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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빛의 여정 61화

장편소설 빛의 여정 61화 / 6장 땅이 흔들리다

by 포텐조

장편소설 빛의 여정 61화 / 6장 땅이 흔들리다

빛의 여정 3권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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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딘 빅혼. 하등 쓸모 없는 자여. 네놈이 조각을 훔쳐 갔으니 나는 네놈의 목숨을 훔치리라!"

로이딘은 잠결에 악몽을 꾸고 벌떡 일어났다. 어두운 방 안에서 홀로 침대에 걸터 앉아 자신의 머릿 속을 정리하게 되었다. 악몽에 나타난 가면의 남자는 손을 펼치며 로이딘의 눈 앞에서 그의 목을 움켜 쥐고 있었고 다른 손으로 매서운 가시로 뒤 덮인 지팡이를 힘주어 쥐고 있었다. 수도원에서 반 년 가까이 지내면서 이런 생생하고 강렬한 꿈은 처음이었다. 온 몸과 침대가 흥건히 땀으로 적셔져 있었으며 로이딘은 머리가 아팠다. 눈을 다시 붙이려 해도 악몽이 되살아 날 것 같아 두려움에 잠을 청하지 못했다. 아침이 되자 식사와 함께 으레 그렇듯 피데라에 대한 예배를 드리고 난 후 연습장으로 향하게 되었다.


아이가 부모에게 달려가듯 로이딘은 베일런에게 지난 밤의 악몽을 낱낱이 일러 바쳤다. 베일런은 뻔한 악몽이라고 생각하려다가 "가면을 쓰고 있는" 남자라 하여 궁금증이 일었다. 가시 지팡이를 들고 있는 가면을 쓴 이가 과연 누굴까? 그는 일단 묻어두고나서 로이딘을 훈련시켰다. 로이딘은 어느정도 방패와 도끼를 들고 베일런의 맞 상대로 시간을 길게 보낼 수 있었다. 방패 손잡이를 강하게 잡은 채 베일런의 몸을 밀어 버리거나 그의 무기를 튕겨 제낀 후에 자신의 도끼 날로 치는 등. 그간 근육과 살이 오르면서 덩달아 백병전 능력도 오르게 된 것이다. 로이딘은 항상 방패를 들 때마다 생각보다 가벼워서 연습용이라 생각을 했다가 베일런이 실전에 사용되는 방패를 들고 온 것이라 언급하자 궁금했다.

"나무가 그리 억세게 보이지 않는 데 그럼 방어가 제대로 될까요?"

베일런이 방패의 앞면을 두들기면서 설명했다.

"원래 가죽을 씌우거나 보강을 하기도 하지만 가벼운 나무를 쓰기도 해. 왜냐하면 상대방의 공격을 무력화시키기 위함이지"

로이딘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자 말을 이었다.

"나무가 가벼워서 적의 창칼이 뚫려서 박히기 쉬워 그런데 박히는 순간 다시 빼기가 어렵거든? 쉬운 일이 아냐. 그러면 적들은 무기를 놓치게 되는 거고 너는 보다 손 쉽게 제압할 수 있게 되는 거지"


로이딘은 가벼운 방패에 대한 용도를 한 가지 더 배우고 나서 막고 베고, 베고 막는 것을 연습했다. 언제 한번은 베일런이 로이딘과 시테온, 루네를 모두 모이게 하고는 돌아가면서 맞 대련을 시켰다. 승자와 패자의 차이는 그리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았다. 루네는 보다 작은 방패를 사용해서 막고 베는 것에 취약하다보니 쉽게 점수를 내주게 되었다. 루네는 실망하지 않았다. 실전에서는 친구들이 앞에서 싸울 때 자신은 먼 거리에서 싸우게 될 테니까. 시테온은 철퇴를 능수능란하게 사용했다. 무게가 꽤 있음에도 힘이 생겼는지 로이딘이 방패로 막으려 해도 충격이 그대로 전달되어 손이 저릿해지기도 했다. 베일런이 이를 지켜보면서 예상과 다르게 시테온이 백병전 능력이 뛰어남을 알게 되었다. 다만 로이딘보다 즉흥적인 공격이나 빈틈을 노리는 반격은 상대적으로 떨어져 보였다. 모두 일장일단이 있어 베일런은 누구를 치켜세우거나 누구를 낮춰부르지 않았다. 다들 장단점이 있다고만 강조를 했다.


