌다. 아까 몇 시간이나 달려왔던 자연의 모습과는 다르게 초록 숲이 우거졌고 반짝반짝 빛나는 폭포가 절벽에서 떨어지며 그들을 반기고 있었다.



41화에서 계속...

"때가 차매 그 빛이 다시 솟아나리라"


(매주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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