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빛의 여정 46화 / 5장 전투 수도원
장편소설 빛의 여정 46화 / 5장 전투 수도원
도서관에서도 로이딘은 자신을 향해 선지자의 재목이란 표현을 들었던 것을 무시하려 애썼다. 주문에 대한 본격적인 훈련은 당장 내일부터 시작될 것이라 베일런에게 들었다. 오늘은 쉴새 없이 낯선 장소에서 많은 것을 소화하느라 피곤했다. 앞 마당의 분수대가 물을 열심히 뿜어내며 거기서 물을 긷고 다시 제 갈길 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로이딘과 시테온 그리고 루네 모두는 나무 그늘 아래에서 앉아 수다를 떨고 있었다. 루네가 입을 뗐다.
"여기는 완전 딴 세상이야 그치? 초록 숲에다가 맑은 물에 따스한 햇빛까지.. 같은 세상이 맞나?"
로이딘도 시선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수도원 내를 구경하며 말했다.
"그것도 그런 데 이런 곳을 어떻게 찾아서 마을처럼 만들 생각을 했나 몰라"
로이딘이 잠시 떨어져 있다가 가까이 다가오는 시테온을 향해 물었다.
"다 끝났어? 신실한 친구?"
시테온은 잠시 옆으로 빠져나와 자신이 섬기는 신인 테오메자에게 기도를 드렸다. 그것도 다른 신을 섬기는 수도원 한 가운데에서. 그는 이마를 만졌고 뭐라 읆조리다가 마무리 했다. 시테온은 습관처럼 하는 의식을 누가보든 말든 시간 날 때면 하곤 했었다. 가끔 시선이 느껴지는 경우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는 테오메자를 경외했다.
시테온이 문득 루네에게 물었다.
"루네, 너 그거 아냐? 여기 수도원에 얼마나 머물게 될 지?"
"반 년에서 1년"
루네도 여자 기숙사에서 누군가에게 들었던 모양인지 시테온의 김을 푹 새게 만들었다. 쉽게 뚫려버린 퀴즈에 머리만 긁적이며 시테온은 분수대를 바라보았다. 물을 길러온 수도사들 중 검은 머리의 한 여성 수도사가 눈에 띄었다. 시테온이 눈을 번쩍이며 옆에 있던 로이딘을 툭툭 쳤다.
"와...이쁘다!"
로이딘은 시테온이 향한 시선 쪽으로 바라보았다. 그도 끄덕였다.
"그르네..진짜 이쁘네"
여러모로 정신을 못 차린 두 사내에게 루네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어휴 꼴값들을 떨어요. 여기서 공개 연애라도 하시게? 하긴 커플이 나란히 쫓겨나면 목적달성 아니겠어?"
시테온은 두 손으로 자기 두 뺨을 때리며 말하면서 먼저 분위기를 띄워놓고 자기가 끝냈다.
"어휴 집중, 진짜 그러다 큰 일나"
검은 머리의 여자 수도사는 시선이라도 느껴졌는지 로이딘 일행이 앉아있는 나무 쪽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무표정으로 별 감흥이 없는 지 바로 시선을 거두고 제 갈길을 갔다. 그렇게 잡담을 떠들다가 하늘을 보니 해가 기울어졌고 이제 초저녁이 되었다. 중앙 신전이자 본부의 건물로 모두 집합하라는 종이 울렸다. 로이딘 일행은 잠시 긴장하며 무슨 일인가 하고 급히 갔더니 알고보니 저녁 식사시간이었고 부속건물은 주방과 함께 넓은 식당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곳엔 수도원 모든 사람이 식사할 수 있을 정도의 넓은 규모였다. 밥 먹을 시간에 흥분한 로이딘 일행은 식당으로 들어가 배식을 받았다. 아침까지 베일런이 만들어 준 것과는 다른 향기가 좋은 겨울수수 스프와 빵을 각자 받아 들었다. 그러나 로이딘 일행의 눈을 돌아가게 한 이유는 따로 있었으니 테이블 마다 익혀져 잘린 멧돼지 고기가 놓여져 있었던 것이다.
당장 육즙이 흐르는 따스한 고기를 입에 넣으려 곧바로 착석했다. 그러나 미리 앉은 사람들이 손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눈치 상으로 봤을 때 이건 분명 단체 기도를 누군가 하고 나서야 식사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을거라 로이딘 일행은 암묵적으로 판단했다. 모두가 빵과 스프를 받고 빈 자리를 찾아 앉으며 식당을 가득 매웠다. 벽에 매달려 있는 횃불들이 사람들이 모인 식당 안을 환히 비추고 저녁 시간에 이 거대한 전당에 모인 모두가 집단의식으로 함께 말 없이도 묶여져 있는 것 같았다. 같은 옷을 입고 같은 방향으로 수도원장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서 있는 수도원장이 잠시 짧은 식사에 대한 감사기도를 올렸다.
