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빛의 여정 70화 / 7장 흐려지는 하늘
장편소설 빛의 여정 70화 / 7장 흐려지는 하늘
루네의 캠프 공격 아이디어에 로이딘과 시테온은 두 손을 들며 질색했다. 특히 시테온은 쓸데없는 싸움에 휘말리지 말라는 베일런의 지침을 잊었냐며 갑자기 수도원 모범생이 되었다. 로이딘도 시테온의 말에 힘을 실어 위험하다며 그녀를 설득하려 했다. 루네는 조용히 그들의 말을 듣다 심드렁해지며 모닥불 가까이에 갔다. 이내 시테온은 급한 불은 껐다 생각하고 긴장을 푼 채 벽에 기대어 쉬었다. 로이딘은 잠시 공기를 쐬러 바깥을 나섰다. 방금 모닥불의 온기를 받고 와서 착각 한건지는 몰라도 아나티리캄의 날씨는 수도원에 있었던 것보다 따뜻하게 느껴졌다. 레도룬 마을 내에의 분위기는 썰렁함 그 자체였고 주변에 사람의 흔적 하나 보이지 않았다. 다른 집의 나무창으로 살짝 새어나오는 빛만이 사람 사는 동네임을 일 수 있었다. 로이딘은 하룻 동안 머물게 된 집을 한 바퀴 돌아보면서 산책했다. 그간 꿈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던 피데라가 보이질 않아서 그는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마침내 전투 수도사가 되어 홀로서기에 나섰으니 피데라는 더 이상 도움을 주지 않으려는 것일까? 막막함과 불안함 그 사이 어딘가에서 마음 속을 배회하며 저녁이 된 하늘을 바라보니 별들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다음 날이 되자 갑옷을 다시 입고 방패를 들었다. 무기를 다시 챙기며 방을 빌려준 여성에게 인사를 하고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밤 중에 거친 북부의 말 세 필도 서로의 몸에 기댄 채 밤을 보냈는 지 뭉쳐져 있었다. 로이딘 일행은 안장에 올라타 출발했다. 단서가 캠프를 향하니 싸우지는 않더라도 그 쪽으로 가보자고 의견이 모아졌다. 시테온이 공복에 겨울수수 줄기를 씹으면서 말했다.
"어제 울음소리 안 들렸냐? 나 밤 중에 오줌싸러 가기 무서웠다"
로이딘이 웃으면서 시테온에게 답했다.
"아니 무슨 울음소리가 들려서 겁에 질렸는데?"
시테온이 말했다.
"늑대 말야 늑대! 늑대 울음소리. 그런데 일반적인 늑대 울음소리가 아니었어. 너희들 기억날 거 아냐? 크리네스에 있었을 때 핏빛 늑대 소식듣고 지렸던 거"
루네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디아 가문 하인 두 명이 순식간에 가버렸잖아. 실제로 마주치면 활을 쏠 수나 있으려나 모르겠네"
루네가 그간 크리네스 마을에서 사냥꾼들의 리더가 되어 멧돼지부터 사슴 그리고 늑대까지 때려잡았지만 핏빛 늑대에겐 달리 반응했다. 핏빛 늑대가 공포 그 자체가 된 이유 중 하나는 맷집이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었다. 장정들이 달라붙어 때려 잡으려 해도 오히려 사람들이 죄다 죽어나가 핏빛 늑대는 부상을 입고 도망치고 동시에 사람들은 죽은 동료들을 끌어안고 반대 방향으로 도망쳤다. 늑대의 몸에 창날이 박히고 칼날이 스치고 화살이 박혀 화살대가 부러져 있어도 핏빛 늑대는 피로 물든 침을 질질 흘리고 끝까지 버티며 맞서 싸웠다. 이러니 누가 그 괴물과 싸우고 싶어 할 까? 로이딘 일행이 헤르논을 거쳐 바위산의 수도원으로 가 있는 동안 다행히 핏빛 늑대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근처에 늑대 소리는 들렸지만 흔하디 흔한 스쳐지나가는 야생의 울음 중 하나였을 뿐이다.
