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빛의 여정 64화 / 6장 땅이 흔들리다
장편소설 빛의 여정 64화 / 6장 땅이 흔들리다
궁극적으로 물리쳐야 할 이교도 중 하나인 피데라시스는 빛의 신이자 영광의 신이라 받들리는 피데라를 섬기는 교단이다. 우리 형제들이 헤르논의 피데라시스 수도원에 머물며 만신전에서 아보께 경배 드린 바가 있어 속사정이 밝혀진 자들이다. 교리적 문제인지 교단 내 정치적 문제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빛의 심판이라는 소수종파가 저지른 만신전 방화 사건으로 한동안 교세가 크게 위축되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아보의 형제들이 아보테에서 대륙 전역으로 확장할 무렵에도 이들은 한 동안 조용했다. 영원한 추위가 찾아온 후 대륙의 모든 신민이 그로 말미암아 고통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아보께서 축복으로 내려주시고 아보께 영감을 받으신 위대한 국왕 폐하와 대주교님이 창조한 이그네움으로 영원한 추위를 무찌르니 모든 이들이 우리 아보의 형제들을 경이롭게 올려 보고 있었다. 반면 피데라시스는 아무런 힘도 영향도 없거니와 용병으로 활동한 채 자기들만의 사원이나 수도원에 머물며 잔흔의 끝자락에서 헤메고 있는 자들이었다. 불로야 신자들과 하등 다를 게 없는 저급한 자들로 자기들만의 성역을 철저히 지키고 머물며 살아가는 자들로 은둔하며 수행하는 자들의 시체는 무인의 동굴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다만 이런 수도 생활이 도움이라도 되는 모양인지 그들의 자체적인 무력집단인 "전투 수도사"들은 수도원과 사원을 보호하며 이런 성역을 지키는 데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의 특징이 굉장히 독특하여 설명해보자면, 수도원에서 훈련을 받아 시험을 통과한 후 자유 수도사 직분으로 자신의 다음 진로를 결정하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투 훈련은 최소 수 개월 내지는 몇 년동안 받는 동안에 고된 훈련을 견뎌야 하며 그 후에 계속 수도원에 머물지 아니면 자유롭게 떠날 지 택할 수 있었다.
후자를 택한 수도사들은 대륙을 떠돌며 자신의 일에 순종하며 살아갔다. 다만 전투 수도사로서의 이름 값 덕분인지 대부분 용병이나 군대에 들어가 업을 삼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이 용병으로 활동하게 된 것은 이러한 방랑과 수도원에서 훈련 생활로 인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빚어진 것으로 전쟁 괴물로 변모하게 된 것이다. 참으로 흉측한 자들이며 난잡하고 잔인하기 그지없는 살육을 벌이니 자기네들 신에게 영광을 피로써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하면 우리 아보의 형제들의 자랑스러운 이단추적대원들은 대륙에 보폭을 넓히면서 약자를 수호하고 탄압자들을 상대로 우리 순례자들을 보호하며 교단을 위협하는 자들을 추적하니 실로 든든한 자들이로다!
내가 본 바로는 이들이 참여 한 전투에 참으로 희한한 모습으로 등장하여 이목을 끌었는데 자신의 등과 배에 모두 방패 2개를 앞 뒤로 달고 나오니 무슨 거북이인 줄 알고 우리 측 사람들이 참으로 크게 웃었더라. 헌데 안타깝게도 그 거북이 같은 전쟁광들에게 우리 측 병사들이 썰려나가니 이 무슨 해괴한 기교인고. 그들이 싸우는 장면을 멀리서 지켜 보니 배에 있던 방패를 근접거리에서 달려들 때 한 손으로 꺼내 들어 사용하며 우리 병사들의 무기와 화살을 막아내었다. 치열하게 맞 부딪히다가 우리 병사들은 창칼이 방패에 쉽게 박혀버리자 크게 당황했다. 그러자 무기를 빼려 낑낑거리다가 무력화된 상태에서 제압 당하거나 반격당하여 안타깝게 순교 하였다. 전투의 중간 시점에선 배에 맸던 방패가 온갖 화살에 무기까지 박혀 무게를 감당할 수 없자 내려놓고는 등 뒤에 맨 방패를 꺼내 드는데 마치 처음 싸우던 기세로 다시 재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실로 경악스러운 장면은 이들 중 사악한 마법을 부리는 자들이 바람을 휘몰아친다거나 빛으로 감싼 광휘의 모습으로 싸우니 전장이 혼란하기 그지 없었다. 우리 병사들도 마법을 부리나 그 집중과 몰입도 그리고 광기에 있어 전투 수도사들은 수준을 달리 할 정도라 그것만큼은 혀를 내두르게 되었다.
이들은 성 아나트라를 자신들의 존경하는 성인 내지는 대스승이라 여기는 데 피데라를 섬기는 건지 아나트라를 섬기는 건지 모를 정도니 난잡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하등 쓸모없는 경력의 천한 출신의 여성이 무슨 성인의 반열에 오른 것인가? 굳이 역사를 따질 필요도 없이 피데라의 신앙은 천박하기 그지없음을 알 수 있다. 안타깝지만 이날 전투에서 우리 병사들이 일방적으로 패배하여 그들의 생명은 아보께 돌아가고 참을 수 없는 굴욕감을 받았다. 허나 이단 추적대원들이 그들과 맞서 싸울 땐 아보의 형제들은 곧 그들을 박살내어 진정한 대륙의 승리자가 누구인지 모두가 체감하게 되리라.
내가 곧 돌아가는 날에 아보의 형제들에게 그간 동쪽에서 내가 보고 들은 바를 상세히 기록한 것을 전할 것이며 이 글을 토대로 우리 형제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나로써는 몸둘 바를 모르는 헌신의 영광을 받을 것이다. 사막에서 정글까지 그리고 북쪽의 험준한 산맥에서 야만인을 만나 고생을 했던 것과 늑대와 알수 없는 괴물에 쫒겨 크게 목숨이 위험해질 정도의 경험을 하고 나니 내가 살아 있는 것은 실로 아보님의 축복이요 대주교님의 기도 덕분이라. 보라, 대륙엔 신들이 넘쳐나나 모두 거짓이오 기만이니 그들을 하루 빨리 찍어내어 진실의 옥석을 가려내야 할 것이라. 어서 아보테로 돌아가 편안한 자리에서 기도를 드리기를 희망하노라.
- 아보테의 탐험가 "미티오"의 대륙 탐험기 중에서-
65화에서 계속...
"때가 차매 그 빛이 다시 솟아나리라"
(매주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