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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빛의 여정 66화

장편소설 빛의 여정 66화 / 7장 흐려지는 하늘

by 포텐조

장편소설 빛의 여정 66화 / 7장 흐려지는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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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다시 저물고 뜨기를 반복할 아침. 얀자와 사제 몇 명 그리고 진달라, 베일런이 입구에서 그들을 배웅하고자 서 있었다. 전날 베일런은 아나티리캄에 도착한 후 무엇을 해야할 지 로이딘 일행에게 좀 더 구체적으로 알려주었다. 아나티리캄 동부에 도착하면 피데라의 사원이 있는 마을 "레도룬"으로 가서 현황을 파악하고 사제나 수도사를 만나 접촉하라는 것이었다. 그 후 아나티리캄 전체를 역 시계방향으로 돌며 똑같이 현황을 파악하며 피데라시스 공동체가 온전히 남아있는 지 살펴 볼 것을 주문했다. 살짝 두려운 로이딘이 되 물었다.

"혹시 저희가 갔을 때 사람들이 집단으로 죽어있거나 전투가 벌어지고 있을까요?"

베일런이 답했다.

"최근 소식으로 볼 때 안타깝게도 그럴 확률이 높지만 아나티리캄 전체가 그렇지는 않아. 테오메자 신앙이 강한 도시나 마을 중심으로 탄압을 하니 주변 마을은 상대적으로 덜 할수도 있어. 다만 심문에 걸리느냐 걸리지 않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것 빼곤 말이지. 굳이 종교적 논쟁에 끼어들거나 하지말고 그냥 방랑자나 용병이라 둘러대고 돌아다녀"


말을 타기 전 배웅을 하던 사람들은 얀자를 중심으로 동그랗게 모여 로이딘 일행을 감쌌다. 얀자가 말하였다.

"해가 뜨는 이 시간. 바로 이 시간은 우리 아버지 피데라의 시간입니다. 그러므로 지금 밖으로 이들이 나가서 우리를 위해 헌신을 한다는 것은 아버지의 축복이 반드시 함께한다는 뜻이겠지요. 기도하겠습니다"

모두가 조용히 묵념하며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얀자가 기도했다.

"피데라시여, 오늘 당신이 아끼는 자녀들이 형제자매들의 품에서 잠시 떠나 몸소 위험한 곳으로 활동하러 나갑니다. 해보다 밝은 빛으로 축복하여 주시고 당신께 영광 돌릴 수 있도록 그들을 보호하소서...."

잠깐 얀자가 말을 끊고 침묵하고 있었다. 그러자 누군가 곁눈질로 살펴보니 그가 미간을 찌뿌리며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듯 했다. 그러자 다시 말을 이었다.

"이번 시간으로 시테온이 자신의 고향을 찾게 됩니다. 피데라시여, 그가 테오메자의 요람에서 자라와서 피데라께서 젖을 먹이시고 키우셨으니 이 얼마나 축복받은 자녀인지요. 다만 요람으로 돌아가보는 시테온이 현 상황에 대해 흔들리지 않게 하시고 단단하게 이겨내 피데라께 영광을 돌리며 동시에 테오메자를 기쁘게 하여 주옵소서"

그 후 얀자가 눈을 뜨고 입을 손으로 가렸다. 다들 똑같이 그러했다. 시테온도 조용히 눈을 감다가 무표정으로 입을 가렸다. 다들 가볍게 목례를 하거나 악수를 했고 그 후 로이딘 일행은 말 안장위로 올랐다.

올려다 보는 베일런이 말했다.

"이제 시작인거야 친구들"

로이딘은 가볍게 미소를 짓고는 열린 정문을 향해 말을 끌며 달렸다. 이어서 시테온과 루네가 함께 뒤따라 달려나갔다. 뒤에서 지켜보는 얀자와 수도원 간부들은 그들의 모습이 사라지기까지 지켜보고 있었다.


얼마나 오랫만에 느껴보는 바깥세상의 공기인가! 로이딘은 가슴을 피며 두 손을 뒤로 한채 달리며 바람을 온 몸으로 맞으며 웃고 있었다. 루네도 이마를 다시 정리하며 숨을 내쉬고 다시 들이 쉬었다. 시테온은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폈다. 바위 산을 내려가면서 곧장 숲으로 들어오니 아침 숲의 달콤한 향기가 기분 좋게 코를 자극했다.