진저리를 치며 핏빛 늑대 이야기를 하면서 로이딘 일행은 울퉁불퉁한 돌 길을 달리며 말 발굽의 기분좋은 리듬에 귀를 열고 있었다. 동시에 하루 안에 도달하는 캠프에 가까이 가는 동안 점점 긴장의 끈을 조이고 있었다. 루네가 물었다.
"그러면 공격해오면?"
시테온이 같은 속도를 맞추며 달리고 있는 루네를 바라보며 말했다.
"뭐가?"
루네가 답했다.
"추적대원 놈들이 공격해오면 어떡하냐 말이야 그땐 그놈들만 없앨 거야 아니면 그냥 뒤짚어 엎을 거야?"
시테온이 새로운 문제가 등장하자 신경쓰기 귀찮은 듯 로이딘에게 전달했다.
"들었지? 로이딘, 어떡할거냐는데?"
로이딘이 앞서가다 속도를 조금씩 줄이면서 둘을 마주보았다. 그러면서 답하길,
"그놈들만 제거해야지, 어떻게 난리를 쳐. 싸우고 싶어 안달이 난거야?"
루네가 대답이 맘에 들지 않았는 지 인상을 찌뿌리며 흥분한 채 말했다.
"아니! 그러면 다른 놈들이 찾으러 올 거 아니냔 말이야 그땐 어쩌고"
로이딘이 받아쳤다.
"그때가 되기 전에 우린 캠프를 떠나 있을 걸?"
루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있다가 조용히 말했다.
"상황이, 급작스러운 상황이 발생하면 어떡해야 할지 예상하는 건 사냥꾼의 책임이야"
로이딘도 말 없이 그녀를 바라보다 고갤 돌려 앞 만을 보며 달렸다. 서로 약간 삐짐의 기운을 느낀 시테온이 간만에 중재자 역할에 나섰다. 그는 박수를 여러 번 치며 말했다.
"자, 형제자매 여러분. 소모적인 논쟁으로 전투 수도사로서의 첫 데뷔를 망치지 맙시다!"
그 후 각자 말 없이 그러나 서로 속도를 맞추며 나란히 달렸다.
사방이 검은 동굴. 신선한 공기만이 느껴지는 흙바닥에 누어있다 두 눈을 급히 뜬 메스머가 화들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
"뭐야!"
헤르논에서 베일런의 집을 습격하다 송두리째 모든 동료들의 목숨이 날아갔지만 보호 주문으로 유일하게 목숨을 건졌다. 메스머의 기억에서 먼지 구덩이에서 탈출할 때 마부의 도움만이 마지막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그는 의식이 사라졌었다. 자신의 몸을 만지며 혹시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반사적으로 더듬어 보았다. 몸엔 이상이 없었고 주변을 살피니 개미 하나 그리고 동물의 털 하나 보이지 않는 신기 할 정도로 깨끗하며 바닥의 흙은 푹신한, 단단한 돌로 감싸진 동굴 안에 자기와 모닥불 만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메스머는 또한 자신의 갑옷이나 장비들이 사라졌음을 보고 불안해졌다. 마부가 혹시 갑자기 등장해서 무슨 짓이라도 한다면 방어 할 수단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식은 땀을 개의치 않은 채 급히 일어서더니 이곳 저곳을 살피기 시작했다. 마부가 어디 갔는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이 소박한 동굴 안에 멀지 않은 입구까지 나가봐도 여기가 산 중턱임을 알 수 있는 풍경 외엔 모든 것이 조용했다.
"이봐!? 마부, 당신 거기있어?"
고래고래 소리쳐 봐도 메아리 외엔 아무것도 들려오지 않았다.
71화에서 계속...
"때가 차매 그 빛이 다시 솟아나리라"
(매주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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