어느 날은 수도원 내에 있는 베테랑 전투수도사들을 데리고 와 그들의 대련을 구경하게 했다. 이들은 전투 함성을 연습장이 떠나가라 할 정도로 질러대며 상대방에 기선제압을 하고 시작했다. 수도원에 로이딘 일행이 도착해서 연습을 시작할 무렵부터 듣던 함성이라 그런지 이제는 익숙한 무표정으로 지켜보게 되었다. 그런데 항상 귀가 아픈 소리만을 내지르는 것은 아니고 경전의 내용이나 기도를 외치는 등 여러 방법들도 있었다. 그간 주구장창 외웠던 주문 연습과 함께 백병전 훈련을 합치게 된다면 이들이 지켜보는 대련이 될 것이었다. 다만 조금 긴장해서 보게 되는 점은 이들은 실제 자신들의 무기로 겨루는 위험한 장면을 연출했기 때문이다. 시테온이 그렇게 휘두르고 싶어 했지만 아직은 사용 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닌 검을 뽑아들고 상대의 방패를 내려치고 찌르기를 하는 등 피하지 않으면 치명타가 될 뻔한 장면들도 여럿 있었다. 이를 지켜보며 두려운 감정이 스물스물 올라왔다. 단 한번의 실수로 목숨을 잃거나 단 한 번의 실수로 목숨을 빼앗을 수 있었다. 베일런은 로이딘 일행에게 그러한 점을 상기시키며 정신 바짝차리고 훈련해야한다며 말해주었다.

"몸과 몸이 부딪히는 그 순간. 누구는 살아서 돌아오고 누구는 영원히 사라지는 거야"


실전에서는 정신없는 백병전과 함께 동시에 주문까지 소화해내야 했다. 그 수준까지 가려면 무기를 휘두르고 방패를 쥐고 주문을 외쳐야 했으나 현재 로이딘 일행은 주문과 전투를 따로따로 훈련 받고 있었다. 베일런은 아직 둘을 합쳐 연습 해보기에는 그들이 부족하다고 여겼다. 베일런 없이 개인적으로 훈련을 해야만 하는 날은 백병전 및 전투 훈련을 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방에 들어가 주문 훈련에 매진했다. 로이딘은 살짝 귀찮은 감이 있어 몇 일을 쉬었더니 놀랍게도 주문의 힘이 흐려지는 것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마치 연습 하지 않음을 지적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가시적으로 보이는 주문의 형상으로 인해서 주문 훈련에 더욱 매진 할 수 밖에 없었다. 여전히 그의 책상 앞 벽면에는 수도원에 도착했을 때 베일런이 로이딘의 주문을 옮겨 써준 양피지가 그대로 박혀 있었다. 한 줄에서 두 줄 남짓한 문구에 몇 달을 고생해야 했다. 시테온도 자신의 방에서 테오메자에게 기도를 하듯 주문을 어디서든 외우려 노력했다. 그는 책상 의자에 앉아서가 아닌 방 바닥에 앉아서 눈을 감고 조용히 주문을 읆으며 연습했다. 그의 두 손이 빛나자 미소를 지었다. 한편 루네는 일어선 채 주문을 외웠다. 주문 자체가 육체에 속력을 부여하기 때문에 금방이라도 달려나갈 듯이 준비를 해야했기 때문이다. 몇 시간이고 루네는 서서 혹은 방을 돌아다니다가 주문이 일어나 자신의 몸이 흐르는 바람에 감싸지는 것을 보고 만족 해 했다.


피데라의 조각들. 하늘에서 떨어진 피데라의 조각들이 대륙 전역에 흩어져 땅 어딘가에 박혀 있을 것이다. 조각들을 발견해서 아보테로 가져오는 자들은 큰 보상을 받을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조각은 발견된 장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다른 조각도 숨겨져 있을 확률이 높았다. 이를 알았던 교단은 주변을 통제해 출입을 금하였고 일반인들의 일확천금은 쉽지 않았다. 또한 조각이 발견된 장소 주변으로 광석이나 돌에 피데라의 온기가 스며들어 있었고 이것들을 빻아서 물로 걸러내면 아래로 쏟아지는 기름들이 나오는 데 이것을 그대로 말리면 대중에게 흔히 알려진 고형기름인 이그네움이 되었다. 하지만 피데라의 조각 자체를 빻아서 그것으로 기름으로 만들면 그것이야말로 극소수만 알고 있는 진정한 이그네움이었고 교단 안에서만 사용하는 더욱 뜨겁고 오래가는 불씨가 되었다. 크리네스에 파견된 불씨운반자 네이즈와 만신전에 있던 데센과 사제들이 만신전에서 조각과 바닥에 흩어진 돌들을 모았던 이유도 모두 그러했다. 그래서 아보의 형제들은 대륙 전역에 흩어져 포교를 하면서 동시에 조각을 수집하기 위한 임무를 가지고 있었다.


로이딘은 조각을 찾아나서기 위한 위험한 여정을 준비하며 수도원에 머무르고 있었다. 하루 하루가 지나가며 전투 수도사로써 실력을 쌓아 나가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로이딘과 친구들은 정식 전투 수도사가 되기 위한 시험을 치르게 될 것이다. 무사히 통과한다면 이제 그들의 주문은 연습장에만 갇혀 있지 않게 될 것이다.



62화에서 계속...

"때가 차매 그 빛이 다시 솟아나리라"

(매주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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