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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노망인가 노익장인가? 2부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838

by 포텐조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팔백 삼십 팔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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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제란 베네치아 공화국의 지도자를 의미한다. 41대 도제 엔리코 단돌로는 4차 십자군 원정 당시 96세로 이미 눈이 흐려 앞을 제대로 보지 못했던 인물이였다. 그런 그가 대규모 십자군과 베네치아 선박을 모두 이끌고 동로마 제국의 수도인 콘스탄티노플 앞 바다에 등장했다. 이어서 수도를 공격하기 시작하면서 같은 기독교계 국가를 공격한 노망들린 악마였는지 아니면 철저한 이익의 논리에 따라 자국 베네치아를 위한 노익장의 행보였는지는 평가가 엇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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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게도 콘스탄티노플을 정면으로 뚫는 공성전은 시도할 수 없었다. 제국 최후의 보루이자 당시 지중해 세계의 최고 수도답게 별의 별 이민족이 쳐들어와도 뚫을 수 없었던 테오도시우스 3중 성벽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선박으로 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연약한 뒤쪽 해안가로 진입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더 맞는 선택이었다. 물론 엄청난 저항이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노구의 단돌로가 직접 베네치아 군기를 들고 앞장 서 지휘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이때 뚫린 콘스탄티노플에서는 약탈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건 아직 전조에 불과했다. 결국 기존 황제의 조카는 황제자리에 오르게 되지만 수도의 시민들이 그의 아버지를 지지하면서 공동 황제로 추대되었다. 헌데 문제는 십자군에 합의 된 지출해야할 재정이 녹록치 않았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인 문제가 불거지면서 황제가 살해되고 복잡한 문제가 엎친데 덮친 격으로 들이닥치자 십자군은 돈을 받을 수도 없고 계속 체류하면서 자신들의 권리를 투사할 황제도 사라져 자라에서와 같이 통제력을 상실하게 된다.



1199px-Enrico_Dandolo_gravestone.jpg 자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사망한 엔리코 단돌로의 이스탄불 현판

엔리코 단돌로 입장에서는 베네치아의 빚을 회수해야하는 지도자로서의 책임과 십자군이고 뭐고 그간 선박을 만드느라 상업활동을 제한하고 베네치아 시민들 대다수를 동원하였음에도 헛짓거리나 하고 있단 여론을 잘못하면 직통으로 맞을수도 있었다. 그래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콘스탄티노플 2차 공방전을 벌여 다시금 함락시키고 끔찍한 일을 방치 내지는 동조한다. 사람들을 학살하고 재산을 빼앗고 비윤리적인 범죄들을 방치했기 때문이다.


함락 뒤에 그는 십자군과 합의하여 동로마로부터 영토를 받아내면서 이를 바탕으로 지중해의 여왕이란 별명을 가진 베네치아 전성기를 이끌어 낸 도제로서 평가받았지만 당한 입장에선, 특히 정교회쪽에선 여전히 악마 취급을 받을 정도다. 단돌로는 십자군을 상대로 호구를 잡은 물주가 되었고 냉정한 판단하에 남은 빚을 받아내었다. 지금도 96세면 장수한 사람이라 박수를 받는 데 그때 당시는 얼마나 경이롭게 바라봤을까? 또한 80대에 멀쩡한 판단으로 도제로 오를 정도면 산전수전공중전까지 다 경험한 사람이였을 확률이 높다.


이전에도 운빨이 상당수긴 하지만 그래도 베네치아의 도제에 대한 정치적 능력을 간접적으로 언급한 적이 있다. 링크를 첨부하는 글도 많아서 나도 한번 걸어본다.


https://brunch.co.kr/@potencho/776(베네치아 도제 선출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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