"여기에 모인 우리 자녀들을 보살피시는 피데라시여, 오늘도 굶주림으로부터 지켜주시고 풍요의 축복을 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성 아나트라가 세운 이곳의 사명을 저희가 이어나갈 수 있도록 이 시간으로 하여금 힘을 주시옵소서 감사합니다"
모두가 손을 입에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 다들 한 목소리로 외치며 완전히 뒤바뀐 분위기로 식사를 시작했다.
"와아! 맛있게 드십시오!"
불쌍한 멧돼지는 사정없이 인간들의 포크질에 여기에 찔리고 저기에 찔리며 살점을 내줘야 했다. 질겼지만 맛만 좋으면 되었으니 전혀 문제될 게 없었다. 시테온은 코로 고기가 들어가는 지 입으로 들어가는 지 고기를 와구와구 씹으며 수프를 먹고 있었다. 로이딘은 스프에 적신 빵을 뜯으며 고기를 해체하고 있었다. 루네는 조용히 그러나 쉴 새없이 고기를 먹고 있었다. 그녀는 심지어 수프는 별로 안 먹고 있었고 고기만 먹고 있었다.
맞은 편에 앉아 처음 본 동료 수도사들도 이런 저런 인사나 이야기는 저리 치우고 고기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모두 누가 먼저 앞에 보이는 고기 부위를 다 해치우고 맞은 편 적이 먹고 있는 부위까지 침공해 해치우느냐가 오늘 만족의 관건이었다. 발골 작업을 훌륭히 해낸 친구들은 벌써 빵과 스프를 게눈 감추듯 먹었고 수도원장이나 고위 사제들이 여유롭게 테이블에서 떠들며 이제야 고기를 조금 들었는데 다 먹고 일어나는 사람들도 있었다. 베일런에게 들어보니 저녁 식사시간 이후 곧 저녁예배로 이어지는데 그 사이 각자만의 개인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급히 아주 빨리 먹는 사람도 많다고 로이딘은 들었다. 보통 저녁예배는 평소하는 예배보다 짧게 끝난다지만 문제는 저녁에도 잠깐 훈련시간이라던지, 명상이라던지, 독서라든지 수련의 시간이 또 마련되어 있어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기는 쉽지 않았다. 잠시 후 테이블을 떠난 자리에는 아까 풍성하게 살찐 채 올라갔던 멧돼지 뒷다리가 어느새 하얀 통뼈 밖에 보이지 않았고 분명 큰 그릇에는 많은 고기들이 올려져 있었는데 온데간데 사라지고 기름만 맺혀져 반질반질 거리고 있었다.
저녁예배는 수도원장이 집전하며 피데라의 교단의 정식 명칭, "피데라시스"의 경전 인 "선지자의 증언"을 가지고 설교하며 피데라의 가르침과 선지자의 행적에 대해 풀어주었다. 이때 기분 탓인지 중간에 앉아있는 로이딘 일행, 그중 로이딘은 수도원장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또 한 차례 입을 가리고 모두가 예배를 끝내고 각자의 숙소로 헤쳐 들어가고 있었다. 루네도 오늘은 이만 인사를 하고 자기 기숙사로 들어갔다. 그녀는 뼈 있는 농담을 던지며 갔다.
"잘 가 친구들, 밤 중에 나와서 소란 피우지 말고"
남자 기숙사에 들어오게된 로이딘과 시테온은 입구에 있는 공동 거실을 지나쳐 복도마다 양 옆으로 나뉘어진 1인실을 각자 들어가게 되었다. 시테온은 식곤증이 아까 저녁예배 무렵부터 심상치 않아서 당장 치료하러 방으로 들어가야 했었다. 그래서 그는 로이딘에게 대충 인사하고 들어가버렸다.
로이딘도 자신의 작은 방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 방은 가로로는 누운 사람 5명 정도, 세로로는 남자 4명의 키를 합친 정도였다. 침대가 끄트머리에 차지 하고 있었다. 빈 책상이 놓여져 있었고, 아까 전 연구실에 친구들과 베일런, 랜드가 목격했던, 양피지 한 장에 옮겨 베일런이 필사 해 준 자신의 주문이 놓여져 있었다. 작은 서랍과 횃불 하나, 벽에 옷이라도 걸라는 모양인지 못이 두 개 정도 박혀있었다. 아늑하면 아늑하고, 좁다면 좁다고 느껴질 이 곳을 둘러보며 아무것도 볼 게 없자 그는 자신의 책상에 가까이 가서 한 번 더 주문을 살펴보았다.
"[이 자의 신념은 "신념 그 자체"요, 많은 이들을 감화시키고 정신적 지주의 사명을 감당하게 될 것이다 주문은 이러하니 "피데인티, 피데라여 피조물이 빛으로 어둠을 뚫게 하소서" ] 로이딘 빅혼의 주문이라."
47화에서 계속...
"때가 차매 그 빛이 다시 솟아나리라"
(매주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연재)
[당신의 좋아요, 구독은 작가에게 창작의 에너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