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장편소설] 빛의 여정 81화 : 8장 세번째 조각

장편소설 빛의 여정 81화 / 8장 세번째 조각

by 포텐조

[장편소설] 빛의 여정 80화

장편소설 빛의 여정 81화 / 8장 세번째 조각



KakaoTalk_20251209_130310470.png


"기도를 들으사 이 죄를 치워주소서. 당신의 종이 나아가니 은혜와 지복이 가득하신 피데라시여. 허공의 마음에 용기를 더 해 주사 당신의 사명을 감당하게 하소서" - 참회자 성 아우테레스-


로이딘은 눈을 떠 두 친구와 나란히 앉아 모닥불에서 쉬고 있었다. 어깨가 결렸고 근육이 놀랬는지 살짝 버거웠다. 설렁설렁했던 지난 날의 연습을 후회해봤자 이미 흘러간 지금에서야 소용이 없었다. 이제는 실전이 곧 연습이고 연습이 곧 실전이다. 시테온은 첫 전투의 승리에 도취되어있다 된통 당해 등에 그루터기마냥 둥글게 멍이 생겨버렸고 루네는 아드레날린이 분출되어 바싹 긴장한 채 활의 시위를 팽팽히 당겼던 지라 굳은 살이 있음에도 검지에 피가 나서 지혈하고 있었다.


시테온이 눈을 감으며 앉아 있다가 질문했다.

"처음 전투치곤 빡셌지?"

로이딘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적이 생각보다 많았어. 피데라없이 그냥 들이닥쳤으면 이미 죽은 목숨이었겠지"

시테온이 다시 물었다.

"근데 갑자기 떨어진 검은 섬광은 뭐였을까? 마법이었던 건가?"

로이딘이 대답했다.

"모르겠어. 캠프 내에 마법사가 있었던 게 아닐까?"

그러자 루네도 합류해 입을 열었다.

"그렇다고 하기엔 보통 마법이 아니였잖아. 땅이 갈라지고.."

시테온과 로이딘은 루네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었다. 그들이 의식을 잃고 난 후 동굴에서 깨어났기 때문에 그 사이의 상황은 아무도 몰랐다.


항상 그랬듯 어둠에 휩싸인 저녁이 되고 이제 눈을 붙일 때 쯤에 로이딘 일행은 한 명씩 돌아가면서 불침번을 섰다. 루네가 먼저 하겠다고 해서 나머지 두 친구는 부상당한 몸으로 피곤함에 금방 잠이 들었다. 둘 다 곯아 떨어졌다. 이 후 다음 날 아침 해가 뜰 때까지 로이딘과 시테온이 불침번을 교대하며 그들의 잠자리를 지켰다. 저 멀리 닭이 우는 소리가 들렸다. 밖을 나가 일을 보던 시테온은 아침 안개로 가득한 주변을 마주하게 되었다. 하지만 곧 해가 서서히 올라가면서 아침의 장막들이 걷어지고 정상적으로 많은 것들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동굴 밖을 나와 루네도 캠프 쪽을 바라보았다. 분명 어제만 하더라도 사람들의 인기척과 움직이는 모습들이 많이 보였을테지만 지금은 폐허가 되어버린 그곳에는 까마귀들의 울음소리와 새들이 공중에서 돌고 있었기 때문에 아마 도착하면 남은 시체를 노리는 모습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루네가 동굴 안으로 들어오면서 로이딘과 시테온에게 어디로 이제 향할 것인지 물었다. 그러자 로이딘이 캠프에 있던 포로들이 어디로 이송되려 했던 건지 알아내야 한다 말했다. 루네가 그 말을 듣고 가장 먼저 어제 싸웠던 캠프 장소로 다시 가서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를 파악해야한다고 말하자 두 사람 모두 그 의견에 동의했다. 모두들 모닥불을 꺼뜨리고 그 흔적을 지우고 나서 동굴을 떠날 준비를 했다. 그들의 장비는 온전히 남아 자신들이 눈을 떴을 때 근처에 모아져 있었다. 진달라가 직접 만들어준 무기들도 잃어버리지 않아서 안도했다.


다만 말들은 잃어버려 그들은 뚜벅이 신세를 면치 못했다. 한참 동안 캠프까지 걸어가야만 했다. 동굴이 있는 산 중턱을 내려오면서 시테온이 궁시렁 거렸다.

"야, 설마 우리 수도원으로 돌아갈 때도 이렇게 걸어가야 하는 건 아니겠지?"

그러자 루네가 답했다.

"얼씨구? 귀공자 납셨네. 땅에 발이 닿으면 안되십니까?"

시테온은 앙탈을 부리며 말했다.

"아, 거기까지 어떻게 걸어가!"

내려오는 산 속엔 야생 잡초들이 추운 날씨에도 아득바득 살려고 몸부림 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시테온이 내려가다 오른쪽 수풀로 가더니 "사슴뿔초"라는 풀의 줄기를 몇개 따서 주머니에 넣었다. 그 효능을 루네가 물어보니 그는 크진 않아도 진통효과가 있는 약초라 말해주었다. 산을 다 내려올 때쯤 길가에 또 다른 사슴뿔초가 보여 신이 난 시테온은 줄기를 땄고 뻐근한 자들에게 씹고 뱃속으로 넘기라 말하며 건네주었다. 그러면서 자기도 그 줄기를 씹었다. 루네와 로이딘은 받아 들고 입에 넣어 씹었는데 써서 금새 억지로 삼켜야만 했다. 시테온은 괜찮은 표정을 지어보이려 했지만 쓴 맛이 올라오자 이내 태연함을 포기하고 별반 다르지 않게 괴로워하며 빠르게 삼켜버렸다.


산에서 내려와 자기들이 있었던 동굴을 바라보니 잘 보이지 않았다. 저런 곳을 어떻게 찾았는지 지나가는 사람은 직접 올라가서 근처까지 가지 않는 이상 알기 힘들어 보였다. 그들은 캠프쪽으로 숲을 가로질러 걸어가고 있었다. 나무 사이로 계속 걸어가다가 눈 앞에 이상한 공터가 눈에 띄었다. 그리고 불쾌한 냄새가 코를 진동하기 시작했다. 앞서가던 루네가 뒤따라오던 로이딘과 시테온에게 와보라고 손짓했다. 그들이 곧 숲 속 개활지에 들어섰다. 그곳엔 말들의 시체, 사람의 시체 그리고 날개달린 사람시체가 서로 엉겨붙어 쓰러져 있었고 말이 있지 않은 마차수레 하나가 넝그러이 놓여져 있었다.



82화에서 계속...

"때가 차매 그 빛이 다시 솟아나리라"

(매주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연재)


[당신의 좋아요, 구독은 작가에게 창작의 에너지가 됩니다.]



keyword
화, 목, 토 연재