로이딘이 물었다

"우리가 실내에 있던 것도 아닌 데 왜 이렇게 새삼스럽지?"

루네가 답했다.

"그러게나 말이다. 맨날 똑같은 생활을 했더니 그런가봐"

시테온이 또 금새 겨울 수수 줄기를 씹고 있었다. 루네가 시테온에게 괜찮은 지 물었다.

"너 아까 괜찮아? 기도할 때?"

시테온이 답했다.

"음.. 아나티리캄이 고통 받고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잖아? 내가 텝 오부자가 그토록 되기를 원했지만 그곳은 나를 계속 밀어냈지. 그래서 그리 좋아하는 감정이 있는 것도 아냐"

루네는 그 소리를 들으면서 태연하게 겨울수수 줄기를 씹고있는 시테온에게 자기도 달라며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 시테온이 건네주자 그녀도 같이 줄기를 입에서 씹으며 단맛을 즐기고 있었다.


로이딘 일행은 숲을 통과하고 광야로 나오며 북쪽 헤르논에서 대각선으로 내려가 동부 아나티리캄으로 향하게 되었다. 거의 한 주동안 가야 할 거리였으므로 어디론 가 정신을 팔아선 아니 되었다. 중간 중간 마을을 들리며 끼니를 채웠다. 다시 달리고 여관에 머물며 밤을 보냈다. 수도원에 나온 지 첫날 밤. 각자 방을 잡고 들어가 휴식을 취했다. 로이딘은 조용히 의자에 앉아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자 그의 주문은 더욱 힘을 받아 주변의 빛 기둥이 더욱 선명하게 밝히며 로이딘을 에워쌌다. 그는 눈을 감으며 잡념을 떨치려 애썼다.


다음 날 아침, 다시 말을 풀며 그들은 여관을 나와 길을 나섰다. 다들 얼굴이 부은 상태면서 비몽사몽한 상태였지만 열심히 고삐를 붙잡고 달렸다. 아침의 기운때문에 세찬 바람에 몸이 오들오들 떨렸다. 떨리는 몸을 어떻게든 이겨낸 채 해가 더욱 크게 뜨기를 기다리며 이동했다.

문득 시테온이 로이딘에게 물었다.

"로이딘, 너 피데라님을 안 만났니?"

뜬금없이 친구찾듯 피데라를 찾는 시테온을 두고 로이딘은 꿈의 기억도 되짚어 보았지만 최근엔 만난 적이 없다 말했다.

시테온이 그 답을 듣고 실망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번 여행도 갑자기 이동시켜주셨으면 좋을련만..."

로이딘은 무슨 소리인가 싶다가 그들이 만신전에서 조각을 들고 도망쳤을 때 헤르논까지 말을 달리다 어느새 인근까지 도착하게 해준 피데라의 마법을 시테온이 말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로이딘이 웃으며 대답했다.

"아직 모습을 보이지 않으셨어. 근데 루네가 그나마 할 수 있지 않나?"


어리둥절한 루네는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답했다.

"나? 왜? 뭐가?"

로이딘이 답했다.

"너 주문 말이야. 거의 순식간에 빨라지는 거 아니였어?"

시테온이 맞장구를 쳤다.

"그러네! 좋겠다 먼저 도망칠 수 있어서..."

루네는 생각 못 해본 활용법에 잔소리 할 베일런도 없겠다 그들에게 자신의 주문을 보여주기로 마음 먹었다.

"아엘리아, 피데라시여 당신의 피조물이 폭풍처럼 몰아치게 하소서!"

평소와 다르게 루네의 주변에 그 어떤 바람개비도 나타나지 않았다. 지켜보는 두 명의 관람객은 다소 실망하는 눈치였다.

시테온이 말했다.

"아직 계속 수련이 필요하...."

그 순간, 달리고 있는 로이딘과 시테온의 말을 젖히고 순식간에 루네의 말이 엄청난 속도로 그녀를 싣고 간신히 보일 정도의 가시거리까지 나아가버렸다. 멀리서 루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아! 됐다 됐어!, 부럽지 느림보들아! 야하!!"

시테온이 남아있던 겨울수수 줄기 하나를 던지며 로이딘에게 핀잔을 주었다.

"아니 뭣하러 말해 줘 가지고 촐싹거리게 만드냐고!"

로이딘은 크게 후회했다.



67화에서 계속...

"때가 차매 그 빛이 다시 솟아나리라"

(매주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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