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빛의 여정 63화 / 6장 땅이 흔들리다
장편소설 빛의 여정 63화 / 6장 땅이 흔들리다
이틀 뒤 아침, 베일런은 로이딘, 시테온 그리고 루네에게 모두 모이게 하고 다 같이 얀자의 서재로 찾아갔다. 가는 동안 베일런은 표정이 썩 좋지 않아 보였다. 맞이하는 얀자도 다소 진지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테이블에 모두 앉자 얀자가 말했다.
"아침부터 자네들을 부른 이유는 수도원 바깥에서 심각한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야."
로이딘은 다소 졸린 기색으로 얀자의 말을 듣고 있었고 루네는 정신이 맑은 채로 그게 무슨 소리인가 궁금해 하고 있었다. 시테온은 아침 식사를 하고 배가 부른 상태여서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얀자가 다시 말했다.
"거두절미하고 이틀 전 밤으로 돌아가서 대륙을 떠도는 수도사 형제 중 한 명이 찾아왔네만..."
그리고 이어진 목격담과 수도원내 간부들간의 회의등을 이야기 해주었다.
충격을 받은 건 단연 시테온이었다. 자신의 고향이 쑥대밭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듣자 미간을 찌뿌리더니 이마를 만지며 고개를 숙였다. 순간 졸도한 게 아닌지 로이딘이 그를 살폈으나 눈을 감고 조용히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루네도 표정이 진지해지면서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그러자 얀자가 다시 말을 이었다.
"자네들을 위험으로 모는 게 아닌 가 싶네만, 수도원 내에 상주 인원이 많이 빠지게 되면 황금 치유교단의 공격에 취약해 질 수 있어. 그렇다고 자네들과 같이 훈련받고 있는 수도사들을 보내기엔 아직 많이 부족하네. 그런데 이번 차례에 시험만 거치면 정식 전투 수도사가 되는 자들이 자네 셋 뿐이라 거진 준비가 되어있다 판단한 것일세"
베일런이 옆에서 얀자의 말을 거들었다.
"이번 시험에는 너희 셋만 유일하게 치루게 되어 있었어. 다른 수도사들은 아직 이전 과정을 마치지 않았지. 그런데 시험보다 실전으로 들어가는 게 찾기 힘든 더 나은 과정이지. 어차피 곧 떠나야 했기에 그때가 지금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 말을 듣고 셋은 두려움이 몰려 들었다. 수도원 밖을 나가 이제 대륙을 배회하며 피데라의 조각을 찾아나서게 되는 시간이 다가 왔기 때문이다.
로이딘이 물었다.
"그러면 시험을 치지 않고 저희는 바로 아나티리캄으로 가게 되는 겁니까? 거기서 무엇을 해야 하나요?"
베일런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처음이니 그리 위험한 일은 아니야. 동부 아나티리캄에 가서 우리 피데라시스들의 사원이 온전한지 그리고 신자들은 무사한지 봐주고 오기만 하면 되네."
루네도 물었다.
"혹시 싸워야 될 일이 있을 까요?"
베일런이 답했다.
"현지에서 아보의 형제들을 직접 상대하지 않는 이상 그런 일은 적을 거야. 그러나 혹시 모르지. 순찰하는 심문자들에게 걸리거나 사원이나 신자들을 찾다가 마주쳐 시비가 걸리면 위험해 질 수도 있어. 그러나 어디까지나 배운대로 생존을 위해서 전투는 반드시 피해. 다만 피할 수 없으면 재빨리 물리쳐."
루네가 다시 물었다.
"그러면 저희 장비들은 어떻게 하죠? 저희 셋만 가게 될 까요?"
베일런이 답했다.
"맞아. 너희 셋만 가는 게 더 효율적일거야. 장비는 이번 주 내 베일런이 만들어 줄 것이네. 쌓아둔 갑옷 중 몸에 맞는 것을 보강 좀 해주고 방패도 줘야하고... 여튼 너희들도 수도원을 완전히 비운다는 생각으로 준비들을 해"
얀자가 테이블에 앉은 모두를 대표하여 피데라께 기도를 드렸다.
"부름받은 당신의 피조물이 이제 형제자매들의 품 안에서 벗어나 그 사명을 감당하려 합니다. 이들이 수도원을 대신하여 나가서 다른 형제자매들을 찾아나서니 피데라시여. 로이딘, 시테온, 루네를 당신의 빛 안에서 살펴주시고 보호해주시옵소서. 성 아나트라와 같은 용기로 우리의 적을 물리치게 하소서"
기도가 끝난 후 모두 입을 가렸다.
얀자의 서재에서 기도를 마치고 해산한 로이딘 일행은 다소 싱숭생숭한 마음이 들었고 잠시 셋이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수도원 마당 한켠에서 셋은 조용히 본부 건물 위 종탑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테온이 말했다.
"저 종탑소리를 듣는 것도 얼마남지 않았네"
로이딘이 이마를 올리며 주름이 생기더니 장난스레 말했다.
"누가보면 죽으러 가는 줄 알겠어"
루네가 말했다.
"죽을지도 모르잖아. 창칼을 부딪히는 게 연습이 아니라 이젠 진짜라고"
시테온이 말했다.
"어차피 다가올 일이였는데 뭘"
진달라는 얀자의 서재에서 나오자마자 찾아온 베일런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베일런은 로이딘과 시테온, 루네를 무장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진달라가 답했다.
"그 애송이들이 이제서야 무기를 제대로 다룰 줄 아는 가 모르겠네만. 준비하도록 하지"
로이딘을 위해서는 한손으로 잡고 다루는 전투용 도끼와 둥근 방패를, 시테온을 위해서는 짧은 지팡이처럼 생긴 쇠뭉치가 달린 철퇴와 둥근 방패를, 루네를 위해서는 자작나무로 만든 단궁과 팔뚝 길이의 원형 방패를 한 주 동안 준비할 것이다. 일이 몰리자 베일런이 떠난 후 진달라는 그의 조수와 함께 가열차게 망치와 모루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64화에서 계속...
"때가 차매 그 빛이 다시 솟아나리라"
(매주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