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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빛의 여정 65화 : 흐려지는 하늘

장편소설 빛의 여정 65화 / 7장 흐려지는 하늘

by 포텐조

장편소설 빛의 여정 65화 / 7장 흐려지는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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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이 흐르고 돌아오는 한 주의 시작에 로이딘 일행은 마침내 출정하기 위한 장비를 모두 갖추게 되었다. 진달라가 무기를 만드는 도중에 갑작스런 이벤트로 로이딘, 시테온 그리고 루네를 불렀다. 그는 세 명을 대장간에 초청 후에 각자가 훈련 한 주문이 무엇인지 물었다. "피데인티", "레피오", "아엘리아". 각자의 주문이 그들의 무기에 음각으로 새겨지리라 말해 주었다. 그는 그것을 자랑하고 싶어 반쯤 부수어져 쓸모없어진 방패에 숯으로 그들의 무기를 그리고는 새길 위치도 보여주었다. 로이딘과 시테온 그리고 루네는 자신들의 주문이 새겨지는 첫 무기를 받아드는 것에 대해 기대감이 생겼고 진달라는 훌륭히도 그 기대를 만족시켜 주었다.


로이딘의 한 손 도끼 날 양쪽 옆 면에 주문이 새겨졌다. 시테온의 철퇴 머리엔 둥글게 글자가 두 번 새겨졌다. 루네의 단궁 손잡이 윗 부분의 양 옆 면에 단단한 나무를 파서 세밀하게 새겨졌다. 그간 연습장에서 한번도 제대로 쓰러뜨리거나 베어내지 못했던 허수아비 인형들을 그들은 이 날만큼은 제대로 실험해볼 수 있었다. 로이딘이 들고 있는 도끼는 일반 공구용 벌목 도끼보다 가벼운 전투 도끼로 도끼 머리가 두껍지 않았다. 날로 베는 무기인 만큼 거둬 들일 때 에너지 보존을 위해 가벼워야 했다. 손잡이는 루네의 단궁과 같은 재질인 자작나무가 쓰였고 도끼머리가 먼저 부수어지는 지 나무 손잡이가 먼저 부수어 질지 내기 할 정도로 대단히 단단했다.

시테온의 철퇴는 처음 보는 이가 그것이 반으로 잘라진 지팡이라 볼 수 있을 정도로, 철퇴머리가 사람 주먹의 반만큼 작었다. 역시나 나무는 자작나무가 쓰였다. 루네의 자작나무 단궁은 크기가 사람 팔보다 조금 더 길었으나 옹골찬 느낌을 풍겼고 손잡이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천으로 감싸주었다. 줄은 아마 섬유 가닥을 여러 차레 꼬아서 만들었다. 화살통과 함께 24발이 주어졌다. 이들 무기들의 공통점은 대단히 투박해보이고 무기 창고에 두면 아무도 몰라 볼 정도의 외관이였지만 가까이서 보게 되면 섬세함이 살아있었고 음각의 새겨진 주문이 개성을 주었다.


로이딘은 생각보다 가벼운 도끼에 신이 난 모양이었고 다만 이걸로 오랫동안 나무를 베어 넘기기에는 무리가 있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루네는 아마 줄을 튕겨보며 탄력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주어진 화살을 매겨서 허공과 공중에 겨누며 활과 친해지고 있었다. 시테온은 쭈그려 앉아 자신의 철퇴를 노인의 지팡이처럼 두 손으로 감싸 잡고 연습장에서 로이딘과 루네의 허수아비 괴롭히기를 심드렁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자신은 휘둘러서 때려봤자 평소와 다름이 없는 둔기이므로 크게 감흥이 없었던 것이다. 베일런은 그 모습에 피식하며 자신이 허수아비가 되어주었고 방패를 들어 때리게 했다. 그제서야 기가 살아난 시테온이 열심히 방패를 두들겼고 하마터면 베일런은 팔을 다칠 뻔했다.


방패의 경우에는 전나무가 쓰였고 여러 겹을 덧댔으며 피데라시스를 상징하는 색깔인 주황색을 발라 염색했는 데 이는 방패의 설계를 적들에게 감추기 위함이였다. 나무 결을 있는 그대로 노출해서 보게되면 적은 그 방향대로 내리치면 비교적 쉽게 깨뜨릴 수 있었기에 그것을 숨기려고 염색했다. 그리고 가장 가운데에는 검은 색 잉크로 F자에서 밑으로 빛이 퍼지는 듯 한 피데라시스의 대표 문양을 새겨 넣었다. F자 문양은 성 아나트라가 즉석에서 잘라낸 자신의 치마자락에 잉크로 그려낸 것에서 유래했다. 다른 용병이나 전투원들이 방패에 각자 개성을 살리기도 하지만 피데라시스는 한결 같이 디자인을 통일하여 집단적 의식을 고취시키고 아군의 피아식별을 위해서 그리했다. 피데라시스에게 방패는 소중한 도구이자 정체성의 상징이였다.


로이딘과 시테온에겐 일반 사이즈의 방패를 루네는 궁사용 작은 방패를 챙겨주었다. 또한 무기고에서 그들을 데리고 갑옷을 입혔는 데 루네는 사이즈가 헐렁했고 로이딘과 시테온은 타이트했다. 껴 입는 과정에서 루네가 말하길,

"궁시렁 대지말고 그냥 좀 입어, 입이 10개라도 있는 모양인가 봐"

어떻게든 입은 로이딘과 시테온 두 사람은 자신들의 복장이 어떤지 루네에게 봐달라고 했는 데 루네는 초를 쳤다.

"와... 허수아비에 입혀놓은 거 같아! 갑옷은 멋진 데 말이지."

시테온이 불만을 터뜨렸다.

"자매님 왜 이러세요. 우리는 아군이 아닌가요?"

루네가 받아쳤다.

"어머 그건 모르죠 형제님. 전장에서 뵙도록 하죠"

베일런이 갑옷을 입히며 수다쟁이 세 사람을 바라보면서 불현듯 이들의 전투가 걱정되었다.

"입으로 싸우고 있다간 무덤가야"

그제서야 조용해진 세 사람은 방패와 각자의 무기를 집어드니 마침내 피데라시스 전투수도사로서의 위용은..아니 경비병 같아 보였다. 이는 베일런의 평가였다.

"분위기라는 게 있잖아? 경험이 조금 쌓이면 움직이는 목각인형에서들 벗어나겠지"


이제 그들은 아나티리캄으로 떠날 채비를 갖추었다. 운명을 알 수 없는 미지의 이야기에서 세 사람이 부름에 응하였다.



66화에서 계속...

"때가 차매 그 빛이 다시 솟아나리라"

(매주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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